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지만 자브라(Jabra)는 150년 역사를 자랑하는 덴마크 코펜하겐에 위치한 GN 스토어 노드(Store Nord)의 자회사 GN넷콤이 2000년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텔레커뮤니케이션 회사입니다. GN넷콤은 1991년 최초의 노이즈 캔슬링(Noise Cancelling) 기술을 개발했고 또 보청기 주력 자회사인 GN리사운드(GN ReSound)가 청력과 관련된 기술을 수십 년간 연구했을 만큼 '소리'와 관련해 다양한 연구를 지속해 온 기업이지요.

자브라는 2000년 들어 NG넷콤에 통합된 후 본격적으로 블루투스 제품과 무선 제품을 개발하기 시작했으며 2012년 들어서는 뮤직 제품을 선보이며 경쟁이 치열한 헤드폰·이어폰 시장에 참전하기 시작했습니다. 소비자용 뮤직 헤드폰과 이어폰을 만든지는 이제 10년 정도밖에 안 됐으니 아무래도 대중적인 인지도는 낮은 편입니다.  

하지만 첫 뮤직 헤드폰인 '자브라 레보/레보 와이어리스'는 저렴한 가격과 훌륭한 디자인, 그리고 가벼운 무게와 수준급 블루투스 음질(레보 와이어리스)로 성공적인 데뷔를 치렀습니다. 국내에서는 당시 주한 덴마크 대사까지 신제품 발표회에 참석하며 홍보에 힘을 보탰던 기억이 나네요. 

첫 제품 발표 이후 자브라는 고음질 헤드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자브라 엘리트 85h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작고 통화 품질이 우수한 자브라 엘리트 65t/75t/85t 시리즈를 연달아 히트시키며 새롭게 무선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이 때는 역시 소니가 MDR 시리즈를 선보이며 가장 인기를 얻던 시기이기도 하죠. 

[자브라가 2012년에 처음 내놓은(국내 출시는 2013년) 스테레오 헤드폰 '자브라 레보 화이트'. 첫 출시작부터 완성도가 뛰어났습니다.] 

■ 자브라, 착용감·무게 대폭 개선한 신제품 출시 

[3가지 색상으로 출시된 자브라 엘리트 7 프로]

그 자브라가 올해 새롭게 라인업을 일신하고 출시한 제품군은 자브라 엘리트 3/엘리트 7 액티브/엘리트 7 프로입니다. 특히 이전 시리즈보다 하우징 크기가 줄어들고 착용감도 강화했는데 자브라 측은 6만2000개에 달하는 귀 형태를 스캔하고그 형태를 분석해 누구나 우수한 착용감을 느낄 수 있는 형태로 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엘리트 7 액티브는 아웃도어에 최적화된 제품인 반면 엘리트 7 프로는 음악감상에 보타 특화된 제품입니다. 리뷰에 사용한 제품은 자브라 엘리트 7 프로(운동을 싫어하니까)지만 IP57 수준의 방진·방수를 지원해 일상적인 물기나 땀 정도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전작보다 16% 작아진 부피는 귀에 꼭 맞게 밀착됩니다]

정식 명칭 '자브라 엘리트 7 프로(Jabra ELITE 7 PRO)'는 착용하는 순간 맞춤 이어폰 같이 귀에 쏙 들어가 여백 없이 꽉 들어찹니다. 엘리트3보다 살짝 묵직하지만 무겁다기보다 오히려 적당한 무게로 고급감이 느껴지는 정도네요. 

귀에 쏙 들어가다 보니 차음 효과도 상당합니다. 6세대에 걸쳐 소형화된 자브라 엘리트 7 프로는 전작보다 크기가 16%나 줄었다고 하는데 이어버드 한 쪽의 무게는 5.4g으로 느껴지는 무게와 달리 상당히 가볍습니다. 

제품 색상은 티타늄 블랙, 블랙, 골드 베이지 3종류지만 저는 아무래도 고급스럽고 무난한 티타늄 블랙을 장만했습니다. 

■ 끊김·딜레이 없고 강력한 배터리 인상적

[크기가 작고 납작한 모양이라 주머니에 넣고 휴대하기도 용이하한 엘리트 7 프로. USB 타입 C 충전단자가 앞쪽에 마련돼 있습니다.]

자브라 엘리트 7 프로의 특징은 블루투스 5.2 버전을 사용해 페어링 후 지연이나 끊김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효과도 상당한 편입니다. 물론 보스 QC35 헤드폰이나 소니 WH-1000MX4 같은 정상급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과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트루 와이어리스 이어폰 중에서는 상당한 수준의 소음감소 효과를 제공합니다. 다만 자브라 앱을 설치하고 조용한 환경에서 ANC를 측정해야 제대로 효과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제품을 케이스에서 빼내면 자동으로 페어링 모드가 됩니다. 스마트폰에서 해당 제품을 찾아 연결하기만 터치하면 페어링은 완료되니 간편하지요. 무엇보다 일상 생활 속에서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나온 제품이어서 한 쪽 이어버드만 착용해도 음악감상이나 통화가 가능한 게 좋습니다. 특히 배터리 타임이 8시간에 달해 한 쪽식 번갈아 사용하면 16시간이라는 '변강쇠 사용시간'을 자랑합니다. 물론 16시간은 스테레오 음악감상이 아닌 통화용 무선 이어셋 용도로 활용할 떄의 시간이지만 그만큼 업무용·통화용으로 사용하기는 이 만한 제품이 없는 듯합니다. 저도 회상에서 항시 양 손을 타이핑하거나 해서 히어스루 모드로 장시간 착용하게 되네요. 

