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렉터 바뀌고 파탄 난 메이플스토리를 과감하게 접고, 일퀘같은 것 없이 생각날 때만 잠깐 들어가 해 볼 만한 게임을 찾다가 《호그와트 레거시》를 발견했다. 어렵지 않고, 스토리 탄탄하고, 나름 배경지식도 갖춘 상태라 심심풀이로 즐기기 딱 좋았다. 문제는 호그와트가 생각보다 고성능을 요구하는 게임이었다는 점. 기존에 사용하던 라이젠 5600X + RTX3060 조합으로는 '풀옵'이 불가능했다. 화질을 얻는 대신 잔렉도 보너스로 받거나, 프레임이 부드러워지는 대신 화질 텍스처도 부드러워지는(;;) 것을 선택해야 했다.
이번에 애즈락 서포터즈로 활동하게 되면서 많은 기대를 했다. 라이젠 8700G 연산 성능은 5600X에서 유의미한 업그레이드라고 할 정도의 차이는 아니지만 다른 요소가 게임에 미칠 영향이 궁금했다. 먼저 메인보드는 애즈락 B650M Pro RS로, 기존 B550M에서 한 단계 올랐다. PCIe 5.0까지 지원하는 메인보드며 전원부도 기존에 쓰던 보드보다 든든하다. 그래픽카드는 RTX3060에서 신제품인 애즈락 라데온 RX7600XT로 바뀌었다. 엔비디아에서 라데온으로 변경됐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그래픽램이 16GB로 기존(12GB)보다 늘어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CPU나 그래픽카드에 비해 램(RAM)의 영향이 상당히 클 것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기존 구성은 DDR4 16GB 2개(총 32GB)였는데, 이번 서포터즈로 활동하면서는 마이크론 크루셜 DDR5 24GB 2개(총 48GB)로 업그레이드했다. 세대 차이에 따른 구조적 설계 변화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클럭이 왕창 늘어나고 대역폭도 커져 게임이 쾌적해진다고 한다. 물론 현 구성에 DDR4 램을 장착해 볼 수는 없으니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아무튼 세대가 바뀐 만큼 좋아지면 좋아졌지 나쁠 건 없는 데다 용량까지 늘었으니...
테스트 환경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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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U : AMD Ryzen 7 8700G (오버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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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M : 마이크론 크루셜 DDR5 Pro 24GB x2 (EXPO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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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보드 : 애즈락 B650M Pro 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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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카드 : 애즈락 라데온 RX 7600 XT (오버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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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D : 마이크론 크루셜 T700 Pro 2TB (PCIe 5.0x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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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 : 알파스캔 AOC U34G3XM (3440*1440 WUQHD / 144Hz / HD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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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카드 성능에 비해 모니터 해상도가 너무 큰 탓일까. 기본 옵션으로 144프레임 방어는 꿈도 못 꿨다. 본래 해상도대로 플레이하면 속이 답답해서 강제 종료를 누를 정도로 뚝뚝 끊겼다. FSR2를 켜야 70~90프레임 정도 왔다갔다한다. 게임이 워낙 쉽다 보니 전투 맵에서 프레임 드랍이 좀 있다고 다크소울마냥 유다희를 외치진 않지만, 기껏 고주사율 모니터를 사용함에도 부드러운 프레임을 즐기지 못하는 건 아쉬웠다. 그렇다고 화질 좋다고 정평인 호그와트를 찰흙 그래픽으로 플레이하기는 싫었다. 그래서 이번 서포터즈를 진행하면서 게임 성능 콘텐츠의 목표를 [눈에 거슬리지 않는 선에서 144FPS를 달성하기]로 잡았다.
마침 AMD가 최근 대단한 기술을 내놨다. 'AMD 플루이드 모션 프레임' 줄여서 'AFMF'라고 부른다. 이번 사례처럼 프레임레이트가 모니터 주사율을 따라가지 못할 때 제격인 기술이다. 프레임 중간중간에 예상 프레임을 만들어 FPS를 크게 향상시킨다. 급박하게 움직이는 장면에서 살짝 우그러들거나 화질이 깨지는 현상도 간간이 나오지만, 중급 그래픽카드 사용자 입장에선 충분히 감내할 의향이 있는 수준이었다.
라데온 그래픽카드가 지원하는 그래픽 관련 설정이나 기술은 엄청 많은데, 일단 다른 옵션은 대부분 기본값으로 놔두고 FSR2와 AFMF 여부만 달리한 채 FPS 비교 테스트를 진행했다. 호그와트 레거시 그래픽 옵션은 중옵, 레이 트레이싱은 모두 껐다(RT를 켜봤자 별 차이도 없으면서 프레임만 왕창 떨어진다).
