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되감기 버튼을 누를 수 있다면
항상 월요일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우리 엄마!
기억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과거의 일만 반복하여 말씀하시는
일이 잦아져서 마음이 아려요
언제나 둥글게 웃으며
"우리 큰딸 왔나?"하고 안아주시던 일은
벌써 잊으신 채 반수를 맞이하신 우리 엄마!
한 달 전 금쪽 보다 귀한 손자가 태어나
예전에 엄마가 하신 것처럼 딸과 손자를
보살피려니 몸이 아주 고되어요
사실 여태껏 전 엄마에게
서운한 것이 있었어요
제가 친정에서 산후 조리할 때
입에 맞는 반찬이 없다고, 사위 대접이
시원치 않다는 생각으로 섭섭했어요
엄마가 차려준 그 밥상이 뚝딱
나오지 않았다는 것을, 엄마의 기도로
제 삶을 이렇게 잘 거닐 수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어요
삶의 되감기 버튼을 누를 수 있다면
"엄마,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비위를 맞추어 드리는
것도 벅찰텐데 갓 태어난 손자,
딸과 사위까지 챙겨주시느라 힘드시죠?
정말 감사해요"라는 말을 꼭 하고 싶어요
엄마가 갇혀있던 수렁같이 깊은 과거로부터
이제 올라오세요
제가 엄마를 끌어 올려주는 마중물이 될게요
사랑해요, 나의 엄마!
- 가족 소재 공모전 '그때 미안했어요' 당선작 / 이영혜 -
'마중물'은 순 우리말로 메마른 펌프에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먼저 붓는
한 바가지의 물입니다
혼자 힘으로 나올 수 없는 무언가를
끌어내기 위해 도와주는 역할입니다
엄마가 나를 이끌어 주었듯이
이제는 엄마를 끌어 올리는 내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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