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yston BDA-3.14 : 김편
네트워크 모듈을 단 브라이스턴의 DAC 히트작
캐나다의 브라이스턴(Bryston)은 디지털 일렉트로닉스로 명망이 높은 제작사다. 특히 BDA-3 DAC은 기본 컨버팅 능력이 상당한데다, HDMI 입력단자를 4개나 갖춘 거의 유일한 DAC이어서 인기가 높았다. 이런 BDA-3에 네트워크 플레이 기능을 추가해 새로 등장한 모델이 BDA-3.14다. 한마디로 브라이스턴의 신작 스트리밍 DAC인 것이다.
후면을 보면 스트리머답게 이더넷 단자를 비롯해 USB-A 입력단자 4개가 추가된 것이 기존 BDA-3와 달라진 점이다. HDMI 입력단자 4개, HDMI 출력단자 1개, 디지털 입력단자(AES/EBU, 동축 RCA, 동축 BNC, 광, USB-B 2개) 구성에 아날로그 출력단자(XLR, RCA) 구성은 BDA-3와 동일하다. BDA-3.14는 기본적으로 타이달과 코부즈, 인터넷 라디오를 지원하며 룬 레디(Roon Ready) 인증도 받았다.
BDA-3.14를 들어보면서 룬(Roon) 재생 실력에 크게 감탄했던 만큼,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했던 것은 네트워크 보드였다. 직접 뚜껑을 까서 안을 확인한 결과, 라즈베리파이(Raspberry Pi) 3 모델 B 플랫폼을 채택했다. 모델명에 3.14가 붙은 것도 따지고 보면 원주율(Pi)을 나타내는 3.14에서 따왔다. 리눅스(Linux) OS와 룬 전용 통신 프로토콜인 RAAT는 이 모델 B 기판에 삽입된 8GB 마이크로 SD카드에 들어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DAC 칩은 일본 아사히 카세이(AKM)의 AK4490EQ 칩을 채널당 1개씩 썼다. 이 칩 자체가 2채널(듀얼) 구조이기 때문에 뒷단에서 밸런스 설계가 가능하다. 디지털 클럭은 미국 오실런트(Oscilent)의 표면실장형 크리스탈 오실레이터인 433 시리즈가 담당한다. 24.576MHz 주파수의 24.576M 모델과 22.5792MHz 주파수의 22.5792M 모델이다. 두 모델 모두 지터는 1조 분의 1초인 1ps(picosecond)에 불과하다.
BDA-3.14 소리 성향은 배음이 풍부하고 입자감이 고우며 공간감이 잘 느껴진다는 것. 대역 밸런스와 해상력도 손에 꼽을 만큼 상급이었다. 라즈베리파이라는 저가 네트워크 모듈로 이런 질감을 낼 수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마이클 부블레의 'Fly Me To The Moon'에서는 스트리밍 음원을 듣고 있는 상태라는 사실을 자꾸 잊어먹었을 정도로 완성도와 찰기가 높은 재생음이 계속됐다.
EMM Labs NS1 Streamer : 김편
EMM 랩스 DAC 유저라면 고민할 필요가 없다
NS1은 캐나다의 디지털 오디오 명가 EMM Labs에서 나온 스트리머다. 유선 랜을 통해 타이달과 코부즈, 스포티파이, 디저, 인터넷 라디오(vTuner)를 스트리밍 할 수 있고, mConnect 앱을 통해 이들 스트리밍 서비스를 스마트폰으로 컨트롤하고 재생할 수 있다. 또한 룬 레디 인증을 받았기 때문에 룬 코어 서버를 갖추면 룬 리모트 앱으로 룬의 세계를 편하게 즐길 수 있다. UPnP/DLNA 및 USB 스틱 플레이도 지원한다.
그런데 후면 입출력 단자 구성이 낯설다. 일단 USB-A 출력 단자나 동축 출력 단자가 없다. AES/EBU와 광 단자, 그리고 EMM Optilink(옵티링크) 단자가 마련됐을 뿐이다. USB 입출력단이야 원래 오디오에 쓰라고 만든 것이 아니니까 그렇다 쳐도, RCA 동축 단자까지 없는 것이 의외다. NS1이 다른 스트리머보다 훨씬 빼어난 스트리밍 음질을 선사한다면 모든 게 용서가 될 수 있겠지만, NS1에 대한 필자의 첫인상은 고백컨대 그리 달갑지 않았다.
