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다 보면 문득 느끼게 되는 것들

1. 무엇보다 외로운 것은, 일 보고 집에 도착하면 껌껌한 집안 풍경과 차가운 집 온도입니다. 어떠한 소음 하나 없어 불을 켜기 위해 누르는 스위치 소리가 크게 들리는 것. 정말 혼자가 되었다는 그런 기분이죠.
2. 매번 배달만 시켜 먹으니, 엄마가 해 준 반찬의 소중함을 알게 됩니다. 보내 주신 반찬은 잘 먹지 못하지만 엄마의 고생을 생각해서라도 챙겨 먹으려고 합니다. 자취방에 들른 엄마의 무거워진 표정을 볼 수 없기에.
3. 집순이 집돌이가 되어 갑니다. 혼자 있는 공간의 유일한 장점이라면 그 어떤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 때문에 혼술이 잦아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4. 멀어지면서 애틋해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고향 친구, 대학 친구, 자주 싸우던 형제 자매, 이해할 수 없던 엄마 아빠. 그렇게 서로 욕하고 때론 미워하고 하더니 멀어 지니까 애틋해집니다. 때론 몸의 거리와 반대로 마음은 가까워지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5. 알람을 아주 많이 맞추게 됩니다. 깨워 줄 누군가 없다는 것. 어쩌면 사회와 닮은 구석이었습니다. 누군가의 도움 하나 없이 저 스스로 일어나야 한다는 것 말이죠.
6. 한 달 유지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나 하나 먹고 살자는 비용이 이만큼이나 드는데, 몇 식구 먹여 살려야 했던 부모님은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용돈이 적다며 엄마 아빨 미워했던 나를 돌아보며 정말 철이 없었구나…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
7. 나름 소소한 재미를 느끼며 삽니다. 방 한 칸뿐인 작은 공간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재미있는 것을 보면서 느끼는 소소한 행복이랄까요. 삶의 만족은 아주 사소한 것 에서부터 나온다는 걸 깨닫고 있습니다. 가면 갈수록 허황된 욕심보단 최소한의 만족과 안정을 추구하게 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죠.
8. 심한 우울에 시달릴 때, 어딘가에 소속 되었다는 안정감이 그립기도 합니다. 가족의 품이 답답하다며 혼자 사는 걸 꿈꿨지만, 돌이켜보면 답답함이 아니라 따뜻함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문 박차고 나가 막상 부딪쳐 보니 세상은 얼음장이더라구요.

혼자 산다는 것은 가까이 있어서 그런 줄 꿈에도 몰랐던 소중한 사람들의 무게를 느끼는 일인 것 같습니다. 매일 살붙이고 있다가 혼자 나와서야 알게 되는 어리석은 인간에 불과하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동안 곁에서 나를 위해 해주었던 배려와 노고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오늘도 힘을 내어봅니다. 혼자 살아야만 느낄 수 있는 정말 귀한 것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