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얼룩덜룩한 페르시안이라고 생각하기 좋은 이 녀석의 이름은 랙돌이다. 고양이에 대해 그나마 좀 아는 사람들은 얼굴 부위의 짙은 털 때문에 버만 혹은 버만의 교배종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데 오늘 이 글을 통해 이들의 정체는 랙돌이며 어떤 성향을 가졌는지 확실히 익혀두자.
1960년대, 미국의 베이커라는 브리더가 화이트 롱헤어와 버만을 교배해 만들어냈다. 랙돌(Ragdoll)은 봉제인형이라는 뜻인데, 겨드랑이 사이에 손을 넣고 안아들면 봉제인형처럼 몸에 힘을 빼고 축 늘어지기 때문에 이 같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한편 종종 랙돌을 라가머핀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는데, 라가머핀은 랙돌에서 파생된 종으로 랙돌의 자식격이라 볼 수 있다. 이 배경에는 어른들의 사정이 숨겨져 있는데, 당시 랙돌을 개발한 베이커가 랙돌이라는 이름을 상표로 등록한 뒤 자신이 만든 단체를 통해서만 랙돌을 교배하고, 자묘를 분양할 수 있게끔 강제했다(물론 비용도 내야 한다). 이에 반대한 브리더들이 랙돌을 개량한 라가머핀을 탄생시킨 것이다.
파란 눈에 전체적으로 탁한 흰색 털을 가졌으나 귀, 꼬리, 발, 얼굴 부위의 털은 갈색, 초콜릿, 회색, 크림, 레드, 베이지색의 샤미즈 포인트컬러를 지닌 점이 특징이다. 자묘 때는 전체적으로 하얗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각 포인트 컬러가 나타난다. 참고로 버만과 랙돌 구분이 잘 되지 않을 때는 턱을 보자. 랙돌은 털 색이 하얗다.
한편 랙돌은 이중모의 장모종으로 토끼처럼 뽀송뽀송하고 도톰한 털이 특징이다. 하지만 그만큼 털 빠짐이 심하고 엉키기 쉬워서 빗질을 자주 해줘야 한다.
랙돌은 암컷 7kg, 수컷 10kg까지 무게가 나가는 대형 고양이다. 그래서 완전히 성묘로 자랄 때까지 2~3년 정도가 걸리며 최대 4년까지 자라는 개체도 있다. 어느날 갑자기 랙돌의 식사량이 증가한다면 "크려나 보다"생각하고 식사량을 늘려주길 바란다. 평균 수명은 12~17살이다.
한편 랙돌은 역사가 짧은 탓에 연구 자료가 많지 않아서 어떤 질환에 취약한 지 밝혀진 게 없다. 바꿔 해석하면 크게 아픈 곳이 없고 건강하게 자라는 고양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고양이 요주의질환인 비대성심근병증(HCM)에 걸리지 않게 주의해주며, 결석이 생기지 않도록 늘 맑고 신선한 물을 공급해주길 바란다.
귀가 후 개처럼 나를 반기는 고양이를 보고 싶으면 랙돌을 키우라는 말처럼 랙돌은 고양이의 껍질을 쓴 강아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격이 순하고 사람을 좋아하며 장난감을 갖고 노는 것을 즐긴다. 고양이지만 경계심, 낯가림이 적고 공격성도 낮아서 어린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도 키우기 좋으며 심지어 다른 개, 고양이랑도 잘 지내서 합사도 수월하다.
또 얌전하고 느긋한 성격의 개체들을 골라 교배했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여유로운 편이다. 움직이도 느릿느릿하고 안아들면 기다렸다는 듯 몸에 힘을 쭉 뺀다. 한편 이런 느긋함이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하는데, 자칫 게으름을 피우기 쉽다는 것이다.
자기가 할 수 있는 일, 예를 들자면 높은 곳에 올라가거나 간식을 꺼내 먹는 등의 잡일도 스스로 하기 귀찮아서 집사를 부르기도 하고, 정말 심한 개체는 자기 몸을 단장하는 그루밍도 귀찮아해서 개처럼 1~2주에 한 번씩 목욕을 시켜줘야 할 수도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랙돌은 개냥이라서 어릴 때 물과 목욕에 대한 사회화 경험을 시켜줬다면 개처럼 수월하게 목욕을 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개냥이라 산책만 제외하고 강아지처럼 놀아줘도 된다. 랙돌은 개처럼 배를 만져도 화를 내지 않는 친구다. 물론 화를 내는 친구도 있겠지만 다른 고양이에 비해서는 적다. 사람 말을 잘 따르기 때문에 간식을 사용하면 앉다, 기다려, 손 같은 훈련도 가능할지 모른다.
중요한 것은 혼자 방치하거나 혼자 놀게 두지 말고 집사가 같이 놀아줘야 한다는 것이다. 참고로 랙돌은 높은 곳보다는 바닥처럼 낮은 곳을 선호하기 때문에 굳이 높은 캣타워를 살 필요는 없다.
고양이 발톱은 개보다 날카롭다. 개들은 산책으로 발톱을 자주 마모시키지만 고양이는 산책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스크래칭을 열심히 하는 개체라면 발톱이 약간 뭉툭해질 수 있겠지만, 나의 건강, 그리고 고양이의 건강을 위해서라면 발톱을 깎아주는 게 좋다.
참고로 고양이는 발 잡는 것을 무척 싫어하기 때문에 순한 랙돌이라도 발톱을 깎으려고 발을 잡는 순간 발광을 하기 쉽다. 이때 한 사람이 랙돌을 번쩍 들어올리면 봉제인형처럼 축 늘어지는데, 그때 다른 한 사람이 신속하게 발톱을 깎으면 된다.
렉돌 보호자에게 추천하는 고양이 용품
1) 케이디 쉐드킬러2) 케어펫 사랑빗 E13) 라이징테크 바비온 죽은털제거 듀얼터치 V2 브러쉬 장갑4) 데이비스 테라코트 454g (1개)5) 에티펫 버블 목욕시트 휴대용 10매 (1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