하지만 EMM 옵티링크 케이블을 이용해 EMM 랩스의 DA2 DAC에 연결하자 모든 것이 바뀌었다. 체감상 동선(AES/EBU)에서 은선(EMM 옵티링크)으로 바꾼 듯한 음질 변화가 있었다. 그것도 게이지가 굵은 은선을 써서 저역도 잘 나오는 그런 은선의 맛이었다. 맞 비교한 AES/EBU 케이블이 400만 원대이고 EMM 옵티링크 케이블이 30만 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차이다.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베를린필을 지휘한 ‘Tuba Mirum’은 처음 등장한 바리톤이 실제 육성을 듣는 것처럼 리얼했다. 전체 재생음의 SNR이 높고 4명의 성악가가 함께 부를 때 바리톤이 잘 들리는 것이 특징. 평소 자주 들었던 DA2 DAC 소리인 만큼, NS1이 이 DAC에 네트워크라는 날개를 달아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야신타의 ‘Moon River’는 지금까지 들어본 스트리밍 시스템 중 손에 꼽을 만큼 깨끗하고 투명한 음과 무대다. NS1의 네트워크 브릿지 성능은 역시 EMM 랩스 제품답다고 생각한다. EMM 랩스 DAC 유저라면 고민의 여지가 없다.
Orpheus Absolute CD Player : 염동현
델타 시그마 방식을 고집하는 스위스의 명가 오르페우스 랩에서 올해 발표한 Absolute CD Player는 필자의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은 기기로써, 리뷰 원고를 제출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떠오르는 기기 중에 하나였기 때문에 올해를 대표하는 디지털 소스기기 부문에서 자신 있게 추천드린다.
오르페우스 제품답게 곡면을 강조한 디자인은 상당히 호감이 가고, 우수한 제품 마감 품질에 미니멀한 느낌을 주는 우아한 디자인 그리고 튼실한 리모컨까지, 본 기는 필자뿐만 아니라 모든 오디오 애호가분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이 많은 장점을 지닌 기기라고 할 수 있겠다.
본 기는 수려한 외모뿐만 아니라 소스기기 본연의 실력도 상당하기 때문에 제품을 대여받아 자택에서 리뷰하는 동안 내내 즐거운 기억으로 감상할 수 있었으며, 상쾌하면서도 투명하고 고급스러운 소릿결은 완성도가 빼어나서 특히 클래식 감상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특히 고역 표현력에 있어서는 피어오르는 듯한 느낌이 매우 좋았기 때문에 이런 특성을 선호하시는 분들에게는 본 기는 이 가격대에서는 대안을 찾기 힘들 정도의 절대적인 매력을 발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본 기는 CD Player 본연의 기능뿐만 아니라 USB 입력으로 PCM은 32bit 384Khz, DSD는 4배속(DSD256)까지 재생되기 때문에 네트워크 플레이어와 연결하여 DAC로 동작하여 사용해도 매우 훌륭한 재생음을 들을 수 있는 기기로 활용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컴퓨터/네트워크 오디오 대비 CD가 주는 장점은 2020년 현재에도 분명히 존재하며, 정숙한 노이즈 플로워에서 완성도 높은 소리를 들려주는 본 기는 여전히 매력적인 기기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본 기는 기본 재생음 특성이 밸런스가 잘 잡혀 있어서 매우 우수하고 투명한 재생음 특성을 보이기 때문에 매칭되는 파워케이블의 성향을 재생음에 적극적으로 반영해 주는 스타일의 기기이다. 그렇기 때문에 원하는 재생음 방향으로 전원 케이블을 매칭하여 사용한다면 손쉽게 완성도 높은 재생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중급기 라인에서 필히 주목받아야 할 기기라고 생각된다. 아직 본 기를 접하지 않으셨다면 꼭 한 번쯤 들어보시기를 강력히 추천드린다.
Totaldac d1-digital reclocker & d1-six DAC : 이종학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만일 어느 정도의 예산을 투입해서 하이엔드 오디오 시스템을 구성한다고 할 때, 제일 먼저 알아봐야 하는 것이 무엇일까? 대부분 스피커를 칠 것이다. 전체 시스템의 성격과 퀄러티를 규정한다는 측면에서 맞는 선택이다. 그러나 아무리 시스템이 바뀌고, 취향이 달라져도 변함없이 묵묵히 제 역할을 하는 컴포넌트에 먼저 손을 대야 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나는 DAC에 주목하고 있다.
