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사이에 이어폰 시장은 유선에서 무선으로, 또 단순한 무선에서 ANC(Active Noise Cancelation) 기능이 탑재된 무선 제품으로 급격히 변화가 되어 왔습니다.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은 알게 모르게 소음으로 가득차 있는데, 심지어 한적한 시골이라고 생각하는 곳에서조차 풀벌레 소리, 바람 소리 같은 자연에서부터 들려오는 수많은 소음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물론 그런 자연의 소리를 '소음'이라고 인식하는 사람은 그다지 없지요. 하지만 내가 원치 않을 수도 있는 소리라는 측면에서라면 자연의 소리 역시도 소음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소리가 소음으로 인식되는 것은 개인만의 공간이 부족한 요즘 시대의 특성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시끄러운 지하철 안에서, 버스 안에서, 심지어 학교 도서관 안에서까지 사람에 치이는 경험을 하는 분들은 나만의 공간을 찾게 되는데, 그 중 가장 영향을 미치는 것이 청각적인 영역입니다. 외부 자극이 들어오는 통로는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 등이 있고 그 중 대부분 개인적으로 컨트롤이 가능한(보기 싫은 건 눈 감으면 되는 식으로요) 감각입니다. 그러나 후각이나 청각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항상 열려 있기 때문에 듣기 싫어도 들어야 하고, 맡기 싫어도 맡아야 합니다. 그 두 가지 감각 중에서 청각은 이제 ANC 기능으로 어느 정도 컨트롤이 가능해진 셈이죠. 특히 애플의 에어팟 프로의 등장으로 원치 않는 소음의 차단을 경험한 소비자들 입소문을 통해 소음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애플 에어팟 프로만이 그 해답이냐,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젠 수많은 ANC 지원 이어폰과 헤드폰이 나와 있고, 에어팟 프로나 맥스보다 더 뛰어난 성능을 가진 제품들도 이미 다수 존재합니다. 아니면 비슷한 성능에 보다 저렴하거나, 더 좋은 음질을 제공하거나, 심지어 둘 다인 제품도 있지요. 저는 에어팟 프로2가 등장하기 전인 2022년 10월 초에 프로1을 구입하느니 일단 에어팟 프로보다 괜찮은 다른 걸 산 다음에 프로2가 나오면 갈아 타자라는 마음으로 사운드코어의 리버티3 프로를 구입했습니다. 어느 덧 5개월이 넘었는데 원래 예정대로 저는 지금 에어팟을 샀을까요? 결론은 리뷰 끝자락에....^^
이제 여기서부터는 앤커 사운드코어 리버티 3 프로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박스 패키지는 꽤 고급스럽습니다. 박스는 옆 부분을 잡고 젖혀 여는 방식인데, 자석 방식이어서 다른 박스에 비해 편하고, 오래 사용할 수가 있습니다. 보통의 박스는 종이가 구겨지거나 닳게 되는데 자석 방식이어서 거의 영구적으로 박스 손상 없이 여닫을 수 있을 듯해요.
박스 전면에는 제품 이미지가 선명하게 촬영된 사진이 있고, 무선 고해상도 오디오 로고가 있고, ACAA 2.0, HearID ANC, 최대 32시간 재생 시간 같은 기능적인 설명이 써있습니다.
박스를 열면 오른쪽에 이어버즈, 휴대용 충전 케이스가, 중간에 4종류의 이어팁과 4종류의 이어윙, 왼쪽에는 서랍장 안에 손잡이가 달린 구성품들이 들어 있습니다. 이어팁은 XS, S, M, L, 이어윙은 모양이 서로 달라서 귀 모양에 맞춰서 다양하게 구성할 수가 있을 겁니다. 저는 귓구멍이 크고, 귓바퀴도 커서 L사이즈의 이어팁과 저 사진 상에서 가장 아래에 있는 고리 모양의 이어윙을 각각 장착했습니다.
