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뮤다는 큰 회사가 아니다. 내놓은 제품 전체를 나열해도 10개 정도다. 지금 생산하는 것은 7개에 불과하다. 그런데 많지 않은 제품이 모두 좋은 반응을 얻으며 많은 소비자의 지지를 얻고 있다. 가격이 저렴한 것도 아니고 기술이 뛰어난 것도 아니지만 뛰어난 디자인과 세심한 아이디어로 기존 제품의 빈자리를 훌륭하게 메우는 브랜드다. 발뮤다가 어떻게 이런 위치에 오르게 됐는지를 알아보자. 


 


발뮤다는 2003년 3월 일본 도쿄에서 '테라오 겐'에 의해 설립됐다. 작은 회사며 디자인으로 특화된 회사이기 때문에 창업자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창업자의 특성이 발뮤다의 근간에 많이 반영될 수 밖에 없다. 발뮤다 창업자 테라오 겐은 상당히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다. 17살이 되던 1990년에 고등학교 중퇴를 결정한다. 그리고 몇 권의 책과 필기구와 워크맨 등만 가지고 지중해 쪽으로 여행을 떠난다. 17살 나이에 홀로 해외를 돌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범상치 않다. 심지어 여행 경비는 돌아가신 어머니가 남겨준 유산이었다고 한다. 아버지가 권유할 정도였으니 부모님의 독특함이 테라오 겐을 성장시켰고 지금의 발뮤다를 낳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1년간 방랑자 생활을 하다가 귀국한 테라오 겐은 엉뚱하게 록스타에 도전했다고 한다. 10여 년간 기타를 치며 록밴드 생활을 한다. 하지만 록밴드는 춥고 배고픈 길이다. 대부분의 록밴드는 보컬을 제외하고는 망하는 경우가 흔하다. 예상대로 음악 활동은 큰 결실을 맺지 못하고 끝나고 만다. 이제 다른 일을 하려고 고민하던 중에 작곡을 위해 사용했던 컴퓨터와 의자 등을 떠올리고 '디자인'에 눈을 뜨게 됐다고 한다. 


▲ 발뮤다 최초의 제품 X-Base


디자인을 배우던 과정도 테라오 겐 다웠다. 아키하라바 전자상가를 드나들며 판매 직원에게 제품에 대한 것을 상세하게 물어 전문 용어를 익히고 제품들의 특징을 익혀나갔다고 한다. 그리고 캐드(CAD)를 익히며 최초의 제품을 설계한다. 애플 맥북용 노트북 거치대다. 애플의 열렬한 지지자였던 테라오 겐은 애플스러우면서도 실용성을 강조한 노트북 거치대로 발뮤다 디자인을 시작했다. 


후속작은 LED 데스크 라이트였다. 이후에도 데스크톱 액세서리나 로우테크 제품 위주로 제품군을 늘려갔다. 하지만 큰 매출은 일으키지 못했다. 3명 정도의 직원이 먹고 살 정도의 매출과 이익이었다. 게다가 2008년 닥친 금융위기가 발뮤다를 위기에 빠트렸다. 2009년에는 4,500만 엔의 매출에 1,400만 엔의 손실을 기록하며 회사가 존폐 기로에 선다. 테라오 겐은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그는 "어차피 여기서 쓰러질 거라면 마지막으로 만들고 싶었던 제품을 만들자"라는 마음을 먹는다. 그리고 발뮤다를 오늘날에 이르게 한 '발뮤다 그린팬'을 개발한다. 

 


발뮤다 그린팬 덕분에 발뮤다는 기사회생에 성공한다. 아니 오히려 기존보다 수십 배는 더 성장했다. 2009년 4,500만 엔의 매출이 2014년에는 30억 엔으로 껑충 뛴다. 5년 만에 거의 60배의 성장을 한 셈이다. 발뮤다 그린팬이 히트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3만 6천엔(약 36만 원)짜리 그린팬은 기존 선풍기 가격에 10배에 가까웠다. 유명한 회사도 아니고 가격도 비싼 선풍기가 어떻게 이런 주목을 받은 걸까? 디자인도 멋지고 제품의 완성도도 높았지만 2011년 후쿠시마 사태가 터지며 기적이 찾아왔다. 일본 내에서 전력난이 대두되자 기존 선풍기 대비 1/3의 전력으로 구동되는 발뮤다 그린팬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로는 탄탄대로였다. 선풍기가 주로 여름에 팔리기 때문에 겨울철 매출을 올리기 위해 개발한 가습기 '레인'이 히트했다. 이후에 발매한 공기청정기 '발뮤다 에어엔진'역시 중국발 초미세먼지의 위험성이 부각되며 바다 건너 한국과 중국에서 큰 히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리고 발뮤다 더 토스터, 더 팟, 더 고항 등의 주방 가전을 내놓아 좋은 반응을 얻게 된다. 발뮤다는 가전 업계의 '애플'로 불리며 소비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발뮤다 디자인은 왜 뜰까?

