집 앞 도서관에서 참새에게 모이를 주면서 참새에 대해서 몇 가지 알게됐습니다.
1. 참새의 기억력은 의외로 대단하다.
기억력 5초라고 잘 못 알려진 붕어도 모이주는 주인을 알아 본 다 던데....참새의 기억력은 정말 대단합니다. 토요일 일요일뿐이 못 가는데 갈 때마다 제가 가면 알아서 주변에 모여듭니다. 다른 사람한테는 안 가는 거 보니 저를 알아보는 건 분명한데 옷이 매 번 달라지는데 어떻게 아는지 정말 궁금. 그렇다고 기억력이 일주일정도 뿐이 안되는 건 아니고 사정이 생겨서 약 4개월 정도 도서관에 안 갔는데 다시 가니 모이달라고 모여들어서 날 기억할 거라곤 생각도 못 해 줄게 없어서 죄책감 들었습니다. 기억력 대단.
2. 의외로 얄밉다.
처음 모이 달라고 하면서 조를때는 대담하게 거의 신발에 닿을 듯이 모여들다가 주면 점점 멀어집니다. 나한테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동정심을 자극한 뒤에 먹이 주기 시작하면 안전한 곳으로 점점 뒤로 빠짐. 손위로 날라와 앉고 그런거 없어요.
3. 사람 입맛과 비슷하다.
맨 처음은 그냥 재미삼아 주다가 도서관에 가는 날이 먹이 주는 의무일이 돼버려서 과자를 준비해 가는데 나중에는 건빵만 사서 줄창 줬습니다. 싸고 양많으니까. 근데 한 번은 프링글스줬더니만 환장을 하더군요. 사람들처럼 기름에 튀긴거 좋아하는 듯.
4. 자식이 다 커도 데리고 다닌다.
어느날 한 참새가 다른 참새를 따라다니면서 먹이를 입으로 받아 먹는 걸 목격했습니다. 크기는 어미만한데. 아니 솔찍히 어미보다 커보여요. 왜냐하면 먹이달라고 날개를 퍼득이는데 털도 솜털이 다 안 없어진 건 지 약간 부스스해보이고 잘 안 접어지는 건 지 지가 안 접은건 지 모르겠지만 옆에 딱 안 붙어서 어미보다 더 커보입니다. 그렇다고 눈에 솜털이 보이는 건 아니구요. 과자 좁살만하게 잘라줘도 지가 땅에서 줏어 안먹고 꼭 어미한테 받아 먹는 거 보면 참새 입안에서 뭔 일이 일어나는 지 참 궁금. 그리고 몇 일뒤에 다른 참새가 새>X>>끼가 한 마리도 아니고 두 마리를 거느리고 다니면서 먹이 주고 다니더군요. 어미들 대단.
5. 동족혐오는 최고의 혐오.
가끔 뭔 일인지 싸우는 참새들이 있는데 미친듯이 싸웁니다. 싸울땐 눈에 보이는 게 없는지 가끔은 저한테 부딛치기도 하고요. 정신없습니다. 수컷이 암컷따라다니면서 짝짓기 시도 하는 건 가 했는데 둘이 붙어서 부리로 쪼고 난리치는 거 보니 그건 아니고 그냥 싸우는 거. 싸움이라기 보다는 일방적으로 한 놈이 따라다니면서 계속 괴롭히기. 참새 세계도 의외로 피튀기는 사회인 거 같습니다.
6. 의외로 황조롱이같은 육식성 새가 많다.
도심 한 복판에 있는 곳인데도 먹이주다 보면 황조롱이 (다른 매종류인지도 모르겠군요.)가 나타나서 순식간에 참새 채 가는 걸 눈앞에서 가끔 보게 됩니다. 도심안에서 동물의 생태계가 생각한 것보다 다양하고 복잡합니다. 황조롱이 (겠죠?) 엄청 빠릅니다. 참새 잡아서 근처 나무에서 발톱으로 눌러죽이느라 앉지 않았더라면 얼굴도 못 봤을 뻔.
뭔가를 관찰하면 참 흥미로운 걸 많이 알게됩니다. 몇 가지 더 관찰한 게 있었는데 글쓰면서 잊어버렸네요.
참!!! 해질무렵에 퇴근합니다. 아무리 먹이가 많이 남아있더라도 해가 지려고 하면 죄다 그냥 가버립니다. 어디로 가는 지 모르겠지만. 뭐 둥지겠지만. (참새 둥지를 본 적이 없어서) 하여간 칼퇴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