박스를 열면 왼쪽 서랍장 안에 퀵스타트 가이드, 안전 경고 문구, USB A to C 케이블 등이 들어 있습니다. 퀵 가이드는 여러 번 접혀 있어서 펼쳐 보면 꽤 충실한 편입니다. 다만 영어로 써 있어서 이어폰을 처음 구입하시는 분들에게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겠습니다.
휴대용 충전 케이스는 크지 않은 조약돌 모양입니다. 손에 쥐기 좋고, 매트한 재질이어서 손에서 미끄러지지는 않습니다. 한가운데 사운드코어 로고가 꽤 크게 있고요, 앞쪽에는 3개의 LED가 있어서 충전 상황과 남은 배터리 용량 등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사진에는 안 보이지만 뒤쪽에는 충전을 위한 USB-C 단자가 있습니다. 그리고 무선 충전을 지원합니다. 10만원대의 가격에서 무선 충전을 지원하는 제품이 그리 흔하지는 않은데, 편의성이 꽤 높습니다. 사용해 본 결과 충전용 케이스의 만족도는 꽤 높습니다.
충전용 케이스를 열면 이어버즈가 이런 식으로 위치하게 됩니다. 충전단자의 위치가 이어폰의 뒤쪽에 있어서 사용한 후에 90도 회전시켜서 꽂아야 합니다. 그게 처음 사서 적응할 때까지 좀 귀찮습니다. 에어팟이 사용한 그대로 꽂아 충전하는 것에 비해서는 확실히 불편합니다. 그리고 모양을 정확히 잡아 주지 못하기 때문에 이어버즈를 케이스에 꽂아도 충전이 안 되는 경우가 간혹 생깁니다. 그래서 몇번씩이나 위치를 확인하고 충전기에 정확히 들어앉아서 내부 LED에 불이 들어오는지를 확인해야 하기도 합니다.
이건 사용하면서 꽤나 불만족스러운 부분이었습니다. 특히 이어팁과 이어윙을 대형으로만 쓰는 저 같은 사람은 더 자주 겪게 될 문제이기도 합니다.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충전 케이스의 내부가 꽉 차서 충전 케이스 상단의 슬라이드를 덮을 때 이어윙 내지는 이어팁을 건드리는 문제가 생겨 충전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 문제가 아니라면 충전 속도는 꽤나 빠릅니다. 초고속 충전을 지원해서 15분 충전으로 3시간 음악 감상이 가능합니다. 사용 시간은 지금 기준으로도 꽤 긴 8시간(ANC 기능을 켜고는 6시간)입니다. 다른 보통의 제품들의 일반 모드보다 리버티 3 프로의 ANC 모드 재생 시간이 더 깁니다. 어지간한 이어폰 중에서 리버티 3 프로보다 재생시간이 긴 제품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새로 나온 리버티4의 재생시간이 조금 더 길긴 하지만 충전 케이스 포함한 재생시간에서는 리버티 3 프로가 더 우위에 있습니다.)