 


발뮤다의 제품들은 아름답다. 무채색을 주로 쓰며 플라스틱을 사용해 평범한 듯 하지만 불필요한 부분이 없고 소비자가 학습하지 않아도 쉽게 조작이 가능하다. 발뮤다 제품은 독일 레드닷 어워드에서 3년 연속 수상을 했고, iF 디자인 어워드, 굿디자인 어워드에서 많은 제품이 수상했다. 사실상 발뮤다가 그린팬 이후로 내놓은 모든 제품이 디자인 상을 받았다. 


테라오 겐의 첫 제품이 애플 맥북의 받침대였을 정도로 발뮤다는 애플의 디자인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 발뮤다가 추구하는 디자인 철학은 '최소에서 최대를'이라고 한다. 최소한의 부품으로 최대의 효과를 구현하는 미니멀리즘이다. 발뮤다의 첫 히트작인 그린팬에서 그 철학을 찾을 수 있다. 

우선 제품 상자부터 차별화가 시작된다. 상자에 부품을 해체하거나 조립하는 방법이 상세히 적혀 있다. 심지어 제품 완충재의 모양과 어떻게 넣어야 효율적으로 넣을 수 있는지도 상자에 모두 적혀 있다. 따라서 이사를 하거나 계절이 지나 다시 상자에 넣어 보관할 때도 매우 편리하다. 단순히 제품을 보호하는 것만이 아니라 제품과 함께 완전한 상품으로서 가치를 갖도록 한다. 박스를 푸는 순간부터 소비자는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난 느낌을 갖게 된다. 

 


제품으로 시선을 돌려 보자. 발뮤다는 그린팬에 아주 값비싼 BLDC모터를 넣었다. 선풍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람이기 때문에 바람의 질을 우선 높여야 했다. BLDC모터는 가격이 비싼 대신에 소음이 적고 발열도 적으며 소비 전력도 적다. '최소'에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모터다. 그래서 가격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다른 선풍기보다 훨씬 비싼 결과물이 나올 테지만 발뮤다의 철학과 부합되는 부품이었다. BLDC모터가 도입되면서 그린팬은 조용하면서도 시원한 바람을 만들 수 있었다. 모터의 질이 높아지자 바람의 질도 높일 방법을 생각해 냈다. 14장의 이중날개 구조를 만들어 선풍기 앞에서 바람이 충돌하며 회오리바람을 만들어 냈다. 이 바람은 일반 선풍기처럼 직선으로 도달하는 게 아니라 불규칙적으로 도달하기 때문에 오래 바람을 맞아도 머리가 아프거나 불쾌하지 않았다. BLDC 모터 덕분에 소비전력이 적으니 배터리를 달아 이곳저곳 옮길 수 있게 됐다. 

 


기본기를 갖춘 이후에는 디자인 실력이 발휘됐다. 그린팬은 인테리어를 망치는 주범인 선풍기 디자인을 존재감이 없도록 손을 봤다. 선풍기 헤드를 14인치에서 13인치로 줄이고 철망 대신에 촘촘하고 아름다운 문양의 플라스틱 안전망을 달았다. 몸체는 무채색 위주고 받침대에 버튼을 만드는 대신에 헤드 뒤편에 버튼을 만들었다. 버튼에는 스마트폰 아이콘처럼 아이콘으로 기능을 표시하고 글자를 모두 없앴다. 몸체는 무채색으로 디자인하고 글자를 빼고 아이콘만으로 표시한다. 이런 디자인은 그들의 모든 제품에 공통적으로 적용됐다. 이후에 나온 에어엔진 역시 360도로 바람을 빨아들이고 배출하는 구조로 집안에 숨겨두는 것이 아닌 집안 인테리어의 한 오브제가 되도록 아름답게 디자인했다. 



제품 군 소개


▶ 발뮤다 더 토스터(BALMUDA The Toaster)


"죽은 빵도 살린다"라는 찬사를 받으며 입소문으로 엄청난 인기를 끈 토스터다. 기존 토스터와는 달리 수증기를 이용한 독특한 방식을 사용해 속은 부드럽고 촉촉하고 바깥쪽은 바삭한 빵을 구워낸다. 이를 위해서 발뮤다가 선택한 방법은 급수구에 물 5cc를 넣어주는 거다. 빵을 굽기 시작하면 스팀을 통해 빵 표면에 수분막을 만들어 빵의 속에 수증기가 머금게 하는 방법이다. 3단계로 온도를 제어해서 빵을 단계별로 구워내는데 이를 위해 내부 온도를 1초 단위로 제어하는 복잡한 알고리즘을 적용했다. 디자인도 아름답다. 유럽에서 사용하던 화덕에서 착안한 디자인으로 클래식한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사용법이 간단해 누구나 쉽게 조작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가격은 31만 9천 원. 