여기에는 한 가지 전제가 따른다. 일단 아날로그 쪽은 따로 구성하거나, 뒤로 미룬다는 것이다. 일단 확보한 예산을 최대한 가치있게 쓴다고 하면, 이쪽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양질의 볼륨단까지 갖추고 있다면 최상이다. 따로 프리앰프를 구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토탈 DAC의 제품을 주목하고 있다. 이번에 소개할 제품은 d1-Six인데, 동사의 급수로 치면 넘버 쓰리에 해당한다. 원래는 넘버 투였으나, 최상급기 d1-Twelve 밑으로 최근에 d1-Seven이 나오는 바람에 한 단계 밀렸다. 그러나 기본적인 퍼포먼스나 물량 투입에서 상급기 못지않은 내용을 갖고 있으며, 가격적인 경쟁력도 갖추고 있어서 여러모로 추천하고 싶다.
본 기의 최대 강점은 R2R 방식으로 제조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쉽게 말해서, 현행 DAC의 수준을 판가름하는 잣대나 마찬가지다. 특히, 양질의 저항을 얼마나 투입했는가가 관건인데, 본 기에는 비샤이의 VAR 저항을 무려 300여 개나 투입하고 있다. 최대한 R2R 방식의 이상형에 가까운 설계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DSD도 처리하는 바, 이 부분도 큰 강점으로 다가온다. 별도의 전원부를 갖추고 있는 점도 만족스럽다.
사실 이 제품을 단품으로만 써도 어지간한 하이엔드 클래스 부럽지 않다. 그러나 추후 업그레이드를 한다고 하면, d1-Reclock을 떠올리면 된다. 지터 저감은 물론, 보다 자연스러운 음을 얻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리고 USB 기가 필터라는 케이블도 염두에 둘 수 있는데, 이것은 전기 노이즈를 극적으로 감소시키고 있다. 이렇게 차근차근 업그레이드의 재미를 갖추고 있으므로, 한 번에 한 단계씩 차근차근 밟아가는 재미가 있다. 물론 그 시스템의 핵심이 바로 d1-Six이다.
참고로 설계자인 뱅상 브리앙은 한쪽 벽을 혼 스피커로 만들 정도로 지독한 오디오파일이다. 아마 괴짜일 것이다. 그런 그의 번뜩이는 천재성을 여기서 발견할 수 있다. 참 흥미로운 제품이다.
Waversa Systems W Slim LITE : 이종학
진정한 올해의 제품 W 슬림 라이트
만일 올해에 만난 여러 오디오 제품 중 단 하나만 추천하라고 하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웨이버사의 W 슬림 라이트를 추천하고 싶다. 그간 여러 스피커에 물려서 시청을 해보면서 상당히 놀랐고, 그 사용상의 편리함이나 빼어난 디자인 컨셉 등도 높이 평가하는 터다. 다기능과 미니멀리즘의 디자인, 놀라운 스피커 구동력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이 제품을 외면하는 쪽이 이상할 정도다.
사실 개인적으로 보다 많은 분들이 오디오 쪽에 관심을 갖고, 음악 감상을 통해 힐링을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하지만 늘 만나는 제품은 나조차 접근하기 힘든 가격대를 자랑하고 있다. 물론 성능도 뛰어나고, 디자인도 좋은 것들이 많다. 탐도 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오디오에 입문하거나 혹은 잠시 쉬어간다고 할 때 추천할 만한 제품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 게 현행 오디오계가 가진 문제라고 본다.
지금부터 약 30년 전에 우리나라를 강타한 제품이 하나 있었다. 바로 뮤지컬 피델리티에서 나온 A1이다. 이 작은 앰프가 클래스 A 설계 방식을 내걸고 홀연히 나왔는데, 이때 정말 많은 분들이 찾았다. 우리나라 하이파이 열풍의 원조라고 해도 좋을 제품이다. 본 기 W 슬림 라이트를 보면 바로 그때의 상황이 생각난다. 정말 적시에 잘 나왔다고 본다.
