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작성을 위해 제품을 제공받았습니다. 리뷰어의 의사를 존중하여 어떠한 제약 없이 자유롭게 작성되었습니다.
오디오테크니카는 1962년 설립되어 60년 이상 꾸준히 프로 오디오 제품과 음악 감상을 위한 대중적인 이어폰, 헤드폰 등을 만들어온 음향 전문 업체입니다. 특히 레퍼런스 모니터링 헤드폰과 콘덴서 마이크는 다양한 사양과 가격대의 제품들을 두루 출시함으로써 입문자와 전문가 모두를 폭넓게 커버하는 제품들을 출시해오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 소개해 드릴 제품은 오픈백 레퍼런스 헤드폰 ATH-R70xa입니다. 이 제품은 10년 전 출시되었던 R70x의 후속작으로, 완전히 새로운 설계가 적용되어 무게를 감소시키고 사운드 역시 새롭게 튜닝한 유선 헤드폰입니다. 또한 모든 제품이 일본 내 공장에서 수제작으로 생산되고 검수를 거쳐 출고된다고 합니다. 글로벌 발표와 동시에 한국에도 빠르게 출시되었는데, 특히 음향 커뮤니에서는 한국 가격이 크게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럼 한번 이 제품을 살펴보겠습니다.
패키지입니다. 깔끔한 흰색 박스에 제품이 프린팅된 전형적인 오테 제품들의 박스인데, 전체적으로 한층 더 심플해진 인상입니다.
측면에서 제품의 사양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45mm 다이내믹 드라이버가 사용되었고, 5Hz~40,000Hz의 넓은 주파수 응답 대역을 갖고 있습니다. 실내에서 사용하는 전문가용 헤드폰답게(?) 임피던스가 470옴으로 높은 편입니다.
많은 기업들이 친환경 기조에 따라 패키지를 점차 간소화하거나 비닐,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있는 추세인데 이 제품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R70xa의 박스는 비닐과 테이프, 플라스틱 대신에 마치 종이접기나 골판지 모형 조립을 하는 것처럼 정교하게 해체 가능한 구조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처음엔 다소 당황할 수 있으나, 언박싱 과정 자체에 재미를 더해주는 느낌입니다.
설명서를 제외한 구성품은 헤드폰 본품, 케이블, 보관용 파우치 등입니다.
파우치는 별도의 로고가 없이 고급스러운 벨벳으로 마감된 심플한 파우치입니다. 제품 컨셉상 외부에 들고나가기 위한 파우치보다는 장기간 미사용 시 보관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케이블은 3m 길이의 탈착식 케이블입니다. 좌/우가 분리되어 있어서 헤드폰에 각각 2.5mm 단자로 연결해 주는 형태입니다.
헤드폰에 연결 시 장착 후 살짝 돌려서 고정이 되는 구조입니다. 케이블이 쉽게 빠지지 않고 단단하게 고정됩니다.
Y자 분기점은 심플하게 마감되어 있고, 따로 스플리터 높이를 조절할 수는 없습니다.
플러그는 기본적으로 3.5mm 연결단자에 6.3mm 어댑터가 장착이 됩니다. 어댑터 장착 후에는 원래 6.3mm 단자인 것처럼 깔끔하게 보입니다.
이제 헤드폰 본체를 살펴보겠습니다.
이 제품은 오픈백 디자인으로 하우징이 막혀있지 않고 철망으로 보호되고 있으며, 좌/우 분리형 케이블이다 보니 헤드밴드 쪽으로 케이블이 연결되지 않고 심플하게 메탈 재질의 요크로 연결됩니다. 오디오테크니카 로고가 있는 요크 연결 부분은 전후로 살짝 각도가 조절되어 헤드폰이 얼굴에 밀착되는 것을 도와줍니다.
전체적으로 무채색에 명도 변화만 주어 심심하지 않지만 깔끔한 디자인을 갖고 있으며, 다른 부분은 대체로 무광이지만 금속 헤드밴드 부분은 반광으로 마감하여 고급스러움을 더했습니다.
헤드폰을 들어보고 깜짝 놀랐는데, 무게가 정말 가볍습니다. 199g으로 비슷한 용도와 가격대의 오픈형 레퍼런스 헤드폰 중에서는 아마 가장 가벼운 제품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를 위해 여러 부분에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했지만 마감이 부실하다는 느낌은 없으며, 강도가 필요한 부분에는 황동 나사나 금속 재질을 사용해 내구성을 확보했습니다.
하우징은 타원형이 아닌 원형 디자인을 채택했습니다. 하우징 내부의 은색 링 덕분에 마치 아크 원자로 같은 느낌도 드네요.
