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옆 타공판 위에서 오랫동안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아이템이 있습니다. 바로 소니의 1세대 노이즈 캔슬링 무선 헤드폰인 MDR-1000X입니다. 출시된지는 꽤 되었지만, 노이즈 캔슬링만의 몰입감으로 집중이 필요한 시간에는 늘 사용하고 있는 최애템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어느새 벌써 4번이나 업그레이드된 소니의 5세대 무선 노이즈캔슬링 헤드폰 WH-1000XM5가 출시되었습니다. 사실 1세대 제품도 큰 부족함을 느끼지 못하고 잘 쓰고 있었는데, 그동안 얼마나 많은 개선이 있었을지 궁금증을 안고 한 부분씩 살펴보았습니다.
✅ 패키지
패키지는 친환경 종이 소재로 상당히 간소화되어 있습니다. 고급 제품을 구입했다는 느낌과 언박싱의 묘미는 떨어지지만, 어차피 한 번 뜯고 버릴 포장재들이라 환경을 생각한다면 이런 변화는 바람직하다고 생각됩니다. 현재까지 출시된 노이즈 캔슬링 제품들을 돌이켜보면, 소니가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는 문구가 꽤 설득력 있게 다가왔습니다.
WH-1000XM5의 주요 제품 사양은 다음과 같습니다.
주파수 대역 |
4Hz - 40,000Hz |
배터리 충전시간 |
약 3.5시간 (완전 충전) / 급속 충전 10분 충전시 최대 5시간 연속 재생 |
배터리 수명 (연속 재생 시) |
최대 30시간(NC 켜짐) / 최대 40시간(NC 꺼짐) |
Bluetooth® 버전 |
버전 5.2 |
지원되는 오디오 포맷 |
SBC, AAC, LDAC |
무게 |
약 250g |
패키지를 열어보면 헤드폰 보관 케이스와 동봉된 매뉴얼 박스를 만날 수 있습니다. 헤드폰의 폴딩 기능이 사라지며 케이스의 크기는 조금 넓어졌고, 마그네틱 방식의 덮개가 달려있는 작은 수납함이 추가되었습니다. 케이스 외부에는 눌림에도 쉽게 구김이 가지 않도록 절개선과 접혀지는 라인이 들어가 있습니다.
케이스 내부의 작은 수납함에는 유선 연결에 사용되는 약 1.2m의 케이블과 충전용 USB-C 타입 케이블이 동봉되어 있습니다.
✅ 새로운 디자인
WH-1000XM5를 꺼내봤을 때의 첫 느낌은 '매트하다'였습니다. 이어컵 표면뿐만 아니라 헤드밴드의 레더 부분까지 전부 광택 없는 소재로 통일되어 있는 것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5세대 제품을 실제로 보기 전까지는 그래도 이전 세대의 디자인이 좀 더 취향에 맞는다고 생각했었는데, 역시 같이 놓고 비교해 보니 세월의 흔적들과 함께 올드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디자인 디테일
5세대로 넘어오며 가장 큰 변화가 느껴지는 부분 중 하나가 이전 세대들에서 공유하던 디자인에서 벗어나 새로운 디자인이 적용되었다는 것입니다. 매트한 소재와 더불어 절제된 느낌의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한층 더 현대적인 감성이 느껴집니다. 단계 조절이 사라진 헤드 밴드의 조절 방식은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나뉠 것 같았습니다.
안쪽도 자세히 살펴보니, 이어컵의 연결 부위에는 펠트로 보이는 완충 소재로 마감되어 있어 움직일 때도 부품들의 부딪히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세심하게 디자인되어 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착용감
이어 패드 역시 새롭게 설계된 소프트 핏 레더로, 소파처럼 푹신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기존 이어패드보다 낮은 반발력으로 푹 꺼졌다가도 금세 다시 복원되는 게 독특한 느낌이었습니다. 1세대의 경우 귀 주변을 확실하게 잡아주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번 제품은 제대로 착용한 것인지 다시 확인해 볼 정도로 귀 주변을 압박하는 느낌이 상당히 줄었습니다.
