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시작한 애즈락 서포터즈 활동. 아직도 "스톰다운 조합이네"라던 지인의 말이 뇌리에 남는다. 어쩌다 보니 주변 사람들 사이에서 특이한 전자기기를 사용하거나 평범한 제품조차 기행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사용 패턴을 보여주는 이미지가 박혔는데, 라이젠+라데온 조합도 그리 흔하진 않다는 이야기다. 이 조합을 '라라랜드'라고 부른다는 것도 이번에 알았다. 얼마나 특이하면 조합에 별칭까지 붙는지.
발대식 후기나 서포터즈 모집 공고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한 명당 애즈락 메인보드와 그래픽카드가 하나씩 대여된다. 필자는 △ASRock B650M Pro RS △ASRock 라데온 RX 7600 XT가 당첨(?)됐다. 조립컴을 흰색으로 맞췄기 때문에 내심 Pro RS가 배당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참 다행이었다. 5명에게 각각 대여되는 메인보드 중에서 Pro RS만 흰색 계통이었기 때문. 그리고 번외로 신제품 메인보드에 걸맞은 최신 규격 SSD까지 하나 빌려 써 보게 됐다. 이번 리뷰에서는 서포터즈 활동 일환으로 대여한 이 제품들을 최대한 간결하게 설명하고자 한다.
ASRock B650M Pro RS는 최신 AMD 라이젠 5세대 CPU를 완벽 지원하는 메인보드다. 수많은 전문용어로 점철된 스펙시트에서 주목해 볼 만한 특징만 추려보자면 △미니타워 케이스에도 장착 가능한 M-ATX 폼팩터 △램(RAM) 클럭 최대 7200MHz(PC5-57600)까지 지원 △PCIe 5.0x4 SSD 지원 △M.2 SSD 슬롯 3개(2개는 PCIe 4.0) △M.2 2230 규격 무선랜카드 장착 지원 △썬더볼트4 헤더 지원 정도가 있겠다.
포지션으로만 보면 애즈락 메인보드 제품군 중에서 제일 컨슈머 친화적인 프로(Pro) 라인업인데 챙길 건 다 챙겼다. 가격만큼 속도도 무시무시한 PCIe 5.0 SSD까지 지원하니 라이젠 8000번대보다는 7000번대 프로세서가 더 어울린다고 볼 수 있겠다. 8000번대도 굉장히 잘 나왔다는 소식이 들리지만, PCIe를 4.0 버전까지만 지원하는 데다 레인(Lane) 수도 비교적 적어 그래픽카드나 SSD 성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
메인보드를 리뷰할 땐 윈도우가 아닌 UEFI 화면을 찍어야 할 일이 많아 번거롭다. 그런데 이번에 리뷰하는 제품은 굳이 UEFI 화면을 찍지 않아도 돼 편리했다. 메인보드 컨트롤 프로그램 'A-Tunning'에 비슷한 기능이 제공되기 때문이다. 오버클럭 트위커, 시스템 상태 모니터링, 팬속 조절과 테스트 기능까지 갖췄다.
물론 이 설정들을 UEFI에서 지정한다면 컴퓨터 전원을 눌러 켤 때부터 바로 적용되며, 프로그램으로 지정하면 윈도우 부팅 후 A-Tuning 프로그램이 자동 실행된 후 설정값이 적용된다는 차이가 있다. 쿨러 팬이 어마어마하게 시끄러워서 과열되지 않는 선에서 속도를 좀 낮췄는데, 부팅할 때 팬 소음이 상당하다는 단점이 체감됐다. 하지만 UEFI가 너무 전문적인 영역처럼 느껴져 무섭게 보인다면...다소의 부족함은 감수하고 프로그램으로 대체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리뷰를 위해 조립한 임시 컴퓨터의 모습. 쿨러, 램, 그래픽카드가 애즈락 폴리크롬(현 'RGB 싱크') LED 조명 설정과 호환된다. 조명 효과와 색상은 애즈락 폴리크롬 싱크 프로그램으로 설정할 수 있다. 단, 윈도우 프로그램이라는 한계가 여기서도 살짝 아쉬운 점을 어필한다. 부팅 직후에는 기본 색상으로 가동되다가, 부팅이 완료되고 상당히 오랫동안 CMD 창을 열고 닫으면서 폴리크롬 프로그램이 완전히 실행된 뒤에야 LED 색이 이전에 설정한 대로 바뀐다. 워낙 특이한 기능을 많이 넣어 '연구소'라 불리는 애즈락답게 UEFI에 LED 효과와 색상 지정 기능도 집어넣었는데, 아무래도 프로그램으로 직접 설정하는 것보다는 많이 간소화됐다.
그래픽카드는 최근 출시한 애즈락 라데온 RX 7600 XT 스틸레전드 OC D6 16GB다. 중급형 그래픽카드임에도 3팬 타입이라 방열 효율은 상당히 좋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니타워 매니아라서 순간 케이스에 호환되지 않을까봐 덜컥 겁났는데, 다행히 존스보 어항케이스를 구매하기 전에 썼던 다크플래쉬 DLM21 미니타워 케이스에 간신히 들어갔다.
게임에는 엔비디아라지만, 개인적으로 라데온 그래픽카드에 매우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항목은 소프트웨어다. 전용 프로그램 '아드레날린'이 참 사용하기 편하게 설계됐다. 초보자를 위한 원클릭 성능 모드 설정이나, CPU·그래픽카드를 자동으로 오버클럭하는 기능이 눈에 띄었다. 게임을 실행하면 알아서 성능을 모니터링한 다음 어떤 그래픽 옵션을 어떻게 바꾸면 더 쾌적할 것 같다고 알려주는 기능도 꽤나 마음에 들었다.
