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게이밍 헤드셋 제품을 구입할 때 무선 제품을 찾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스마트폰과 함께 사용하던 이어폰, 헤드폰도 무선화가 본격화 되다보니 걸리적거리는 선이 없는 무선 리시버들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죠. 게이밍 기어도 깔끔한 데스크 셋업과 자유로운 사용감을 강점으로 가지는 무선화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는데요. 주로 한 자리에 두고 쓰는 키보드는 유선제품이 아직은 주력이지만, 사용 시 움직임이 잦은 마우스나 헤드셋의 경우엔 무선 제품이 대세입니다.

하지만 무선 게이밍 헤드셋의 경우엔 사운드 퀄리티나 레이턴시에 관련된 부분들이 항상 아쉬운 경우가 많았는데요. 통신 방식과 코덱에서 오는 한계가 있었기에 유선 제품들이 꾸준히 사랑받아왔었습니다.

그렇지만 젠하이저 EPOS는 당당하게 무선 게이밍 헤드셋인 GSP 670을 선보였고, 음질과 레이턴시에서 모두 자신있는 모습입니다. 음질은 젠하이저의 70년 명성에서 기대해볼 수 있었지만, 무선 제품인데 레이턴시에서 자신이 있다는 부분은 직접 사용해보지 않고서는 의구심을 가질만 한데요. 그래서 직접 GSP 670을 한동안 사용해봤습니다. 이번 글은 젠하이저 EPOS GSP 670 리뷰입니다.

패키지 언박싱

젠하이저 EPOS GSP 670의 박스 패키지는 흰색 배경에 헤드셋 이미지가 전면에 들어간 깔끔한 디자인으로 제작되었습니다. 하단의 파란색 포인트 부분을 보면 역시 젠하이저 계열 제품이라는걸 느낄 수 있는데요. 젠하이저 제품들이 공통적으로 패키지 바닥 쪽에 파란색 포인트 컬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전면 하단에서는 저지연, 최대 20시간 배터리 사용시간, 블루투스 기능을 포인트로 안내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박스 사이드 부분에는 제품 제원이 기재되어 있는데요. 10Hz~23kHz의 넓은 응답 주파수가 가장 눈에 띄는 음향적 사양입니다. 무게는 398g로 수치적인 무게가 아주 가볍지는 않지만 넉넉한 출력과 자체 볼륨 조정이 가능한 무선 게이밍 헤드셋임을 감안하면 납득은 됩니다.

GSP 670은 구입일로부터 2년 보증기간을 제공하고 있는데요. 현재 국내 젠하이저 EPOS 공식 유통사는 필스전자로, 젠하이저 일반 음향제품과 별도로 게이밍 라인업인 EPOS 제품만을 전담하고 있습니다.

박스를 개봉해보면 가장 먼저 GSP 670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또한 딱 맞는 완충재를 적용하여 플래그십 제품다운 고급스러운 패키징을 적용했는데요. 박스 뚜껑 안쪽에도 신경써서 완충재를 적용한 부분은 정말 디테일하면서도 만족도가 높은 구성입니다. 이걸 보니 오히려 일전에 구입했던 젠하이저 일반 음향쪽 헤드폰보다 게이밍 라인이 포장이 훨씬 좋네요.

젠하이저는 올해 2022년 창립 77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70년간 사운드 품질에 대한 자부심으로 만들어진 젠하이저 제품들은 이미 전문가 음향까지 상당히 많이 진출해서 프로들도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저도 젠하이저 헤드폰을 따로 하나 쓰고있을 정도로 디테일한 사운드 표현 부분에선 인정하는 회사죠.

구성품은 사용 설명서와 안전 안내 및 보증 관련 문서, 충전 및 유선 연결용 microUSB 케이블, 수신용 USB 동글, 연장 케이블이 제공됩니다. 수신 동글은 연장 케이블에 꽂혀서 제공됩니다.

디자인 및 둘러보기

GSP 670은 그레이톤 컬러를 사용하여 플래그십다운 무게감을 느낄 수 있는 모습입니다. 전체적으로 마감 품질이 굉장히 좋으며 게이밍 헤드셋이라는 점을 바로 느낄 수 있는 디자인입니다.

유닛과 헤드밴드는 2축 링크 구조를 사용하여 각기 다른 사용자 두상에 안정적으로 착용이 가능하도록 해주고 있습니다. 특히 이런 2축 구조부터는 꽤나 쾌적한 밀착감을 느낄 수 있어 고급형 모델이라면 2축 링크 구조 정도는 넣어주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소재도 메탈로 제작하여 상당히 견고하여 내구성 면에서도 좋은 모습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다.

헤드밴드와 유닛간의 길이 조정도 가능해서 머리 크기에 맞춰 조절할 수 있습니다. 꽤 널널한 범위에서 길이 조절이 가능했습니다.

헤드밴드 부분을 보다가 놀랐던 부분은 정수리 장력 조절이 가능하다는 점이었습니다. 두상에 따라 정수리 부분의 압력 분산 포인트가 다르기 때문에 커스터마이징해서 더 편한 착용감을 찾을 수 있는데요. 정말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쓴 모습입니다.

