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업에서 일을 하다보면
감정적인 것을 배제하고 숫자를 보며
차갑게 생각하고 판단해야 하는 자리에 있지만
차가운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들어진 노트북의 키보드를 손끝으로 다듬으며
검은 화면 속 흰색 글자들 속에서
오늘도 낭만을 찾아 떠납니다.
스쳐간 노트북들과 함께 춤을 추었던 나날들을
하나하나 추억해 보며 긴 여운의 끝자락을 잡아봅니다.
어떤 노트북과는 비행기 이륙 소리를 들으며 스테이블 디퓨전과 씨름했고
어떤 노트북과는 어두 컴컴한 방에서 흰색 글자들을 보며 낭만을 찾아 헤매었며
어떤 노트북과는 대형 컨퍼런스의 무대 위에서 함께 떨며 노트북의 끝자락을 붙잡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 시간, 공간, 사건 위에
하나씩 추억의 갈피를 꽂고
나만의 보물처럼 펼쳐 봅니다.
새로운 노트북이 나오면
미련 없이 떠나보냈지만
자라나는 갈피를 꺾지 못하고
남몰래 그리워하기도
남몰래 펼쳐보기도 합니다.
언젠가
스쳐지는 날이 온대도
서둘러 켜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