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 사업자별 체감 만족도에서 압도적 1위에 오른 워터(Water)에서 현대차 아이오닉 9이 충전을 하고 있다. (오토헤럴드 DB)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이용자의 체감 경험은 여전히 제자리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기차 보유자들은 월 평균 9회 충전을 하며 완속(7회)보다 급속(2회)을 덜 이용하지만 막상 급속 충전을 시도하면 10번 중 1번 이상은 충전에 실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전 불편의 원인 역시 인프라 부족이 아닌 ‘충전기 고장·에러’였다.
컨슈머인사이트가 발표한 ‘제4차 연례 전기차 기획조사’(2025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기차 보유자의 73%는 최근 10회의 급속충전 중 최소 1회 이상 충전 실패를 경험했다. 1회 실패가 38%로 가장 많았고 2회 19%, 3회 8%, 4회 이상도 8%로 나타났다. 급속 충전을 가장 불편한 충전 유형으로 꼽은 비율은 87%로 사실상 대부분이 급속충전 과정에서 불편을 겪고 있었다.
불편의 핵심 원인은 명확했다. 급속충전 불편 사유 1위는 ‘충전기 고장·에러’(22%)였고 이어 높은 충전비(20%), 충전기 부족(18%) 순이었다. 과거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던 인프라 부족이 3위로 내려앉은 반면, 유지관리·운영 체계에서 해결 가능한 문제들인 고장, 오류, 시간 제한, 관리·청결이 대거 상위권을 차지했다. 충전기가 늘어나도 운영 품질이 받쳐주지 않으면 이용자의 불편은 줄지 않는다는 뜻이다.
전기차 이용자의 73%가 급속 충전 시설의 품질에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컨슈머인사이트 제공)
서비스 만족도 조사에서는 워터(Water)가 1000점 만점에 764점으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이어 한화모티브(693점), 볼트업(LG유플러스·675점), 이피트·하이차저(663점), 에버온(645점) 순이었다. 워터는 9개 평가 항목 가운데 8개에서 최고점을 받아 사실상 ‘체감 품질 독주’ 체제를 굳혔다. 고속도로 휴게소 기반의 저렴한 요금 정책, 초급속 충전망, 차량 등록 후 자동 결제되는 ‘오토차지’ 기능 등이 높은 평가의 요인으로 분석된다.
소비자가 충전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항목은 충전 비용(16.8%)이었고 주변 시설(15.2%), 접근성(14.5%), 유지관리 수준(14.1%)이 뒤를 이었다. 충전 속도나 조작 용이성 등은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낮았다. 충전기 설치 수보다 운영 품질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단계로 시장이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이번 조사는 충전기는 늘었지만 운영 품질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전기차 보급 확대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충전 실패 경험이 70%를 넘는 현 상황은 소비자의 충전 스트레스를 키우고, 전기차 구매 의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충전 사업자별 서비스 만족도.(컨슈머인사이트 제공)
단순한 인프라 확충을 넘어 충전기 신뢰성 확보, 고장 대응, 유지관리 강화 등 ‘운영 역량’이 전기차 충전 생태계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컨슈머인사이트 조사는 2025년 8~9월 전국 4118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이 중 전기차 보유자 1809명의 응답을 기반으로 분석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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