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남시현 기자] 한국연구재단이 발표한 2024 대학 산학협력활동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설립된 학생창업기업은 총 2214개로 직전 년도의 1826개 대비 21.2%가 늘었다. 450개 기업은 설립 년도에 바로 매출을 냈고, 매출 발생기업의 고용 인원도 439명으로 전년 대비 9.2% 늘었다. 학생들이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하는 비중이 높아지자 대학 역시 창업보육센터 운영 비율을 늘리며 학생들의 창업 활동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학생들의 실전 창업 경험을 위한 창업캠프와 경진대회도 증가 추세다. 2023년 국내 대학의 창업캠프 개최 수는 1016회로 전년 대비 13.4% 늘었고, 참여 학생도 17.4% 증가한 4만 1995명에 달했다. 창업 경진대회 역시 2022년 738회에서 2023년 898회로 21.7% 늘었고, 4만 3412명의 학생들이 참여하며 매년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이제 창업은 학생들의 새로운 도전을 위한 하나의 길이며, 이를 위한 제도적 기반과 지원도 꾸준히 잇따르고 있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직접 도전하는 그 현장의 분위기는 어떨까. IT동아는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두 달 사이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업지원단이 진행한 2025 학생 창업 마라톤을 연속 취재해 학생들의 노력과 그 결과를 직접 조명했다.
2개월 걸친 창업여정, 그 시작은 멘토링부터
지난 5월 23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상상관에서 ‘2025 IoT 리:디자인 톤’ 행사가 개최됐다. 해당 경진대회는 사물인터넷(IoT)과 관련된 다양한 창업 아이템을 구성하고 고도화하는 대회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업지원단과 삼육보건대학교 창업보육센터가 공동 개최했다. 참여 신청 이후 심사를 거쳐 선발된 팀은 삼육보건대 세 팀, 서울과기대 다섯 팀으로 총 여덟팀이다.

주목할만한 점은 5월 개최된 리디자인톤과 7월 창업캠프와의 연계다. 지난해 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은 두 행사를 별개로 운영했는데, 올해는 참여 학생들의 제품 고도화와 향후 창업 연계까지 돕는 취지에서 두 개 행사를 연계해서 진행했다. 리디자인 톤 참가 학생이 이때 만든 제품을 창업 캠프까지 계속 개발하기 때문에 예비창업이 가능한 수준까지의 실전 창업 교육이 이뤄진다.
또한 리디자인 톤 행사에 앞서 지난 5월 8일부터 22일 사이에 각 팀당 세 차례에 걸친 사전 멘토링이 진행됐다. 멘토링은 제조창업 관련 현업 전문가들이 직접 참여했으며, 아이디어 구상 및 전반적인 개발 절차 구축, 제품 설계 및 코딩 작업, 1차 시제품 제작까지 제공됐다. 아울러 시제품을 실증 수준까지 완성하는 리디자인톤 대회에서도 현장 멘토링이 진행돼 총 32회의 멘토링이 수행됐다.

5월 23일 진행된 리디자인톤 현장에서는 이미 어느정도 제품이 구현된 상태로 학생들이 참가했다. 보통 해커톤은 정해진 시간 내에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획하고 완성까지 다 해야 한다. 하지만 리디자인톤은 제조 과정이 필요해 시간 내에 상업적 가치를 보여주는 제품 구현이 어렵다. 이때문에 행사 전부터 사전 멘토링과 함께 시제품 제작이 진행됐고, 현장에서는 제품 고도화와 코딩 작업 등 세부적인 완성도 확보에 초점이 맞춰졌다.

