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벤트도 있고 자신이 원하는 최상의 PC를 견적내는 이야기가 많네요.
저 같은 경우에는 사실 당장 드림PC를 원하는 상황은 아닙니다. 이미 지금 가진 것이 드림 PC를 살짝 열화시킨 버전이기 때문이죠.
이게 지금 가진 PC의 핵심 구성인데, 보면 좀 특이한 구성이라는 것이 보일 겁니다.
저는 언리얼 엔진 등으로 1인 비디오 게임 제작/3D 애니메이션 제작+영상 편집을 하는 걸 꿈꾸는 사람이고 마침 아예 처음부터 컴퓨터 디자인 쪽에 진로를 잡고 공부하는 동생도 있어서 잘 하는 아마추어와 평이한 프로 사이 수준의 모델링/렌더링에 맞는 PC가 필요했습니다.
게임은 최신 게임은 오버워치 접은 이후로는 안 하고 팀 포트리스 2나 그 이전에 있던 고전 FPS 내지는 평범한 2D 인디 게임을 가끔 하는 정도죠. 그래서 고사양 게임 전용 사양은 필요없고 저렴하면서도 중간 정도의 성능을 가지며 3D 모델/멀티미디어 컨텐츠 렌더링을 목적으로 둔 PC를 원해 작년 2월 쯤에 그냥 부품을 사서 조립해보았습니다.
그래서 직접 조립한 PC의 사양은 다음과 같습니다(위 사진에서 쿨러만 교체한 후 선정리를 실시하였습니다).
CPU: AMD RYZEN 7 5700G
쿨러: 잘만 CNPS5X Performa
RAM: 삼성 DDR4-3200 32GB X2
M/B: AsRock B550M PRO4
PSU: 마이크로닉스 Classic II 600W
GPU: NVIDIA 쿼드로 P2200 D5X 5GB
SSD: Micron 2200 512GB M.2 NVMe + 마이크론 MX500 1TB
HDD: Hitachi Travelstar 5K160 120GB
케이스: 마이크로닉스 EL-1 RAPANG
+ 모니터는 한성 TFG32Q14P를 씁니다. 결점 없는 QHD IPS 모니터를 받는데 성공해서 괜찮군요.
보면 아시겠지만 못 써먹을 정도가 절대 아니나 좀 괴상한 견적이라 최적이라고 말하기는 힘듭니다. 당장 쿼드로가 낀 것부터...
(1) 램은 고클럭 고용량 램이라 문제는 없음
(2) 메인보드가 AsRock의 것인데, 전원 버튼 누른 후 Windows 들어가기까지 지연이 좀 있음
(3) GPU는 채굴붐 막바지에 PC를 사고 모니터 구입에 나름 힘을 준 탓에 원래 목표였던 RTX 3060 이상의 그래픽 카드는 살 수 없어 1060~2060 수준에서 생각 중이었다가 마침 60만원에 마지막 떨이 행사를 하던 쿼드로 P2200이 눈에 들어와서 '어차피 1060 수준이니 뭔가 작업용으로 메리트가 있겠지'라고 생각하고 보증이 끝나가는 2024년 말~2025년 초까지 써먹을 심산으로 샀으나, 2~3개월 뒤 GPU 가격이 폭락해버리고 쿼드로 P2200은 팅김 방지용 ECC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며 그냥 좀 비싸도 2060 12GB라도 사는 것이 더 나았다는 것으로 결론이 났고 이것이 첫번째 문제입니다.
(4) SSD는 메인 SSD 1개를 1TB로 두고 보조 SSD 대신 대용량 HDD를 올려 만든 자료를 저장해야 하는 것이 목적상 더 낫다는 점에서 두번째 문제, 구형 노트북에서 적출한 120GB SATA1 HDD는 도움이 안 되는 장식 수준.