헤드밴드 쪽은 얇아졌지만 적당한 반발력을 갖는 쿠션으로 머리가 눌리는 느낌도 거의 없었습니다. 개인차가 있는 부분이겠지만, 전체적으로 새로운 디자인이 적용되며 단점으로 꼽혀왔던 착용감이 상당 부분 개선되었다고 느껴졌습니다.
✅ 터치 센서 조작
오른쪽 이어컵의 터치 센서를 통해 간편하게 조작이 가능합니다. 두 손가락 터치로 Speak-to-Chat 기능을 켜고 끌 수도 있고, 정전용량형 센서가 헤드폰 착용 여부를 감지하며 벗으면 일시정지되었다가 다시 착용하면 음악이 다시 시작됩니다.
✅ 전용 어플의 편의 기능들
Sony | Headphones Connect라는 전용 어플을 통해 수많은 편의 기능들을 설정해 줄 수 있습니다. 핵심 기능인 노이즈 캔슬링을 단순히 켜고 끄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운드의 허용 수준을 20단계로 조절하는 것도 가능하며, Auto NC Optimizer 기능으로 착용 상태와 환경에 따라 노이즈 캔슬링 자동으로 최적화합니다.
각 이어컵에 마이크가 4개씩 장착되어, 총 8개의 마이크가 주변 소음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HD 노이즈 캔슬링 프로세서 QN1에 통합 프로세서 V1까지 더해졌다고 합니다.
✳️ 360 Reality Audio - 귀 모양의 사진을 찍어 분석하는 기능도 있고, 관련 어플의 3개월 이용권도 제공됩니다. 샘플 오디오의 효과가 너무 인상적이라 기대했었는데, 적용된 음원도 많지 않고, 효과도 기대보다는 별로여서 다소 실망한 부분이었습니다.
✳️ Speak-to-Chat - 말을 하면 목소리를 감지해서 음악이 일시 정지되며 주변음이 허용되는 기능입니다. 설거지를 하고 있을 때 정말 유용하다고 느껴진 기능이었고, 평소에 혼잣말을 많이 한다는 것을 느끼며 기능을 끄기도 했습니다.
✳️ DESS Extreme - 압축된 디지털 음악 파일을 실시간으로 업스케일하는 기능으로, 악기나 음악 장르를 인식해 압축과정에서 손실된 고음역을 복원한다고 합니다.
5밴드 EQ 설정이 가능하며, 설정에 따라 변화가 큰 것도 특징 중 하나입니다. 흔히 얘기하는 음색이 어둡다 / 밝다가 어떤 느낌인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커스텀 EQ 설정값은 해외 커뮤니티에서 추천되고 있는 것으로, EQ만 바꿔도 금세 새로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설정값을 조절해 보며 선호하는 성향을 찾아가는 과정도 흥미로웠고, 앞으로도 조금씩 조정해 보며 취향에 맞는 EQ 값을 찾아가 보려고 합니다.
✅ 블루투스 연결
LDAC 코텍을 지원하여 기존 블루투스 코덱인 SBC에 비해 약 3배 더 많은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무손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까지 더해진다면 가장 좋은 품질의 무선 청취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동시에 2개의 기기에 연결하는 것도 가능해져서 PC로 음악을 들으며, 스마트폰으로 걸려온 전화를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멀티포인트 연결 시에는 LDAC은 사용할 수 없다고 합니다. 테스트를 위해 여러 대의 기기에 연결해 보았는데, 기기 간 블루투스 전환도 빠르고 안정적이었습니다.