또한 심사 단계에서도 제품 외형이나 디자인보다도 아이디어를 실현 가능한 수준까지 다듬었는지, 구상한 아이디어의 문제 의식과 사업적 가치는 충분한지가 더 중요하게 논의됐다. 리디자인톤 취지 자체가 제품을 잘 만드는 것을 넘어서 실제 창업이라 생각했을 때 얼마나 시장 가능성이 있는지 도전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제품 고도화와 창업캠프 통한 완성
리디자인톤을 통해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실물로 구현하는 과정을 거쳤다면, '2025 학생 창업 마라톤 AI 창업캠프'는 제품을 실제 판매하고 시장에 소개하기 위한 제반 지식을 교육하는 목적으로 진행됐다. 창업캠프는 지난 7월 2일부터 4일 사이 진행됐으며 6월 2일 사전 멘토링 이후 7월 2일 본 캠프로 이어졌다.
첫 날에는 ▲메이커 스타트업의 시장 동향 ▲제품 및 AI 융합 아이디어 구상 ▲생성형 AI 및 브랜딩 전략 구축 ▲생성형 AI API 활용법이 진행됐다. 둘째날에는 ▲ 고객 세분화와 경쟁사 분석 ▲펀딩용 상세페이지 기획안 구축 ▲수익구조와 마케팅 전략 구축 ▲기업소개서 기획 및 수정 등이 진행됐다.

기자가 참관한 마지막 날은 두 달간 다져온 결과를 심사위원들에게 발표하는 자리였다. 그리고 창업 교육이지만 그 결과물은 학생창업에 준했다. AIPOX 팀은 발달 장애인을 위한 온디바이스AI 정서 안정용 기기를 개발했고, 브레이브 팀은 시중 제품보다 저렴한 점자 콘텐츠 출력 기기를 개발했다. 자강두전 팀은 단기 대여가 가능한 경사로 이동용 전동 휠체어 시제품을 만들었고, 최강조 팀은 조이스틱 기반의 인지장애 교육 도구와 교육 과정까지 복합적으로 구축했다.
유영 팀은 시선인식 웨어러블 기기를 기반으로 경계선 지능인의 주변 인식을 돕는 장치를 만들었고, 널슈 팀은 병원 모니터링 시스템과 연동되는 수액 조정 및 자동화 체계를 개발했다. 매치AI 팀은 소화 특화 AI를 개발하고 이를 로봇과 연동하는 과정을 구축했고, 마마케어 팀은 임신 주차별 활동 및 수면 패턴 등을 측정하는 센서 및 웨어러블 기기를 개발했다.

심사에 참여한 지상철 고려대학교 세종산학협력단 교수는 “사회적 문제 해결에 대한 경험이 잘 녹아있다. 아이디어를 현실화한 과정 전반이 추후 실전 창업을 염두에 둔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 물론 실전 창업이라면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할텐데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현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인상적이다. 학생 창업이 대중화된 시기인 만큼 크게 도전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특허 등록하고 창업 나서는 팀도 등장··· 실효성 있는 창업지원 입증

두 달에 걸친 창업 경진대회와 창업캠프에서 대상을 차지한 팀은 브레이브 팀이다. 브레이브 팀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인식 기기를 구상했고, 타사 제품 대비 작고 가격경쟁력이 좋은 제품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과정을 통해 구축된 기술은 특허 출원하고 내년 중 예비창업패키지와 시제품 제작 상담을 받겠다고도 말했다. 창업 경험을 실전 창업으로 구현하고 나선 것이다.
또한 삼육보건대학교가 참여함으로써 보건 계열 인재들이 제조창업으로 나아갈 수 있는 활로를 마련했고,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역시 기술 창업뿐만 아니라 제조창업으로의 길이 있음을 알려주었다. ‘이런 제품이라면 잘 팔리지 않을까?’를 넘어서 아이디어를 직접 제품으로 만들고, 시장 규모와 경쟁사를 분석하고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투자까지 독려하는 일련의 여정을 통해 창업의 길을 알려줬다.

헨리 포드는 자신의 자서전인 ‘나의 삶과 일’에서 “아이디어 자체는 매우 가치 있지만 아이디어는 그저 아이디어다.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실용적인 제품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와 삼육보건대학교의 적극적인 협력 덕분에 많은 학생들이 중대한 기로에서 더 많은 선택지를 고를 수 있게 됐다. 매년 창업 관련 생태계가 확장되는 상황에서 귀감이 되는 협력 사례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