본 기의 핵심 컨셉은 올인원이다. 즉, 소스기와 앰프가 한 몸체에 있다. 일단 다기능이 눈에 띈다. 블루투스 apt X, 에어플레이, DNLA 등을 모두 지원하며, 당연히 Roon 대응이다. 심지어 FM 튜너까지 있다. 일단 이런 기능만 해도 숨이 찬데, 여기에 앰프 쪽 실력도 상당하다. 스펙을 보면 80W를 낸다고 되어 있다. 클래스 D 방식의 80W라고 하면 그리 임팩트 있는 내용은 아니다.
하지만 여기에 반전이 있다. 무려 8개의 클래스 D 앰프를 투입해서 BTL 방식으로 결합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순도가 높으면서 상당한 스피커 구동력을 갖추게 되었다. 역시 대충 스펙만 훑어보면 절대로 안 되는 것이다.
최근에 실시한 여러 업데이트된 기능도 주목할 만하다. 그간 다양한 진공관의 성격을 분석하고, 진공관 앰프 특유의 배음을 적절히 투입한 WAP/X란 기술은 정말 찬탄할 만하다. 그 덕분에 디지털 기기임에도 불구하고 아날로그적인 감성과 느낌을 강화시키고 있다. 또 DSD를 커버할 수 있게 만들었으며 6개의 다이내믹 레인지 변환 모드의 제공도 반갑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장르의 성격에 따라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작은 몸체에 이런 다기능이 아무런 무리 없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작동하는 부분은 매번 대할 때마다 신기하기만 하다. 맥북 에어를 갖고 있다면, 함께 세팅했을 때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참고로 나도 맥북을 쓰고 있다.
Bryston BDA-3.14 : 코난
디지털 소스기기는 트렌드의 반영이 가장 빠른 분야다. 시디의 시대가 저물고 한편으론 엘피의 르네상스 시대가 왔지만 역시 가장 활발한 분야는 디지털 음원 시장이다. 타이달이 여전히 승승장구했으며 코부즈가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아마존이 아마존뮤직 HD를 런칭했으며 이 외 거대 메이저인 애플뮤직이나 스포티파이도 스트리밍의 역사적 파도 위를 순항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올해 하이파이클럽에 한정해서 필자가 리뷰한 디지털 소스기기는 사실 브라이스턴과 매킨토시 그리고 T+A 정도가 전부다. 표본 집단이 너무 적어서 선정이 쉬웠긴 하지만 그만큼 올해 디지털 소스기기 중 하이엔드 제품은 많이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라이스턴의 신제품 BDA-3.14는 짚고 넘어갈만한 제품이다.
BDA-3.14는 기존에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BDA3의 확장판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에 이 DAC는 직접 리뷰도 했고 사실 알게 모르게 다른 디지털 소스 기기를 테스트할 때 레퍼런스로 활약해 주었다. 사실 알고 보면 더욱 화려한 제품들이 수두룩했지만 기준점을 제시해 준 DAC는 세 손가락 안에 꼽을만한데 그중 가장 저렴하면서도 충직한 레퍼런스였다. 그만큼 브라이스턴이 만들어낸 기기들이 얼마나 중립적이며 중용적인 미덕을 지녔는지 증명해 준다.
BDA-3.14는 바로 그 BDA-3 DAC에 BDP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결합한 제품이라고 생각하면 편리하다. NAS 및 USB 드라이브 등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 코부즈, 타이달, ROON 및 인터넷 라디오까지 지원한다. 갈수록 음원 재생보다는 스트리밍으로 재편되고 있는 이 분야 트렌드를 볼 때 BDA-3의 출중한 DAC 성능에 BDP의 기능적인 면까지 흡수한 BDA-3.14다.
