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 철원의 한 산자락,
50년 가까이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의 묘소를
지키고 있는 제자들이 있습니다.
토성초등학교 22회 졸업생들의 이야기입니다.
이들은 매년 낫과 갈퀴를 챙겨 산에 오릅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단 1년을 함께했던
고(故) 이병덕 선생님을 찾아가기 위해서입니다.
젊은 여자 선생님은 늘 아이들과 함께 땀 흘려 뛰어놀았고,
뒤처지거나 외로운 아이가 없도록
한 명 한 명을 따뜻하게 살폈습니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선생님이 건넨 마음은
어린 제자들의 기억 속에 깊이 박혔습니다.
그러나 이듬해 겨울,
선생님은 연탄가스 사고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어린 제자들은 당시 26살이었던 사랑하는 선생님과
서툰 작별을 해야 했습니다.
그로부터 몇 년 뒤, 중학생이 된 제자들은
잡초에 무성히 뒤덮인 선생님의 묘소를 발견했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그 자리에서 풀을 베어냈고,
그날 시작된 작은 손길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계절이 돌고 돌아 해가 바뀌어도
제자들은 변함없이 산을 찾았습니다.
처음에는 눈에 밟히는 풀을 베는 일이었지만,
어느새 그것은 선생님을 잊지 않겠다는
평생의 약속이 되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묘소가 무연고 묘로 정리될 위기에 놓였을 때도
제자들은 선생님을 외롭게 두지 않았습니다.
유가족의 허락을 구해 볕이 잘 드는 곳으로 모시고
새 비석까지 정성껏 세웠습니다.
어느덧 환갑을 훌쩍 넘긴 제자들,
하지만 선생님을 찾아 산에 오르는 발걸음은
치기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늘 한결같습니다.
선생님과 함께한 시간은 단 1년이었지만,
제자들의 마음에 깊이 남은 따뜻함은
50년이 지난 지금도 그들의 손길 속에서
눈부시게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함께 보낸 시간의 길이가 아닙니다.
그 시간 속에 꾹꾹 눌러 담은
'진심'의 무게입니다.
진심 어린 따뜻함은 세월의 풍화 속에서도
결코 사라지지 않으며, 누군가의 삶과 걸음걸이 속에
고스란히 남아 오래도록 살아 숨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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