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로봇대전의 인기는 실로 대단하다. 첫 작품이 등장한 이래 지금까지 그 인기가 전혀 식지 않고 있으며, 수 많은 매니아들을 확보해 판매량도 높다. 이러한 게이머들의 폭발적인 사랑은 드라마틱 RPG라는 게임의 장르적 특성과 함께 완성도 또한 높다는 것이 그 원인이라 할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메카닉을 소재로 한 다양한 참전작들이 눈과 귀를 즐겁게 해 주고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여기에 매 작품마다 새로운 참전작들이 등장하기도 하고(대신 빠지는 녀석들도 존재하지만) 기본을 유지하는 가운데서도 조금씩이나마 차이를 두기 위한 꾸준한 변화의 노력이 있었기에 지속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이 때문에 팬들은 항상 새로운 작품을 갈망하고 있다. 절대 자신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말이다.
슈퍼로봇대전Z의 후속작? |
전작에 이어 국내에 정식 발매된‘슈퍼로봇대전 Z 스페셜 디스크’는 슈로대 시리즈의 가장 최신 작품인 슈퍼로봇대전 Z를 기반으로 한 게임이다. 독립적인 시리즈가 아닌 확장팩 형태의 게임인 만큼 주목도 면에서 다소 떨어지는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양한 요소들이 준비되어 있다는 점 만으로 팬들에게는 반가운 기분이 드는 게임일 것이다. 하긴 일단 ‘슈로대’라는 이름이 붙은 것만으로도 지나칠 수 없는 게임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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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나리오가 추가되는 등 확장팩 형태를 취하고 있고 제목에 ‘스페셜 디스크’라는 이름이 붙어 있기는 하지만 이 게임은 사실 팬 디스크에 가까운 모습이다. 무엇으로 구분을 하냐고 물으면 다소 기준이 애매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새로 추가된 캐릭터나 유닛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 팬 서비스 적인 모드와 신규 시나리오 정도가 추가되다 보니 외전이나 확장팩이라 보기에도 조금 모자람이 있다고 할까. 이러한 부분은 이전에 발매되었던 ‘슈퍼로봇대전OG 외전’과 비교를 해도 여실히 느낄 수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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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로봇대전OG 외전의 경우 구성 자체는 이번 스페셜 디스크와 비슷하지만 새로운 시나리오는 물론이고 많지는 않아도 새로운 캐릭터나 유닛이 짬짬이 등장해 볼륨 업을 시켜주고 있으며, ‘셔플 배틀러’라는 별도의 게임을 집어 넣어 추가적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해 놓았다.
하지만 이 게임은 단지 원작 Z의 이후 에피소드와 사이드 스토리를 즐길 수 있을 뿐 등장하는 캐릭터도 같고 유닛이나 사용 기술, 그리고 게임의 그래픽에 이르기까지 완전히 동일한 모습이다. SRPG라는 장르의 특성 상 추가 시나리오가 어느 정도 메리트를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제외하면 원작의 보너스 디스크 형태로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그렇다. 결국 이 게임은 팬 디스크에 버금갈 정도로 상당히 빈약한 내용을 담고 있다. 따라서 가격적인 메리트는 전혀 없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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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나리오는 좋지만 너무 적다 |
이러한 빈약함은 추가된 시나리오에서도 쉽게 느낄 수 있다. 각 에피소드 마다 몇 개의 새로운 시나리오가 추가되어 있고 그 스토리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 흥미를 유발시킬 만한 부분이 있지만 각 시나리오의 길이가 원작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으며 에피소드 당 시나리오의 수 역시 최고 5개 정도가 한계이다 보니 단순한 맛보기 정도로 끝나버린다.각 시나리오가 변함 없는 재미를 보여주고 있기는 해도 모두 합쳐 20개 정도의 분량으로 하루 만에 끝장을 내 버릴 만큼 조촐하다 보니 실망스러움이 절로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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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전략성이 강조되는 별도의‘챌린지 배틀’모드를 통해 기존 시나리오와 구분되는, 특별히 설정되어 있는 승리 조건을 달성해 나가는 새로운 시나리오들을 즐길 수 있고, 원작의 클리어 데이터를 가지고 있을 경우 소지금이나 특정 포인트가 상승하는 보너스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본 편의 시나리오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본 편 시나리오는 원작으로만 플레이가 가능하다) 추가 시나리오의 볼륨이 작다 보니 그 만족감이 그리 크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냥 내놓기는 뭐 하니 적당히 구색만 갖추어 내놓은 듯한 느낌도 강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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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배틀에 등장하는 시나리오들까지 감안했을 때 전체적인 플레이 타임은 OG 외전과 크게 차이가 없다. 하지만 OG 외전의 경우 새로운 유닛의 추가가 상대적으로 많았고 카드 게임을 통해 추가적인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던 만큼 볼륨감이나 만족도 면에선 아무래도 부족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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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을 위한 보너스 요소들 |