헤드폰 크기는 헤드밴드 위치가 기본인 상태에서 9단계로 조절 가능하며, 별도의 눈금 마킹은 없지만 각 단이 구분되어 딱딱 걸리는 피드백이 있습니다. 제가 60호 머리인데, 7단계로 늘렸을 때 편안하게 착용이 가능했습니다.
전작은 3D 서포트 윙을 통해 지지되는 구조였지만, R70xa는 심플하게 얇은 가죽 밴드가 머리에 얹히면서 제품을 지지하는 구조입니다.
이 가죽밴드는 자석을 통해 결합되어 혹시 파손이나 오염이 되더라도 쉽게 교체가 가능합니다. 다만 가죽밴드를 통한 높낮이 조절은 제한적이며(1단 정도 변경 가능) 그 이상은 조절해도 위쪽의 금속 밴드에 닿게 됩니다.
너무 얇아서 지지력이 괜찮을까 싶은 걱정이 들었는데, 헤드폰이 가벼워서 그런지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다만 너무 타이트하게 착용할 경우 자석 부분이 분리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하우징 높이를 알맞게 조절해서 착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어패드는 깊이가 얕은 편이지만 적당한 쿠션감을 갖고 있고, 벨루어 소재로 장시간 사용 시에도 귀가 덜 답답하고 촉감이 고급스럽습니다. 귀 뒤편이 살짝 두껍게 튀어나와서 두상 형태를 어느 정도 따라갑니다.
깊이가 깊은 편은 아니라서 경우에 따라서는 귀가 안쪽에 닿을 수도 있습니다.
이어 패드를 탈착해 보면 하우징 내부 구조를 볼 수 있습니다.
이 부분도 R70xa의 특이한 점인데, 보통은 오픈형 헤드폰이라도 어느 정도 하우징에 반향이 생길만한 구조를 갖고 있으며 하우징 내부에서의 울림을 통해 소리가 전달되는 반면, 이 제품은 측면에 높이가 낮은 격벽과 그 둘레로 스펀지가 있는 정도이고, 하우징 전체는 아주 얇은 반투명 막, 그리고 그 뒤에 바로 외부 그릴이 비쳐 보입니다.
즉, 거의 순수하게 드라이버 체급과 튜닝으로 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 구조 덕분에 무게도 크게 줄일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이제 케이블을 연결... 하려고 보니, 아무리 찾아도 케이블에 L, R 표시가 없습니다. 보통 우측을 빨간색(R-ight)로 표시하기도 하는데 그것조차 없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이 제품은 좌/우 2.5mm 단자 부분도 3극으로 만들어, 어느 쪽을 연결하더라도 헤드폰 쪽에서 항상 올바르게 좌/우 소리가 들리는 구조를 갖고 있었습니다. 탈착식 제품들은 은근히 이게 거슬릴 때가 있는데, 굉장히 소비자 친화적인 설계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트위스트 락 구조로 안정적으로 결합됩니다.
케이블까지 결합시킨 모습.
소리에 대해 언급하기 전에, 이 제품은 스펙에서 보신 것처럼 470옴의 비교적 높은 임피던스를 갖고 있는 제품입니다. 이는 제품의 모든 포텐셜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높은 출력을 가진 DAC나 헤드폰 앰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수백만원대의 고급 거치형 제품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최근에는 배터리를 사용하는 포터블 제품이나 중저가 거치형 DAC 제품들도 상당한 출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비교적 낮은 가격대에서도 ~600옴의 높은 임피던스를 가진 헤드폰을 원활히 구동시킬 수 있습니다. 최근 출시되는 애플 맥북 프로의 경우 아예 자체적으로 고급 DAC를 내장해서 고 임피던스 헤드폰 직결을 지원하기도 하고요.
다만 모바일 기기의 경우- 출력이 높은 DAP나 전문가 모드를 탑재하고 있는 일부 스마트폰에서는 괜찮을 거라 생각되지만, 일반적인 포터블 기기나 내장 배터리를 지원하지 않는 소위 말하는 '꼬다리 DAC'의 경우 제품에 따라 소리가 매우 작거나 저음이 빈약한 소리가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품 자체도 외부에서 사용보다는 실내 사용을 염두에 둔 제품이다 보니, 안정적인 구동을 위해서는 적당한 거치형 제품을 하나 구비하시는 것도 좋습니다.
