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기억나는 음식 하나만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이다음에 딸이 독립해 혼자 살 때 어떤 음식을 해 먹고 살지 나는 모른다.
아마도 배달음식! 소박한 음식이라도 해 먹고 살면 좋겠지만 이미 세상은 많이 바뀌었다.
5분이면 요리가 되고 20분이면 배달이 되는 ‘딜리버리’세상이다.
그런 딸에게 기쁠 때 힘들 때 슬플 때 외로울 때 먹는 레시피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
요리에 관심이 1도 없는 딸이라 만들어 준들 하겠냐마는
솔직히 나 또한 요리에 재능이 없는 엄마라서 굳이 만들어주는 건 자신이 없다.
그래도 딸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엄마가 해준 위로가 됐던 음식이라도 기억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뭐가 있을까? 잠시 생각해본다.
예전 20대 때 엄마와 떨어져 필리핀에 잠시 있었을 때
엄마가 뭐가 젤로 먹고 싶냐고 물었을 때 단번에 오징어볶음이라 했다.
우리 딸은 뭐라고 말할까? 내가 해준 음식 하나쯤 마음속에 저장은 할까?
비록 요리 솜씨는 없어도 딸의 최애 음식인 떡볶이라고 말하려나,
아니면 곱창볶음이라고 하려나?
사실 배달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외롭거나 속상할 때
엄마가 해준 것보다 매운 떡볶이나 곱창을 시켜 먹겠지? 그게 생각나겠지?
그래도 전화해서
“엄마~ 나 엄마가 해준 곱창떡볶이 먹고 싶어~ 지금 당장 갈게~” 라고 해줬으면 좋겠다.
사실 고백하자면, 내 몸이 온전할 때 보다 온전하지 못할 때가 더 많아서
제대로 된 마음과 정성을 다한 밥상을 차려주지 못한 죄책감이 크다.
그래서 바라자면 어디를 가든 어디에 살든
딸이 항상 따뜻한 온기 있는 밥을 먹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연 에세이, <결혼좋니?>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