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의 막 형성 억제하는 립밤으로 코로나19 확산 예방
그렇다면 립밤은 어떤 원리로 비말이 튀어 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한 해답은 최근 비말이 어떻게 감염의 매개체로 사용되는지를 조사한 대만 연구진의 연구결과에서 찾을 수 있다.
대만 국립 츠아오퉁(Chiao Tung) 대학의 쭈 퐈옌 탄(Zu Puayen Tan)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20초 이내의 짧은 대화 속에서 발생하는 방출되는 침방울의 숫자가 한 번의 기침에서 배출되는 침방울의 숫자와 비슷하다는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탄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짧은 대화 속에서 나오는 침방울의 확산 거리는 불과 2초 만에 약 1.3m 정도를 나아가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확산 거리는 기침할 때 튀어 나가는 침방울의 거리와 비슷하다는 것이 탄 교수의 설명이다.
대화할 때 방출되는 침방울의 확산 거리만큼이나 침방울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지식도 비말을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도움을 줄 수 있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의 마누 아브카리앙(Manouk Abkarian) 박사와 연구진은 대만 연구진이 침방울의 확산 거리를 연구했던 비슷한 시기에 침방울의 생성 과정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침은 이미 알려져 있다시피 물이 주성분이고 0.5% 정도만이 효소와 같은 다른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물이 99.5%를 차지한다고 해서 일반적인 물과 같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적당한 점성을 가지고 있어서 물과는 달리 자신의 형태를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침은 두 입술 사이에 고여 있다가 입술이 열리면 일정한 침의 막이 형성된다. 그후 입이 더 벌어지면서 침의 막이 얇아지다가 실 모양으로 갈라지게 되는데, 이 때 목구멍에서 올라오는 공기의 흐름에 의해 분리되어 밖으로 날아가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침방울이 형성되는 과정에 대한 정보는 비말을 줄일 수 있는 방법에도 도움을 준다는 것이 아브카리앙 박사의 설명이다. 그는 보고서를 통해 “입술보호제인 립밤이 침방울의 형성을 4분의 1이나 줄인다”라고 밝혔다.

립밤은 물을 싫어하는 소수성 물질이다. 따라서 입술을 벌렸을 때 침의 막이 형성되는 경향을 줄여준다. 불가피하게 대화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입술에 립밤을 칠하는 것이 침방울의 형성 및 전파를 줄이는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것이 보고서의 핵심 내용이다.
물론 기침이나 대화를 통한 비말의 전파는 상당히 복잡한 과정이고, 그에 대한 완벽한 이해에 도달하려면 아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그 어떤 것이라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립밤을 바르고 대화하는 것은 최소한의 예방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보여진다.
글: 김준래 과학칼럼니스트/일러스트: 유진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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