헤드밴드 안쪽은 매쉬패브릭 소재로 마감되어 있으며, 쿠션감이 살짝 있고 위가 뚫려있어 정수리 부분 통기도 잘 되는 편입니다.

헤드밴드 옆의 플레이트를 교체할 수도 있는데, 현재는 SK Gaming 플레이트만 판매되고 있습니다. 다른 게임단에서도 콜라보해서 플레이트를 내주면 좋겠네요.

이어패드는 하이브리드 타입으로 제작되어 피부에 닿는 부분은 벨루어 재질을, 측면은 인조가죽, 안쪽은 매쉬패브릭 소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부드럽게 피부에 닿으면서도 확실한 밀착을 통해 우수한 차음성을 보여주는데요. 차음성능 덕분에 게임을 플레이할 때 주변음 유입이 확연히 줄어들어 게임에 더 확실한 몰입이 가능했습니다.

좌측 유닛에 일체형으로 장착된 마이크는 사용할 때만 돌려 펴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안에 스위치가 내장되어있어 일정 각도 이상 마이크를 돌려주면 사용할 수 있고, 반대로 접으면 스위치 동작으로 마이크가 헤드셋 단에서 꺼지게(Lift-mute) 되어있습니다.

멀티 마이크를 사용한 GSP 670은 주변 소음 제어가 가능한 마이크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는데요. 덕분에 키보드나 마우스 클릭음을 비롯한 주변 소음을 차단하고 목소리만 쏙 뽑아내어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최근 디스코드를 통해 장시간 음성채팅을 진행해본 결과 통화상대 모두가 마이크 성능이 되게 좋다고 피드백을 해왔는데요. 게임을 플레이하면서의 의사 전달도 완벽하게 가능했습니다.

반대쪽 유닛에는 볼륨 다이얼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볼륨 다이얼은 시계방향으로 돌리면 커지고, 반시계 방향으로 돌리면 소리가 줄어들며 소리를 완전히 줄이면 헤드셋 전원을 끌 수 있습니다.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다이얼을 돌려서 전원을 꺼두면 배터리 낭비가 없어서 좋죠.

왼쪽 유닛 아래에는 페어링 트리거와 동작 인디케이터, 충전 및 연결에 사용되는 micro USB 포트가 있습니다. 트리거로 수신 동글과 페어링을 새로 하거나 블루투스 페어링 모드로도 진입이 가능하고, 동글과의 페어링을 끊을 때에도 사용이 가능합니다.

오른쪽 유닛 아래에는 마이크 볼륨 조절 다이얼과 스마트 버튼이 위치하고 있는데요, 스마트 버튼은 EPOS Gaming Suite에서 프리셋 전환 버튼이나 2.0채널과 7.1채널간의 전환 버튼으로 사용하도록 설정이 가능합니다. 블루투스로 휴대폰과 연결되어있는 경우엔 버튼을 눌러 전화를 받을 수도 있고, 전화를 받으면 일시적으로 수신기쪽이 음소거되고 블루투스 통화 연결로 완전히 전환됩니다. 통화 중 다시 스마트 버튼을 누르면 전화를 끊을 수도 있습니다.

헤드셋 충전은 microUSB를 사용하며 배터리는 동글을 통한 저지연 연결시 최대 16시간, 블루투스 연결시 최대 20시간 사용이 가능하며, 배터리가 없거나 유선으로 사용할 때는 USB 케이블을 연결해서 사용해도 됩니다. 대신 유선 사용시엔 전용 소프트웨어 사용은 불가능합니다.

EPOS Gaming Suite

EPOS Gaming Suite를 이용하면 젠하이저 EPOS 제품들을 커스터마이징하거나 관리할 수 있습니다. 펌웨어 업데이트, EQ 적용 등 유용한 기능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 하나만 설치해서 외장 사운드카드나 헤드셋 제품들도 관리가 가능하니 번거롭게 기기마다 전용 소프트웨어를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점이 좋습니다. 저도 EPOS 외장 사운드카드를 하나 사용하고 있어서 미리 설치해두고 쓰고 있었죠.

사운드는 2.0채널 모드와 7.1채널 모드 전환, 사운드 프리셋이나 9밴드 EQ를 통한 커스텀 설정도 가능합니다. 7.1 채널 모드로 설정하면 확실히 넓어진 서라운드를 느낄 수 있는데, ESPORT 모드에선 발자국 소리 등 일부 음들이 확실히 잘들립니다.

마이크 설정에서는 프리셋을 선택하거나 노이즈 제거 옵션을 사용할 수 있는데요. 노이즈 제거는 2단계로 강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앞서 설명드렸던 멀티마이크 구성을 활용한 기능입니다.

사용해보니

PC나 PS4, PS5와는 USB 수신동글 연결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동글을 사용하면 젠하이저 코덱을 통해 연결되며 2.4GHz 대역을 RF연결하여 동작합니다. 블루투스 연결과 다르게 동글 연결시엔 초저지연 사용이 가능하여 즉각적인 사운드 반응을 느낄 수 있습니다.

