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외롭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

길을 외롭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
길 위에는 하늘이 있고
바람이 있고
낙엽이 있다
더구나 그의 몸속에는
그를 사랑했던 것들이 다녀간
둥글고 아늑한 어둠이 있다
육체를 지나 마음으로 향해 있던 그 길은
살랑이던 낙엽의 언어와
출렁이던 바람의 춤과
하늘의 깊은 눈매까지를 잘 기억하고 있다
길이 외롭게 느껴지는 건
언젠가 그 길을 사랑하고 싶기 때문이다
박남희 시, <길에 관한 편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