시나리오 적인 측면에서는 제법 볼륨의 아쉬움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별도로 준비된 다양한 보너스 모드들의 경우 어쨌든 팬들의 즐거움을 증폭시킬 만한 것들이 많다. 이것 저것 읽어보고 감상하는 것 만으로도 만족스러움이 묻어나는 그런 것들 말이다. 다만 이러한 것이 OG 외전의 카드 배틀처럼 직접 플레이 가능한 요소가 아니다 보니 말 그대로 ‘팬’들 만을 위한, 진정한 팬이어야 그 가치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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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종 설정 자료나 본편의 동영상을 감상할 수도 있다 |
라이브러리 모드는 다양한 자료들과 게임 내의 배경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모드이다. 각 캐릭터나 유닛들에 대한 정보는 물론이고 게임 내에 삽입된 참전작들의 배경 음악들을 간편하게 들을 수 있으며, 용어 사전을 통해 잘 알 수 없는 단어의 뜻을 명확히 체크할 수도 있다.
스페셜 시어터에는 캐릭터들의 원화 같은 각종 설정 자료들을 확인할 수 있고 원작 Z의 오프닝 같은 동영상을 감상할 수도 있다. 특히 ‘중단 메시지 집’메뉴를 통해 게임 중단 시에 등장했던 개성 어린 중단 메시지를 모두 들을 수 있다는 점이나 ‘배틀 시어터’로 각 유닛들의 전투 장면을 간단하게 감상할 수 있는 점은 팬들에게 큰 메리트가 될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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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도‘배틀 뷰어’모드는 조금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모드라 할 수 있다. 전반적인 모습이 OG 외전의 ‘프리 배틀’과 흡사한 모습이지만 프리 배틀이 특정 조합으로 어떠한 데미지를 주는가를 살펴 보고 이러한 배틀을 감상하는 정도에 그치는 수준이라면 배틀 뷰어는 보다 상세한 옵션을 통해 배경 음악이나 장소, 파일럿 설정과 같은 기본적인 요소는 물론이고 사용하는 기술과 데미지 설정 같은 세부적인 부분까지 설정할 수 있다.
이렇듯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세팅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전투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팬들에게 있어선 꽤 만족감을 줄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게임적인’ 측면보다는 ‘팬들을 위한’측면이 강해 만족감에 어느 정도 편차가 있을 수 밖에 없지만 팬들에게는 분명 매력적인 요소가 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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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스페셜 디스크랄까 |
다양한 팬 서비스 요소들과 함께 새로운 시나리오, 그리고 챌린지 모드와 같은 추가적인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팬 디스크라는 태생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번 스페셜 디스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추가 시나리오들의 길이가 짧아 볼륨이 상대적으로 적고 과거 OG 외전의 카드 게임 같은 색다른 즐길 거리도 없다.
때문에 데이터나 영상 자료 같은 부분을 제외하면 하나의 게임으로서의 가치는 지극히 떨어지는 느낌이다. 따라서 팬의 입장에서 부가적인 요소들을 즐기려는 생각에서 구입한다면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어 보이지만, 순수하게 ‘게임 플레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실망감이 클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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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게임 자체가 정식 게임이라기 보다는 확장팩이나 팬 디스크 형태를 띠고 있는 만큼 여타의 게임들과의 비교가 어울리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통상적인 게임들과 가격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면 적어도 조금 더 게임 본연의 자세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스페셜 디스크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일본에서도 그리 좋지 않은 판매고를 올린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가격 대 성능비가 그다지 좋지는 않다 보니 열성 팬들 외에는 메리트가 떨어지는 구석이 있다. 어쨌든 이 게임은 이미 슈로대 Z를 즐겼던, 그리고 지극히 슈로대 시리즈를 사랑하는 팬을 위한 물건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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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더 큰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직 원작을 즐겨 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스페셜 디스크를 구입하기 보다는 원작을 먼저 플레이 할 것을 권하고 싶다. 이 게임은 원작이 있을 때 더 빛을 발하는 게임이지 스스로 빛을 내는 게임은 아니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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