✅ 통화 품질 테스트
평소 볼륨 10으로 음악을 듣는 스피커인데 볼륨을 50까지 올려 지하철 소음을 틀어두고 아이폰 11과 비교하여 통화 품질도 테스트해봤습니다. 마이크의 개수가 대폭 늘어난 만큼 관련 기능들의 성능이 올라간 것이 이번 5세대 헤드폰의 특징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 청음 후기
여러 장르의 음악을 들어온 와이프와 함께 청음 해보며, 인상 깊었던 몇 곡을 뽑아봤습니다.
와이프가 선택한 곡은 매시브 어택의 티어드롭이었습니다. 이전 헤드폰으로는 웅웅거리거나 먹먹하게 들렸던 저역대의 구간들이 WH-1000XM5와 갤럭시의 LDAC 조합을 통해 좀 더 명확하고 또렷하게 들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아이폰의 애플 뮤직보다는 갤럭시와의 조화가 좋게 느껴졌다는 의견도 주었습니다.
https://youtu.be/iOf4H82dpxM 예전부터 즐겨듣고 있는 레퍼런스 곡인 레베카 피죤의 Spanish Harlem도 들어봤습니다. 초반부터 더블 베이스의 깊은 울림이 선명하게 느껴집니다. 중반부터 등장하는 쉐이커의 해상도도 좋아진 느낌이었고, 여러 악기들도 잘 분리되어 위치와 음상이 좀 더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
Harry Styles의 As It Was를 애플 뮤직에서 Dolby Atmos가 적용된 무손실 음원으로 들어봤는데, 왠지 볼륨이 조금 작게 느껴지며 공간감은 좀 더 느껴지지만 해상도는 떨어진 인상이었습니다. 유튜브 뮤직으로 들으니 드럼부터 훨씬 선명하게 느껴졌고, 이처럼 스트리밍 서비스에 따른 음원의 차이도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몇 번 들어보다 이전 세대 제품으로 다시 들어보니 역체감이 상당했습니다. 음역대의 위와 아래가 잘리고, 전체적으로 소리가 뭉툭해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 단점을 찾아보자면
블랙 색상의 경우 매트한 만큼 유분이 눈에 띄게 묻어나는 경우도 가끔 있었지만, 가볍게 한 번 닦는 것으로도 쉽게 없어지기도 했습니다. 드라이버의 구경이 40mm에서 30mm로 줄어든 것도 아쉬운 부분이긴 하지만, 마이크가 대폭 추가된 만큼 무게와도 관련 있는 부분이고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으로 탈바꿈하면서도 이 정도의 퍼포먼스를 보여준다면 충분히 납득 가능한 부분이었습니다.
✅ 몰입과 집중을 위해
무선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이 주는 자유로움과 몰입감은 상당합니다. 걸리적거리는 선도 없고, 방해되는 소음도 들리지 않는 온전하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레드 데드 리뎀션 2를 플레이하며 착용해 봤더니, 초원을 박차며 달려가는 묵직한 저음의 말발굽 소리만 듣고 있어도 힐링이 되는 기분이었습니다. 더블배럴 샷건의 총성이나 여러 동물들의 울음소리 등 공간감이 느껴지는 여러 사운드 효과들을 귀 기울여 듣고 있으니, 게임 시 그래픽과 화질에 이어 음질을 감상하는 재미까지 추가되었습니다.
집중력이 필요한 작업에도 노이즈캔슬링 헤드폰은 필수가 되어버린 지 이미 오래입니다. 가벼운 무게와 향상된 착용감으로 장시간 착용에도 큰 무리가 없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작업에 몰입하다 보면 생산성까지 올라가는 게 느껴집니다. 지금까지 1세대 헤드폰도 정말 유용하게 써왔는데, 향상된 이번 5세대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은 또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함께 할지 기대가 됩니다. 현시점에서 노이즈캔슬링 헤드폰의 레퍼런스가 되고 있는 소니 WH-1000XM5 리뷰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리뷰는 엠피나비에서 제품을 무상으로 지급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