모니터 원본 해상도(3440x1440)대로 실행하고 FSR2와 AFMF를 모두 끈 상태에서는 모니터 주사율의 절반도 안 되는 60~70프레임 내외로 나타나 버벅대는 게 눈에 거슬렸다. FSR2를 켜면 대략 80~100프레임으로 향상돼 한결 부드럽게 보이지만 여전히 톡톡 끊기는 게 느껴졌다. FSR 특유의 화질 저하도 거슬렸다. FSR2를 끄고 AFMF만 켠 결과는 100~120FPS로, 성능이 FSR2보다 월등히 크게 향상됐다. 화질 저하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144프레임은 달성하지 못했다. FSR2와 AFMF를 모두 켜자 그제야 130~150FPS 정도를 찍었다. 144프레임 완전 방어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만족할 만큼 성능을 영혼까지 끌어모았다. 여기에 그래픽카드 오버클럭까지 한다면 144 방어는 확실해진다.
모니터 주사율에 가깝게 게임 성능을 끌어올리려면 FSR2 활성화는 불가피했다. 화질이 아쉬워지지만 실성능 차이에 큰 영향을 끼치는 기술인 만큼 켜는 게 그나마 나았다. 단, 펄럭이는 망토나 이리저리 움직이는 물체, 마법을 쓰면 터지는 파티클 같은 요소는 형태 변화를 예측하기 어려워 화질이 왕창 깨지는 게 눈에 들어왔다. FSR2를 화질 저하가 가장 적은 대신 성능도 조금만 오르는 '품질' 모드로 설정하더라도 망토 가장자리에 픽셀이 계단 현상을 이룬 게 보였다. 스크린샷으로 비교해 보면 "저 정도가 거슬린다고?"싶지만 실제로 망토가 펄럭이는 걸 보면 의식하지 않아도 느껴진다. 오히려 인게임 그래픽 품질 설정의 '중간'과 '울트라' 차이보다도 심하다. 그렇지만 같은 테스트 환경에서 오만가지 설정을 조합해 봤는데 이게 가장 나은 선택지였다. 싫으면 RX 7950 XTX라도 사야...
DLSS, FSR과 달리 AFMF는 호환성을 덜 타는 기술이라 사실상 모든 게임에 적용할 수 있다. 다이렉트X 10 또는 11 버전 기반 게임에 적용하면 프레임레이트가 2배까지 향상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단, 그 정도 구형 엔진이면 최신 그래픽카드로 이미 충분히 프레임 방어가 되기 때문에 효용성은 다소 떨어진다. 그렇다면 최신 게임은 어떨까. 언리얼 기반 레이싱 게임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에 적용해 봤다.
테스트 환경은 호그와트 때와 같고, 모든 그래픽 옵션을 '울트라'로 끌어올렸다. 심지어 이번에는 HDR까지 켰다. AFMF를 사용하지 않았을 때에는 60~80FPS로 모니터 주사율의 절반 수준밖에 나오지 않았으나, AFMF를 켜자 70~100FPS 정도로 향상됐다. 다이렉트X 기반 게임이 아닌 데다 장면이 급박하게 움직이는 레이싱 게임인 만큼 성능 향상 폭이 적은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그래픽 수준을 어느 정도 타협하면 카드립도 충분히 144프레임 유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리뷰에서는 최대한 기본 설정에 준하는 상태로 144프레임 방어를 목표로 했지만, 보다 쉽게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오버클럭'. 테스트에 사용한 애즈락 B650M Pro RS 메인보드는 라이젠 CPU의 PBO뿐만 아니라 오버클럭도 가능한 모델이다. 전원부 V코어 총합은 400A로 높은 편은 아니지만 최상위 프로세서로 고클럭 챌린지를 하려는 게 아닌 이상 일반적인 게임 목적의 오버클럭은 충분히 버틴다.
램 오버클럭도 지원하며 EXPO 지원 램을 장착하면 전압·램타이밍 같은 번거롭고 복잡한 설정을 건너뛰고 간편하게 프리셋처럼 오버클럭을 적용할 수 있다. 애즈락 라데온 RX 7600 XT 그래픽카드도 AMD 아드레날린 프로그램에서 특정 게임할 때만 일시적으로 오버클럭하는 기능을 지원하므로 기회가 된다면 활용해 보자.
p.s. 2024년 2월 말 기준으로 드라이버는 아직 불안정한 상황이다. 그래픽카드 사용량이 높은 작업을 한 직후에 게임이나 포토샵을 실행하면 매우 높은 확률로 에러가 난다. 재실행해도 그래픽이 깨지거나 화면이 멈춰대며 작업 관리자도 안 먹힐 때가 많아 컴퓨터 강제 재부팅밖에 답이 없다. 신제품인 데다 초기 드라이버라 아직 문제가 있는 듯하다. 필자도 포토샵이나 게임에서 매일같이
화가 머리끝까지 날 정도로
오류가 터지는데, 그때마다 열심히 리포트를 전송하고 있으니 조만간 업데이트로 해결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