제품을 좌우 모두 착용한 상태에서도 왼쪽 이어버드 물리 버튼('Jabra'라고 새겨진 바깥쪽 전체)을 한 번 누르면 마이크를 통해 외부 소음이 함께 들리는 '히어스루' 모드가 활성화됩니다. 자전거를 타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사무실에서 일하는 등에도 주변 대화 소리를 또렷하게 들을 수 있어 유용한 편입니다. 자브라 엘리트 7 프로는 그만큼 음악감상 용으로, 통화 용으로도 만족도가 큰 제품이에요. 바깥에서 바람만 강하게 불지 않으면 통화 품질이 상당히 준수한 것 같습니다. 

[자브라 무선 충전패드에 올려놓고 제품을 충전하는 모습]

자브라 엘리트 7 프로의 경우 고급 모델답게 무선충전 기능을 지원합니다. 리뷰하는 제품의 경우 치(qi) 무선충전 패드가 포함돼 있었는데 요즘은 스마트폰들도 무선충전을 지원하는 제품이 많아 무선충전기를 보유한 이들도 많은 만큼 잠깐씩 집에 와서 충전패드에 올려놓기만 하면 되니 충전 스트레스도 적은 편입니다. 실제 열흘 가까이 사용하면서 중간 중간 충전패드에 올려놓았지 의식적으로 "충전해야지"라고 생각하게 되지 않았어요. 자브라 엘리트 7 프로는 케이스의 배터리까지 사용하면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상태에서도 최대 30시간 동안 외부 충전 없이 사용할 수 있으니 대략 1주일에 한 번만 충전패드에 올려놓는 것만으로 충전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 정말 기능 풍부한 앱과 놀라운 사운드·통화품질 제공

[자브라 앱은 제품 찾기, EQ 설정, 청력 측정, ANC 모드 활성화 등 실로 다양한 기능을 제공합니다.]

자브라는 자사 제품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앱에도 상당히 많이 투자하고 있습니다. 다른 이어폰 업체들의 앱과 달리 귀에 꼭 맞게 피팅됐는지, EQ 설정, 내 이어폰 찾기, 청력 테스트,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활성화/비활성화 등등 기능이 무척 풍부합니다. 다른 회사들의 앱들은 안 써도 무방하거나 처음 한 번만 설정하고 쓸 일이 없는 데 반해 자브라의 앱은  기분을 환기시켜 주는 자연음도 앱에서 재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여러 가지로 사용자를 배려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젠하이저/JBL/B&W/B&O 등 앱 많이도 깔아봤는데 잘 안 쓰게 되더라고요.) 

음질적인 부분을 얘기하면, 자브라 엘리트 7 프로는 자브라 엘리트 3와 확연히 급 나누기가 돼 있습니다. 고음이 더 선명하고 저음도 더 단단합니다. 이 차이로 인해 음이 한층 단단하고 또렷하게 들립니다. 앱을 통해 '중저음 증폭'을 선택하면 음의 질감이 달라집니다. 고음역을 높게 하고 여성 보컬을 들으면 목소리가 한결 카랑카랑하게 들립니다. 

이런 EQ로 인한 변화 외에도 기본 음질 자체가 매우 선명하고 또렷하고 여기에 효과적인 외부 소음 제거, 장시간 착용해도 답답하지 않은 착용감까지 어우러져 최상급 만족감을 안겨줍니다. 젠하이저 무선이어폰도 좋지만 너무 둔탁한 이어버드나 케이스가 지금 보면 좀 아쉽긴 해요. 

[2개의 통화용 마이크와 6mm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장착한 자브라 엘리트 7 프로 내부 구조]

필자의 경우 자브라 엘리트 3를 구매했다가 생각보다 훌륭한 음질에 바로 엘리트 7 프로로 기변한 케이스입니다. 

특히 좋은 점은 통화 품질입니다. 보통 트루 와이어리스 이어폰의 경우에는 통화 품질이 나쁘거나 외부 소음이 지나치게 크게 들려 원활한 통화가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엘리트 7 프로의 경우에는 통화 품질이 상당히 뛰어나 항시 핸즈프리 상태로 일하면서 통화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듭니다. 

가령 차 안에서 전화가 올 때 다른 사람이 듣기 불편한 통화의 경우에는 차량 내 블루투스 스피커폰으로 통화하기 곤란한데요. 자브라 엘리트 7 프로의 경우 통화 연결 시 자동으로 히어스루 모드가 켜져 외부 소리와 통화 목소리를 둘 다 잘 살려내 운전하면서 통화하는데도 불편함이 없습니다. 

이 제품 실 구매가 보면 25만원 조금 넘는 것 같은데 아마존에서 저렴한 거 몇 번 구입했다가 이 제품으로 구매하고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엘리트 3는 동서형님에게 드렸는데 형님도 좋아하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