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타러 가는 길목에 금속으로 만든 아치형 덩굴식물 터널이 있습니다. 평소에는 덩굴식물 터널에 관심이 없어서 그냥 지나쳤었는데 오늘은 덩굴식물 터널에 무엇이 심어져 있는지 궁금해서 터널 안쪽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놀랍게도 지금은 잘 볼 수 없는 조롱박이 엄청 많이 열려있었습니다.
예전 제가 어렸을 때 강원도가 고향이신 외할머니는 작은 마당에 늙은 호박과 조롱박을 심으셔서 가을이 되면 덩굴을 제거하고 늙은호박과 조롱박을 수확하셨었습니다. 늙은 호박은 햇볕이 들지 않는 서늘한 곳에 보관하다가 겨울이면 속을 파내서 씨앗은 깨끗하게 씻은 뒤 말려서 간식으로 먹었고 늙은 호박은 푹 삶아서 찹쌀 넣고 호박죽을 끓여 드셨었습니다. 수확한 조롱박은 반을 갈라서 씨앗은 파내고 조롱박 속은 잘라서 채를 썰어 무쳐 먹기도 하고 볶아 먹기도 했습니다. 속을 파낸 조롱박을 냄비에 넣고 충분히 잠기도록 물을 부은 다음 소금 1 수저를 넣고 끓이셨습니다. 소금을 1 수저 넣고 끓이면 조롱박이 더 단단해진다고 합니다. 잘 삶은 조롱박은 꺼내서 찬물에 담가 열을 식혀주고 호롱박 속은 수저로 한 번 더 긁어 내고 호롱박 겉면을 작은 칼을 사용해서 껍질을 벗겨낸 다음 그늘에 잘 말려서 표주박(요즘으로 치면 바가지)을 만드셨었습니다.
오늘 덩굴식물 터널에 열린 조롱박을 보니 돌아가신 외할머니 생각도 나고 어린 시절 추억들도 떠오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