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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식 칼럼] '쏘렌토 하이브리드만 빼고'

2020.02.25. 15:08:18
조회 수
 526

최저, 최고 가격대로만 표시된 신형 쏘렌토의 자료를 보고 놀랐다. 다른 건 몰라도 우리나라 최초의 SUV 하이브리드 모델의 가격이 너무 착했다. 트림에 따라 조금씩 달랐지만 디젤과의 차이가 보통은 150만원대였고 최고급형은 120만원에 불과했다. 토요타 브랜드의 인기 모델 라브4는 가솔린 3590만원, 가솔린 하이브리드는 4690만원이다.

다른 경우지만 1000만원 넘게 차이가 난다. 가솔린이나 디젤을 베이스로 하는 파생 하이브리드카 대부분이 비슷한 가격 구조를 갖고 있고 국산차도 보통은 500만원 가량 차이가 난다. 옵션 패키지의 구성에 따른 차이가 있고 디젤차가 원래 더 비싼 것도 있지만 기아차 신형 쏘렌토의 가격 구성은 처음부터 이상했다. 기아차 관계자에게 하이브리드의 가격이 이렇게 쌀 수 있느냐고 몇 번을 묻고 확인했었다(디젤 가격과 비교했을 때다).

"가격이 워낙 착해서인지 사전 계약 절반 이상이 하이브리드"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처음 나오는 SUV 하이브리드를 띄우기 위해 기아차가 작정을 하고 대드는 구나 정도로 생각했다.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신형 쏘렌토는 사전 계약 첫날 1만8941대가 사전 계약됐고 이 가운데 1만2200대(64.4%)를 하이브리드로 채웠다.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기아차는 '직원의 실수'라고 얘기하지만 간단치 않은 일이다. 직원 누군가가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복합 연비가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기준에 맞는 에너지 소비효율 기준'을 충족 시키지 못했는데도 개별소비세 감면분을 공제한 '세제 혜택 후'의 가격대를 표시했고 기아차는 이대로 사전 계약을 받았다.

다음 날 뒤늦게 이를 알아 챈 기아차는 신형 쏘렌토의 사전 계약을 중단했지만 계약을 완료한 1만2000여명에게는  하이브리드카에 지원되는 개별소비세 100만원, 교육세 30만원, 부가세 13만원 등 총 143만원을 물어줘야 할 처지가 됐고 그만큼 차 가격도 오르게 됐다.

기아차는 이 차액을 사전 계약자에 보상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지만 사전 계약자 중 등록을 할 때 감면받아야 할 돈, 운행 단계에서의 혜택, 연비 차이에 따른 추가 연료비까지 보상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황당한 일은 단 0.5km/ℓ로 발생했다.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인증 연비는 15.3km/ℓ, 그러나 개별소비세 감면을 받기 위해서는 15.8km/ℓ 이상이어야 했다.

기아차라는 거대 기업이 이런 실수를 했다고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아서인지 음모론도 나온다. 사전 계약 대수를 띄우려고, 신차를 내놓으면서 할인을 해주는 모양새가 남사스러워서 편법을 썼다는 따위다. 여기까지는 기아차와 사전 계약자의 문제고 쏘렌토 하이브리드 사태를 보면서 짚어볼 것이 하나 보였다.

일반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분류돼 세제 감면, 운행 단계의 혜택을 받으려면 10인승 이하의 승용 또는 승합차여야 하고 에너지 소비효율 기준에도 맞아야 한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탑재한 모델도 예를 들어 1000cc 미만의 복합 연비는 19. ㎞/ℓ, 1600cc 미만이면 15.8㎞/ℓ 이상을 충조시켜야 한다.

경유차와 LPG차의 기준은 또 다르다. 정부가 엄청난 규모의 예산을 친환경 자동차 구매에 투입하는 것은 연료 사용이 그나마 적은 자동차 구매를 유도해 환경을 보전하고 에너지를 절감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연비가 쏘렌토 하이브리드보다 3.5㎞/ℓ나 낮은 11.8㎞/ℓ의 하이브리드카는 세제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배기량이 2000cc를 넘으면 된다. 1600cc를 초과하고 2000cc 미만이면 14.1㎞/ℓ면 된다. 이 기준으로 15.5㎞/ℓ나 되는 쏘렌토 하이브리드도 못 받는 개별소비세 감면 혜택을 받는다. 90만원까지 취·등록세 할인도 받는다. 배기량 2000cc, 그 이상의 엔진을 탑재한 국산 가솔린 세단의 평균 연비가 11.8㎞/ℓ 이상인 모델도 제법있다. 

배기량 2497cc의 현대차 그랜저도 복합연비가 11.9 km/ℓ나 되는 모델이 있다. 지금 기준이라면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친환경 타이틀로 개별소비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보다 근소하지만 연비가 좋다. 배기량을 따지지 않는다면 더 뛰어난 연료 효율성을 갖춘 모델은 수두룩하다.

대기환경 개선, 에너지 절감이 목적이라면 하이브리드라는 이유만으로 배기량으로 나눠 11.8㎞/ℓ의 대형 승용차에 혜택을 주기보다는 배터리나 모터와 같은 2차 폐기물없이 15.0 km/ℓ 이상의  연비를 발휘하는 준중형 또는 소형 세단에 더 큰 혜택을 주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야 하이브리드카 기준의 연비를 갖춘 일반 순수 내연기관차는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하고 순수 내연기관차의 연비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단지 하이브리드카라는 이유로 '쏘렌토 하이브리드만 빼고' 적지 않은 혜택의 대상이 되는 이상한 일들이 줄어들 것이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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