▶ 발뮤다 더 팟(BALMUDA The Pot)


보통 핸드 드립 커피를 만들 때는 물을 끓인 후에 핸드 드립 전용 주전자로 물을 옮기는 경우가 많다. 발뮤다 더 팟은 무선 주전자에 핸드 드립 디자인을 적용해 물을 끓인 후에 바로 핸드 드립 커피를 만들 수 있게 했다. 주둥이가 길고 좁아 핸드 드립 커피를 만들기에 적합한 형태의 디자인이다. 따라서 용량도 적다. 약 600ml의 소형 주전자로 커피 3잔, 컵라면 2개 정도를 끓일 수 있으며 한 손 조작이 간편하도록 손잡이 부분을 잘 디자인했다. 손잡이 끝부분에는 작동 표시 램프를 두어 멀리서도 잘 보이도록 했고 '네온관'으로 디자인해서 은은한 불빛을 보는 재미도 있다. 디자인에 힘을 쏟은 것과는 달리 기능은 단순하다. 자동 전원 OFF 기능과 본체 과열 방지 기능 외에 다른 기능은 없다. 가격은 19만 9천 원.


▶ 그린팬 (GreenFan)


BLDC모터와 독특한 이중 구조의 날개 등 100여 년간 거의 변화가 없던 선풍기 업계에 일대 파란을 일으킨 제품. 그린팬 이후로 많은 선풍기 회사들이 BLDC모터를 도입하고 새로이 날개를 디자인하는 등 산업 디자인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린팬은 최소 1.5W의 소비전력으로 작동하며 독특한 이중날개 구조로 15m 앞까지 바람을 내보내는 등 효율적이며 우수한 성능을 가지고 있다. 또한 배터리 팩을 장착하면 전원 케이블 없이 이동하며 선풍기 바람을 쐴 수 있다. 그 밖에도 회전 각도를 사용자가 원하는 각도만큼 자율적으로 설정 가능하고 중간 지지대를 탈착할 수 있어 스탠드형이나 탁상용 등 용도에 맞게 사용 가능하다. 그 밖에도 선풍기에 대한 거의 모든 디자인과 기능을 다시 정의했을 정도로 많은 부분이 개선된 발뮤다 최고의 역작이다. 그린팬 S의 가격은 54만 9천 원, 일반 그린팬은 49만 9천 원, 그린팬 서큐(서큘레이터)는 26만 9천 원이다. 


▶ 에어엔진 


에어엔진 이전에도 공기청정기는 많았다. 대표적으로 샤프 공기청정기가 유명했다. 하지만 에어엔진은 기존 가로형 디자인 대신에 타워형 디자인을 도입하면서 공기청정기 디자인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에어엔진이 타워형 디자인을 선택한 이유는 이중팬 구조를 구현하기 위해서다. 기존 공기청정기는 팬 하나가 공기 흡입을 하면서 배출하는 구조로 공기 정화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정화된 공기를 멀리 도달시키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에어엔진은 흡입용 팬과 배출용 팬을 분리해서 더 강력하고 멀리 바람을 보이는 구조로 바꾸었다. 또한 타워형으로 디자인하면서 공기청정기 설치공간도 아낄 수 있었다. 복잡한 버튼 대신에 3개의 버튼만으로 작동이 가능하고 디자인 또한 아름다워 인테리어 적으로도 훌륭하다. 다만 필터 가격이 비싼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가격은 69만 9천 원. 


▶ 발뮤다 가습기


기화식 가습기로 자연 증발 원리를 이용해 가습한다. 효소 프리 필터가 흡인된 공기를 깨끗하게 걸러주기 때문에 위생적으로도 훌륭하다. 발뮤다 가습기는 물항아리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으로 도자기를 연상시키는 부드럽고 깔끔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소비자들이 물을 보충하는 과정을 힘들게 생각하는 것을 고려하여 상단에 그냥 물을 부으면 되는 방식을 취했다. 그래서 누구나 쉽게 물을 보충할 수 있다. 물이 닿는 제품이다 보니 조작 방식도 새롭게 설계했다. 물에 닿으면 고장이 나기 쉬운 스위치나 버튼 대신에 컨트롤링을 돌리는 방식으로 모든 기능을 조작할 수 있다. 또 최소 2W, 최대 모드에서도 23W에 불과한 소비전력으로 구동되는 효율성도 장점이다. 단점으로는 무게가 5.7kg으로 다소 무거워 청소나 이동 시 힘들고 1년에 한 번 갈아야 하는 필터 가격이 비싼 편이다. 본체 가격은 69만 9천 원.



발뮤다의 A/S는?



품질 보증 기간은 대부분 1년이다. 품질 보증 기간 내에 정상 사용 시 고장 난 제품은 대부분 1:1 교환을 해준다. 발뮤다의 AS는 대기업 수준으로 친절하고 편리하다고 소문이 났다. 2015년 판매한 그린팬의 경우 2년이 지난 2017년에 일부 부품 강도가 약하다는 판단 하에 무상 교체 프로그램을 시행하기도 했다. 2년이 지난 제품 중소기업 제품을 자발적으로 무상 교체 해주는 경우는 드문 편이다. 다만 해외에서 구매한 제품은 국내 보증 및 수리가 불가능하다. 구매한 해외 발뮤다 지점에서 직접 상담을 받거나 수리를 해야 한다. AS신청을 하면 상담원이 친절히 응대하는 편이다. 문제가 있는 경우는 택배로 1:1 교환을 하거나 직접 기사가 방문해 수거가 가능하다.  




기획, 편집/ 홍석표 hongdev@danawa.com

글, 사진/ 강혁 news@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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