(5) 미니타워 케이스: 마지막 문제로 미들타워 이상으로 케이스를 확장하지 않고 리뷰 상품으로 가지고 있던 미니타워 케이스를 활용한 것으로 인해 조립을 시도하니 쿨러 높이에 제약이 발생하고 대형 공랭/수랭 쿨러를 쓸 수 없어 5800X 이상의 CPU의 100% 성능을 내기 어려워 CPU마저 그나마 가격도 조금 낮고 소모 전력과 발열이 적은 5700G를 선택하였으나, 사실 바라는 건 5800X 이상이었습니다. 그 CPU들의 PCIe 레인 버전이 4.0인 건 덤이고요.
그 당시에는 약간의 아쉬움이 있어도 쓰는 데 큰 문제는 없는 견적이었으나, 얼마 후 졸업과제를 수행할 때 반강제로 인공신경망 관련 주제를 정하며 본격적으로 결점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AI 트레이닝에 동원할 GPU의 VRAM이 5GB에 불과해 데이터셋이 좀 크다 싶으면 이미지 트레이닝이 불가능한 문제가 있어서 결국 집에서 직접 편하게 돌린다는 선택지를 쓸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Novel AI 이미지 제너레이터가 나오게 되면서 비디오 게임 제작에도 슬슬 AI 일러스트가 보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었고 1인 개발을 꿈꾸는 제가 AI가 만드는 자료 확보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또 늘었고요.
마지막으로 동생이 그냥 제가 보조용으로 쓰려던 게이밍 노트북을 가져가서 과제 작업을 하는 것으로 성능 문제를 대처하면서 전문적인 캐드/모델링 소프트웨어를 데스크탑으로 집중 구동할 확률이 낮아져 더 아쉬움이 생겼습니다. 쿼드로를 선택지에 넣었던 이유가 사라진 거죠.
그래서 이번에 제가 현재에야 PC를 맞추게 되면 기존의 렌더링/게임 개발자용 PC 견적 목표에 AI 이미지 트레이닝 목적을 더해 최종 목표로 삼을 견적을 내보았습니다.
우선 첫번째 핵심은 RTX 4080입니다. 절대적인 전력 소모량은 크지 않으면서 16GB VRAM과 그걸 받쳐주는 많은 CUDA 코어 수가 인상적이죠. 4090도 성능이 압도적이라 좋지만 집에서 돌리기엔 전력도 많이 먹고, 어차피 ImageNet 수준의 거대 데이터셋까지 포용하는 만능 AI 연산용 컴퓨터는 그냥 워크스테이션 사양을 생각해야 해서 전 그냥 16GB VRAM에서 만족하렵니다. 제품의 경우 저는 전에 ASUS 그래픽 카드가 라데온이든 지포스든 안정적인 성능을 내는 것을 보고 그냥 무지성 ASUS 카드 선택을 했습니다.
두번째는...네, 케이스입니다. 프랙탈 디자인의 케이스인데 정말 비싸죠. 하지만 꽤나 크고 측면이 불투명하지만 마감이 괜찮으며 안에 수랭 쿨러를 충분히 설치할 수 있어서, 5950X까지 가도 CPU가 제 성능을 내는 데에 문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NZXT 크라켄 쿨러를 박아도 문제가 없습니다. 적어도 지금 선 정리로 애먹는 미니타워 케이스보단 훨씬 만족스럽겠죠.
그외에 메인보드 역시 ASUS 상급 보드를 박고 저장장치도 깔끔하게 하이닉스 P41 1TB + WD의 8TB 고용량 HDD로 정리했습니다. 덤으로 선정리도 쉬워지겠지만 꽤 높은 용량의 풀모듈러 파워서플라이 유닛도 박았습니다. RAM만 지금 가진 것과 똑같네요.
뭐, 사실 지금 와서 업그레이드로 최적 PC를 달성하라고 하면 RTX 3060 12GB로 GPU를 올리기만 해도 최적이 되지만 지금에 와서 이왕 한 번에 맞춘다면 CPU나 쿨러, PSU 같은 것도 더 나은 급으로 맞추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럴 일은 없겠네요 ㅠㅠ
이상 3년 내로 절대 도달할 이유가 없어진 말 그대로 '드림' PC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