이 제품 테스트 당시엔 B&W 802D3를 사용했고 앰프도 같은 브랜드인 브라이스턴의 28B3 모노 블럭 파워앰프를 사용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 직결을 해보았는데 상당히 설득력 있는 소리를 내주었다. 사실 브라이스턴의 특성이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난 조합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이 외에도 여러 시스템에서 브라이스턴의 디지털 소스 기기를 들어보았는데 항상 브라이스턴의 사운드는 변함이 없다. 매우 정직하고 착색이 없는 소리. 하지만 심지가 곧고 묵직한 펀치력, 단단한 밀도 등 여러 면에서 흠잡을 곳을 찾기 힘든 소리를 들려주는 DAC. 요컨대 바꿈질을 멈추게 해줄 수 있는 소리인데 기능적으로 좀 더 파헤쳐 보고 싶은 욕심이 들기도 한다. HDMI 입/출력이 있어 영상물을 고품질 사운드로 즐길 수 있게 해준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T+A DAC 8 DSD : 코난
최신 T+A의 사운드를 가장 인상 깊게 느끼게 된 계기는 바로 T+A DAC 8 DSD부터였다. 오디오 쇼에서 YG 어쿠스틱스 카멜 2 스피커와 당시로선 생소했던 압솔라레 하이브리드 진공관 앰프들의 조합에서 DAC 8 DSD가 오렌더 뮤직서버와 함께 자리를 빛냈다. 물론 스피커와 앰프가 펼쳐내는 하모니가 워낙 독보적이었지만 작은 사이즈의 DAC 8 DSD도 또한 당시 소리에 꽤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T+A와 인연은 DAC 8 DSD 와 PDP 3000HV부터였고 최근 들어 T+A의 여러 제품들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되면서 여러 제품들을 테스트해볼 기회가 생겼다. T+A, 이름부터 생소한 이 글자는 독일어로 ‘Theorie’와 ‘Anwendung’의 이니셜이다. 영어로 말하면 ‘Theory’와 ‘Applications’, 즉 이론과 응용이라는 의미다.
과학적 이론을 가정용 음향 기기에 접목해 최고 수준의 하이엔드 오디오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브랜드 네이밍에 그대로 드러난다. 실제로 T+A는 “우리는 사실 과학자입니다”라고 말한다. T+A의 국내 소개는 주춤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T+A의 전 세계 오디오파일들의 평가는 오래전부터 무척 긍정적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몇몇 하이엔드 메이커들이 존경하는 메이커 중 하나가 T+A다.
그중에서 최근 들어 T+A를 전 세계에 한 번 더 알리게 된 계기는 뭐니 뭐니 해도 DAC 8 DSD이다. 미국 하이엔드 오디오 매거진 스테레오파일에서 추천 기기 목록에 올랐던 것도 돋보인다. 당시 dCS, EMM Labs 및 플레이백 디자인 등 쟁쟁한 가격대 하이엔드 소스 기기 사이에서 훨씬 더 저렴한 가격대의 DAC 8 DSD가 선정된 것.
DAC 8 DSD의 가장 특이한 점이라면 PCM과 DSD 음원의 DA 컨버팅 프로세스를 완전히 독립적으로 설계했다는 점일 것이다. PCM의 경우 버브라운 칩셋을 채널당 두 개씩 총 네 발 사용해 처리한다. 한편 DSD의 경우 자체적으로 직접 개발한 디스크리트 칩셋을 통해 변환된다. True 1비트 DAC를 사용해 변환하는 방식이며 디코더도 직접 개발해 채용했다. 이 외에도 자체적으로 개발한 여러 필터를 통해 다양한 음질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FIR 필터와 Bezier 필터인데 특히 Bezier 필터에서 보다 좋은 소리를 즐길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
전체적으로 이 DAC는 훌륭한 밸런스 위에 무척 자연스럽고 세밀한 분해력이 빛난다. 특히 DSD 음원을 많이 듣는 사람들에게 추천할만한데 DSD128로 녹음해두었던 LP 음원도 무척 맛깔나고 생생하게 재생해 준다. 아니나 다를까 최상위 라인업 중 PDD 3000HV에서 DAC만 떼어낸 것이 DAC 8 DSD였다. SACD나 CD를 듣지 않는다면 PDP 3000HV의 소리를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 추신
전통적인 보수적 하이엔드 오디오파일들은 여전히 분리형을 선호하며 단독 DAC와 뮤직서버 및 스트리머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필자가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되레 올인원 기기들이었다. 게다가 내장 DAC를 필요로 하지 않는 스위칭 앰프들의 약진이다. 웨이버사 W Slim LITE가 대표적인 케이스고 나드 M33도 향후 이런 유의 소스 기기 일체형 제품들이 고가 하이엔드 제품들에서도 추구될 것이라 예견하게 만들었다. 더불어 하이파이로즈의 RS150은 이른바 ‘보이는 오디오’라는 컨셉의 제품으로 1년 내내 화제를 뿌렸다. 개인적으로는 W 코어는 ROON 코어로 확실히 자리를 잡았고 이 외에 마이텍 맨해튼 II DAC 및 W DAC3C 등을 재밌게 사용했다. 최근엔 마이트너 DAC까지 추가되어 한층 다양하게 즐거운 음악 생활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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