대신 일정시간 이상 소리가 나오지 않으면 잠시동안 수신을 중단해서 헤드폰 소리 출력을 완전히 끊고 대기모드로 전환하는데요. 대기모드에서 벗어날 때 동글쪽 신호를 잡는 아주 잠깐동안 소리가 먹히긴 합니다. 실제로 사용해보면 그렇게 불편한 부분은 아닙니다.

초저지연 연결을 지원하는 GSP 670은 리듬게임 플레이도 가능할 정도로 낮은 지연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리듬게임은 일정시간 이상 레이턴시가 생기면 화면과 사운드의 싱크가 틀어져 원활한 플레이가 어렵게 되는데, 특히 정확도 부분에서 많은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문제가 됩니다.

저는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V를 가끔 즐기는데요. 보통은 지연시간 때문에 유선으로 연결된 스피커로 플레이를 합니다. 그런데 GSP 670으로 플레이를 해보았는데 전혀 싱크가 어긋나지 않고 오히려 스피커로 할 때 보다 안정적으로 플레이가 가능해 클리어 정확도도 올라갔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모니터가 165Hz 고주사율 모니터인데, 확실히 눈으로 보이는 부분에서도 고주사율 모니터를 통해 플레이하면서 노트 해상력이 좋은데요. 이 때 무지연에 가까운 초저지연 연결을 지원하는 GSP 670으로 좀 더 몰입해서 게임을 플레이하니 만족도가 확실히 높았습니다.

배그같은 슈팅게임에서는 속칭 사플이라고 부르는 주변 소리를 듣고 플레이하는게 중요한데요. 배그를 플레이해보면 확실히 총성이나 발자국 소리의 방향을 확인하기 수월했습니다. 특히 7.1채널 옵션을 켜지 않고도 2.0채널 모드에서도 방향 파악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을 정도로 서라운드 이미징이 잘 되는 편입니다.

사플이 잘 되니 슈팅게임을 할 때 피격방향 포커싱이 빨라지고, 덕분에 더 적극적인 대응이 가능했습니다. 저가형 제품들에서는 이런 이미징이 조금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확실히 젠하이저가 다듬은 사운드는 이런 소리의 디테일 부분에서 만족도가 굉장히 높습니다. 프로 게임단인 Cloud 9에서도 사용한다고 하니 성능 부분은 확실하다는 이야기겠죠.

블루투스 연결시에는 aac와 apt-x코덱을 이용한 고음질 오디오를 지원합니다. 사용하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도 연결해서 모바일 게이밍 환경에서도 몰입감있는 게임을 즐길 수 있는데요. 특히 apt-x LL(Low Latency)가 지원되는 디바이스에선 저지연 블루투스 연결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AAC 코덱으로 아이폰에 연결해서 음악을 들어보니, 전체적인 사운드 성향은 젠하이저의 예전 레퍼런스 헤드폰 사운드와는 조금 다른, 펀 사운드 성향의 튜닝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저음 부분의 표현이 꽤나 좋은데, 최근 출시했던 젠하이저 헤드폰 중 HD560S의 사운드와 비슷한 느낌입니다. 이전에 HD560S 리뷰에서 소리가 정말 좋다고 칭찬했었던 적이 있는데, 이 사운드를 기반으로 무선화하여 음악감상부터 게임까지 즐길 수 있는 멀티 플랫폼 헤드셋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스펙상 무게가 400g에 육박하는 헤드셋이지만 정수리 압력 조절이나 2축 힌지 등 다양한 부분에서 착용감 개선 요소를 적용한 덕분에 장시간 사용해도 그렇게까지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사운드가 좋아서 장시간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았는데요. 보통 하루에 6시간 이상 사용하게 되어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충전 케이블을 꽂아놓는 습관도 생겼습니다. 배터리 사용시간이 아주 넉넉하진 않다보니 자주 충전을 해주는게 좋습니다.

마치며

젠하이저 EPOS GSP 670은 ‘플래그십 무선 게이밍 헤드셋이라면 이 정도는 만들어야 한다.’를 제대로 보여주는 제품입니다. 무선임에도 30~60ms 수준의 초저지연으로 리듬게임까지 플레이할 수 있을 정도의 반응속도는 일반적인 블루투스 게이밍 헤드셋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만족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주변 소음을 차단하는 노이즈캔슬링 마이크 적용, 최적의 착용감을 위한 헤드벤드 구성, 블루투스 연결로 통화를 하면서 쓸 수 있는 스마트 버튼 등 기능적으로도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최근 GSP 370이 반도체 공급 이슈로 제품의 원활한 유통이 불가능하자 플래그십인 GSP 670을 20만원 미만의 파격적인 가격으로 인하했는데요. 원래 36만원 언저리의 고가의 제품임인걸 감안하면 합리적인 가격에 최고의 게이밍 헤드셋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은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좋은 사운드와 낮은 지연시간, 확실한 마이크 성능을 가진 게이밍 헤드셋을 찾는다면 고려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젠하이저 EPOS 공식 유통사 필스전자에서 제품을 제공받았으며,

리뷰는 직접 사용해 본 경험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