RX 7600 XT에는 최근 AMD가 정식 출시한 'AFMF(AMD 플루이드 모션 프레임)'라는 기능이 탑재됐다. 다이렉트X 10·11 버전을 사용하는 게임의 프레임을 2배로 뻥튀기하는 프레임 보간 기술이다. 구형 라데온 그래픽카드 중에는 동영상 프레임레이트를 2배로 늘려 한결 부드럽게 시청하는 '플루이드 모션'을 지원하는 제품이 몇 종류 있었다. 이 기능이 워낙 매력적이라 한동안 엔비디아 그래픽카드를 메인으로 사용하되 플루이드 모션 연산용 라데온 그래픽카드를 추가 장착하는 사람도 많았다. AFMF는 그 기능을 게임에 적용한 버전이다.
다이렉트X 11 기반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 마운틴 로열스》 게임에 각종 프레임 제한 설정을 다 풀어버리고 AFMF를 적용해 봤더니 FPS가 2천대까지 치솟았다(;;). WUQHD 144Hz 울트라와이드 게이밍 모니터에서 매우 만족스러운 화질과
철철 넘치는
부드러움을 선사한 건 덤.
당연히 144Hz 모니터에서 2천 FPS는 아무 의미 없다. 대신 거꾸로 보면 그래픽카드 성능을 거의 쓰지 않고도 144프레임을 유지하기 매우 쉽다고 볼 수 있다. 그래픽 데이터를 저해상도로 렌더링한 뒤 업스케일링하는 기능 'FSR'과 함께 활성화하면 성능과 부드러움을 모두 잡을 수 있다. 엔비디아에도 DLSS라는 비슷한 기능이 있는데, DLSS는 특정 인기 게임만 지원하다 보니 필자처럼 비주류 게임만 기가 막히게 골라서 하는 똥믈리에는 접할 일이 거의 없었다. 이번에 AFMF 덕분에 비슷한 느낌을 체험하게 돼 참 감명 깊었다.
3팬 짜리 중급형 그래픽카드라서일까. 무려 20분 가까이 포토샵 AI 노이즈 제거를 연속으로 돌리느라 그래픽카드를 풀가동했는데 GPU 온도가 75℃ 위로 절대 오르지 않았다. 작업을 마친 뒤에는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평소 온도대로 돌아왔을 정도로 방열 효율이 좋았다. 성능도 만족스러웠다. 그전에 사용하던 RTX 3060보다 체감될 정도로 노이즈 처리 속도가 빨랐다. 해외 매체들이 앞서 리뷰한 내용에 따르면 RX 7600 XT 성능은 RTX 3070이나 RTX 4060과 견줄 정도다. 차이가 체감되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그래픽램(VRAM) 용량도 16GB로 굉장히 널널해서 고화질 게임에 유리하다.
애즈락 B650M Pro RS 메인보드는 PCIe 5.0x4 SSD를 장착할 수 있다. 수중에는 PCIe 4.0 SSD밖에 없어서 최신 규격 속도 측정은 물 건너갔구나 하고 아쉬워했는데, 마침 마이크론 크루셜 T700 PRO PCIe 5.0x4 SSD까지 테스트할 기회가 생겼다. 속도를 측정하는데 처음에는 오류라도 난 줄 알았다. 읽고 쓰는 속도가 초당 12,000MB 정도에 달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실제 사양에 매우 근접하게 측정된 정상적인 결과였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수십 GB 짜리 파일을 매일같이 복사하지 않는 이상 이 속도를 전부 쓸 일은 거의 없다. 일반적인 사용 패턴에는 아직 PCIe 3.0x4 SSD도 차고 넘치며, 그보다 빠른 SSD를 장착해도 속도 차이를 체감할 상황은 여간해선 일어나지 않는다. 100GB 짜리 파일을 복사할 때 PCIe 3.0x4 SSD는 약 30초, PCIe 4.0x4 SSD는 약 15초, PCIe 5.0x4 SSD는 약 8.5초 걸린다. 배율로만 보면 최신 제품이 훨씬 빠른 건 맞지만 구버전도 절대적인 소요 시간이 그렇게 긴 건 아니다. 지갑 사정과 가치관에 따라 적합한 제품을 고르면 될 듯.
...그래도 리뷰를 쓰면서 보니 문득 읽기·쓰기 속도 5자리가 새삼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라이젠 5세대를 AMD 계열 조립컴의 분기점으로 본다. 소켓 규격이 AM4에서 AM5로, 램 규격이 DDR4에서 DDR5로 바뀌는 바람에 그동안 일부 부품만 짤짤이로 업그레이드하던 게 전면 봉쇄됐다. 바꾸려면 완전히 갈아엎어야 할 시기다. 그래서 라이젠 5세대가 막 공개됐을 때 가성비 라인으로 자리 잡은 4세대로 조립컴을 만들었는데, 이번에 5세대 기반 제품을 두루 사용하니 가격 차이를 뒤집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성능 향상이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됐다. 물론 여전히 라이젠 4세대와 DDR4 램, B550 칩셋 메인보드(특히 애즈락) 조합의 가성비는 이길 수 없다. 하지만 적절한 가격에 쾌적한 성능이 필요하다면 이제는 5세대를 바라봐도 될 때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