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즈락 서포터즈가 소개하는 제품은 3주쯤 전에 소개했던 굿즈를 제외하고 전부 대여 부품이다. 슬슬 제품 반납을 앞두고 '내 메인 PC를 업그레이드하기에 적합한 제품들일까?'라는 고민을 했다. 기존 PC가 라이젠 AM4 소켓 기반이라 업그레이드하려면 CPU와 램까지 모조리 바꿔야 했기 때문이다. 오랜 고민 끝에 성능 차이가 충분하다고 판단해 결국 똑같은 메인보드를 따로 구매했다(애즈락이나 마케팅 대행사는 전혀 관련되지 않은 '내돈내산'이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왜 이 제품을 다시 샀는지 구구절절 썰을 풀어볼 생각이다.
기존 컴퓨터 사양은 ▲라이젠 5600X ▲MSI B550M 박격포 WiFi ▲크루셜 발리스틱스 DDR4-3200 16GBx2 ▲이엠텍 지포스 RTX 3060 OC 12GB였다. 앞으로도 3년 이상은 사용할 만한 스펙인데, 이번에 최신 세대 제품을 체험해 보니 신기할 정도로 성능 차가 체감됐다. 애즈락 서포터즈로 활동하면서 사용한 제품은 ▲라이젠 7500F(→8700G) ▲애즈락 B650M Pro RS ▲클레브 DDR5-6000 16GBx2(→크루셜 DDR5-6000 24GBx2) ▲애즈락 라데온 RX 7600 XT 스틸레전드였다. 괄호 친 부분은 활동 기간 도중 추가로 대여 받아 업그레이드한 부품이다. 전반적으로 기본 사양이 조금씩 향상되고 램 차이가 매우 커졌다.
메인보드를 구매하기로 결정한 데에는 CPU 영향이 컸다. 7000 시리즈 최하위 모델인 7500F를 임시 CPU로 구매해 장착했는데도 기존 5600X보다 체감이 크게 될 정도로 성능이 좋아졌기 때문이었다. RAW 사진 변환이나 압축 파일 처리 등 CPU 사양을 많이 타는 작업 속도가 월등히 빨라졌다. 그래서 AM5 소켓 메인보드를 구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수많은 후보군 중에서 체험 제품과 같은 애즈락 B650M Pro RS를 골랐다.
결국 애즈락 B650M Pro RS 메인보드를 별도로 구매한 뒤 맨 처음 구매한 7500F를 장착했다. 이번에는 AM5 계열 CPU에 장착하면 방열에 도움 된다는 구리판까지 추가로 끼웠다. 방열 효율이 좋아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써멀구리스 바르는 난이도는 어마어마하게 편해졌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잘 샀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
애즈락 B650M Pro RS가 끌렸던 이유는 여럿 있지만, M.2 SSD 슬롯이 무려 3개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각각 PCIe 5.0x4, PCIe 4.0x4, PCIe 4.0x2에 대응한다. 가지고 있던 M.2 SSD는 죄다 PCIe 4.0x4 규격이었기 때문에 1번 슬롯에 장착해 봤자 4.0x4 속도만 나고, 3번 슬롯에 장착하면 속도가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리스크가 있었다. 그럼에도 4.0 자체 속도가 실사용에 충분할 정도로 매우 빨랐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는 않았다.
여담으로, 이번 서포터즈 활동 도중 잠깐 빌려 써 본 PCIe 5.0x4 SSD의 위력은 참 대단했다. 읽고 쓰는 속도가 초당 10GB를 가뿐히 넘는 괴물 사양에 놀랐다. 하지만 실제 사용 환경에서 10GB/s 속도를 활용할 일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 메인 PC를 업그레이드하면서 PCIe 5.0 SSD는 별도로 구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물론 AM5 소켓을 지원하고 M.2 SSD를 장착할 수 있는 메인보드가 애즈락 B650M Pro RS만 있는 건 아니다. 사실상 모든 AM5 제품이 후보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필자가 추가로 건 조건이 워낙 빠듯했던 나머지 선택지가 이 제품 하나로 좁혀졌다.