이 사진은 리버티3 프로의 오른쪽 이어버즈입니다. 오른쪽에는 붉은색 배경의 R 글자가 써 있습니다. 이 제품의 가장 큰 단점은 바로 이어팁입니다. 이어팁의 재질이 너무 얇아 귀에서 뺄 때마다 양말 벗어지듯 훌떡훌떡 뒤집어진다는 것입니다. 이게 한두 번 어쩌다 생기는 게 아니라 거의 매번마다 뒤집어집니다. 제 속도 뒤집어지고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저도 이어팁을 다른 제품으로 바꿨네요. 제품 출시가가 10만원대 후반, 지금도 15만원 정도 하는 제품인데(저는 쿠팡에서 반품 제품으로 12만원에 샀지만) 그래도 이런 이어팁을 제공한다는 게 납득하기가 어렵습니다. 이건 앤커에서도 분명 수정을 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이어버즈 구석에 'POWERED BY ACAA 2.0'라는 문구가 써 있습니다. 그럼 여기서 ACAA가 뭔지를 알아 봐야겠지요. ACAA는 앤커의 마케팅 용어인 것으로 생각합니다. 리버티 3 프로에 적용된 BA(Balanced Amature Driver)+DD(Dynamic Driver) 구조를 앤커에서 ACAA 라고 이름 붙인 거겠지요. 대부분의 BA+DD 구조가 사운드의 결합도 문제로 인해 구현하기가 쉽지 않은데 2.0 이라는 것은 최소한 첫 번째 제품 이후로 뭔가 개선이 되어 두 번째 제품을 내놓은 거라고 봐야겠지요.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DD는 단단한 저음 영역을, BA는 중음과 고음 영역을 담당하여 각각의 소리를 출력합니다. 구조상의 문제라고는 하는데 그런 것까지 여기서 설명할 필요는 없을 거고, 이론적으로는 완벽한 구조지만 실제 소리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튜닝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 제조 방식이라는 것까지만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그래서인지 후속작인 리버티4의 경우 BA를 제거하고 DD를 2개 사용했습니다)
리버티 3 프로의 소리는 어떠할까요. 앤커 사운드코어 제품이 그러하듯 저음이 강하고, 고음도 강합니다. 특히 이 제품은 고음이 굉장히 귀를 자극합니다. 저음 빵빵하고, 해상력 좋고, 다이내믹 특성도 훌륭한 편인데 고음이 굉장히 쏘고, 치찰음이 강하게 들리기 때문에 음악을 편안하게 듣기 위해서는 반드시 EQ 설정을 바꿔 주어야 합니다. 밑에 적은 SPACE Q45의 경우도 그렇지만 이 제품 역시 EQ 설정은 필수입니다. 제 EQ 설정값은 아래에 따로 알려드리겠습니다.
리버티 3 프로의 소리는 상당히 해상력이 좋습니다. Hi-Res 인증을 받았다고 하는 걸 자랑하는 게 허언은 아닌 모양입니다. 물론 Hi-Res 인증이 실질적으로 홍보용 이외의 효과는 없다고 생각은 합니다만 그래도 괜히 좋아 보이는 느낌적인 느낌은 있습니다. 그리고 저음을 때려 주는 느낌도 나쁘지 않기 때문에 적당한 밸런스만 잡아 주면 가격대에서 찾기 힘든 음질을 보여 줍니다.
또한 노이즈 캔슬링의 효과가 엄청나기 때문에 실제로 외부에서 음악을 들을 때는 거짓말 조금 보태서 시공간을 초월한 듯한 현상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도로에서 들리는 소음의 거의 모두 제거해 주고, 지하철의 소음 역시도 안내방송을 제외하고는 거의 느끼질 못합니다. 물론 음악을 꺼 놓은 상태에서라면 약간의 소음이 들리긴 합니다만 음악을 일단 재생하면 아무리 귀를 쫑긋 세운다고 해도 지하철 안내방송 못 듣습니다. 노이즈 캔슬링 성능으로만 놓고 보면 정말 30~40만원대 제품 부럽지 않습니다.
저는 리버티 3 프로를 구입한 후에 집안에서 음악을 듣지 않으면서도 귀에서 이어폰을 빼지 않았습니다. 집이라고 해서 조용하다고 생각하는 건 정말 착각이더라고요. 24시간 돌아가는 냉장고 소음, 주변 도로에서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 옆집/뒷집/윗집에서 물 쓰면 들리는 파이프에 물 흐르는 소리 등등 평소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소음을 리버티 3 프로를 쓰고나서 알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알아 채지 못했던 소음들이 리버티 3 프로를 사용하고나서부터 체감이 되고 있습니다. 리버티 3 프로는 노이즈캔슬링만 켜놓은 상태로도 3M 소음귀마개 못지 않은 차음성을 제공합니다. 음악을 켜지 않고 노이즈캔슬링을 켜 놓고 있다가 배터리가 다 돼서 이어폰을 빼면 정말 수많은 생활소음에 깜짝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나머지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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