- 미니타워 케이스에 장착할 수 있는 M-ATX 또는 M-ITX 폼팩터 보드여야 할 것
- PCIe 4 M.2 SSD를 최소 2개 이상 장착할 수 있을 것
- 후면 I/O 실드 부근에 방열판이 있을 것
- 방열판·기판 메인 색상이 흰색을 기조로 할 것
- 가격이 20만 원대 초반 이하여야 할 것
사실상 마지막 두 가지 조건만 걸어도 남는 제품은 애즈락 B650M Pro RS뿐이다. 아쉽게도 이 제품도 완전 흰색이라고 보긴 어려웠다. 기판 색상이 흑백으로 나뉘었기 때문. 타사에 전반적으로 밝은 느낌이 드는 보드가 하나 있긴 했는데, 흰색보다는 회색에 가깝고 가격도 애즈락보다 무려 10만 원 가까이 비싸 포기했다.
애즈락 라데온 RX 7600 XT 스틸레전드 그래픽카드는 맨 처음부터 구매 고려 대상에서 제외됐다. 성능이 기존에 사용하던 그래픽카드보다 약간 좋고 흰색 디자인이라 매우 끌렸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길이가 긴 3팬 그래픽카드라서 필자가 쓰던 존스보 TK-1 어항 케이스에 들어가지 않았다.
성능 면에선 나무랄 데 없었다. GPU 사용률이 매우 높은 포토샵 AI 노이즈 제거도 기존보다 소폭 빠르게 처리했고, AFMF 기능도 게임 성능을 크게 향상시켜 매우 만족스러웠다. 전용 소프트웨어 '아드레날린'도 라이젠 노트북과 미니 PC를 사용했던 경험에 기반해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단, 오류가 정말 짜증나게 많았다. RX 7600 XT가 아예 새로 나온 라인업인 데다 드라이버도 초기 버전이라 그런지 포토샵 화면이 깨지고 이미지 파일이 손상되는 일이 자주 일어났다. 게임도 자주 멈추고 오브젝트가 출력되지 않는 현상도 여러 번 겪었다. 라데온 그래픽카드 고질적 문제라는 화면 출력 오류도 이번에 처음 경험했다. 솔직히 이 그래픽카드 하나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은 나머지 서포터즈 중도 하차까지 고려하기도 했다. 제조사가 나름 죽이 잘 맞는 브랜드고, 마케팅 대행사도 인연이 있는 곳이라 꾹꾹 눌러 참았을 뿐.
RX 7600 XT로 교체할 욕구는 식었지만, 메인보드는 스트레스를 상쇄할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결국 2년 동안 사용한 기존 부품을 대거 정리하고 신제품으로 기존 PC를 업그레이드했다. 다행히 미리 사 두었던 CPU와 램은 물론이고, 기존 SSD와 HDD, 그래픽카드도 온전히 장착할 수 있어 만족하면서 사용하고 있다. (SSD 방열 팬이 그래픽카드와 종이 한 장도 안 들어갈 정도로 딱 맞길래 소름 돋았던 건 덤)
단, M.2 SSD 슬롯이 하나 남고, PCIe 5까지 지원하는 1번 SSD 슬롯에 PCIe 4.0x4 SSD를 장착해 메인보드 사양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이 부분은 딱히 지금 급하거나 아쉬운 점이 없고, 향후 PCIe 5 SSD나 구버전 대용량 SSD를 추가함으로써 보완할 수 있겠다.
영향력 큰 파워 인플루언서들은 대개 수익 목적으로 이런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필자는 애당초 최신 규격 부품을 체험해 보고 업그레이드 여부를 결정하고 싶어 참여했기 때문에 더 부담 없이 리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최종적으로는 돈이 들어간 활동이 된 셈이지만 신제품을 장기간 써 보면서 업그레이드하기 적합한지 판단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충분히 유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