이 제품은 담백한 소리를 갖고 있습니다. 오픈형 헤드폰이라 저음이 빈약할까 걱정했는데 전체적으로 중립적인 느낌으로 중저역대가 딱 필요한 만큼의 풍성함을 갖고 있습니다. 액션 영화를 보는 데에는 심심할 수 있겠지만 음악 감상용으로는 충분하다 느껴집니다. 고음역대는 사아알짝 강조가 있지만 자극적이지 않고 깔끔하게 들려주는 인상입니다.
공간감도 제품의 용도에 맞게 잘 튜닝되었다는 느낌인데, 잘 세팅된 2채널 스피커가 있는 데스크에 앉아 음악을 듣는 것 같은 적당한 넓이의 공간감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밀폐형 헤드폰과 달리 자연스럽게 주변 공간에 어우러지면서 밀도 있는 소리를 들려줍니다.
레퍼런스 헤드폰답게 정위감과 음 분리도가 매우 뛰어납니다. 성향 자체가 전반적으로 모든 장르의 음악을 듣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하지만, 특히 대편성 클래식 음악을 들을 때 각 악기의 위치가 정확하게 파악이 되고 또 선하게 구분되어 들립니다. 그래서 담백하지만 모니터링, 작업용 뿐 아니라 음악 감상용으로도 좋은 제품이라 생각합니다.
헤드폰이 워낙 가볍다 보니, 볼륨을 높게 두고 EQ를 통해 저음역대를 강제로 부스팅 하면 마치 서브우퍼를 옆에 두고 음악을 듣는 것처럼 헤드폰 자체가 살짝 떨리면서 진동이 느껴질 정도가 됩니다. 개인적으로 이 정도까지는 권장하지 않습니다.
또한 오픈백 하우징인 만큼 내가 듣는 소리는 옆에서도 들리고, 내가 소리를 들을 때에도 주변 소음에 영향을 받습니다. 조용한 실내 환경에서 쓰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제품은 199g의 무게를 갖고 있습니다. 헤드폰을 처음 써 보면 처음에 "어...? 스펙대로 가볍긴 한데 생각했던 것만큼 막 엄청난 깃털 느낌은 아닌데?"라는 체감이 듭니다. 분명히 가볍긴 한데, 머리 위를 받쳐주는 헤어밴드가 얇고 약간의 탄성과 자력으로 지지해 주는 데다가 헤드폰은 장력에 의한 압박감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헤드폰을 3,4 시간 계속 착용하면서 "이 제품은 정말 편안한 제품이다"라고 느꼈습니다. 일반적으로 헤드폰은 처음 착용한 순간 편안하더라도, 헤드폰의 무게가 계속 정수리 부분을 누르고 또 장력이 좌, 우에서 눌러주는 압박감도 있어 쓰다 보면 결국 피로감을 느끼는 구간이 찾아옵니다. 하지만 이 제품은 장력이 강하지 않은 데다가, 그럼에도 무게가 가벼워서 얇은 헤어밴드로도 머리에 가해지는 압박감이 낮다 보니 장시간 착용 뒤에도 처음 썼을 때의 느낌이 거의 그대로 고스란히 유지됩니다. 부드러운 이어패드 소재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저와 같은 안경 착용자들은 헤드폰 사용 시에 안경 템플로 인한 누음이나 착용감, 소리의 변화가 신경 쓰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제품은 애초에 추가적인 누음을 신경 쓸 필요가 없는 데다가, 안경을 써 핏이 약간 달라지더라도 소리의 변화가 거의 느껴지지 않고 원래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또 이어패드 자체가 부드러워서 헤드폰을 착용한 상태에서도 안경을 쓰고 벗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장시간 착용해도 압박감의 변화가 거의 없고 편안한 제품은 작업용, 음악 감상용 양쪽 모두에게 큰 장점이 됩니다. 헤드폰을 벗지 않고 오랜 시간 동안 음향 작업을 하다가 음악 또는 유튜브를 봐도 피로감이 별로 없었습니다.
소소한 아쉬움이 있다면 요크가 하우징에 너무 밀접한 나머지 사용하다 보면 아주 약간의 높낮이 차이로 인해 플라스틱 하우징 윗부분에 긁힌 자국이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이건 제품 편차 일수도 있겠습니다.
지금까지 오디오테크니카 ATH-R70xa를 살펴봤습니다.
이 제품은 (많은 제품들이 여러 특징들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그것과 다른 제품이 되어버리는 것과 달리) 제품의 카테고리가 헤드폰을 그 자체로 정의하고 설명하고 있는 제품입니다. 오픈형의 자연스러운 공간감으로 무색무취에 가까운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높은 임피던스를 가진 제품이다 보니 DAC나 앰프 등 아무런 장비가 없는 경우에는 진입장벽이 될 수 있겠고, 하우징에 흠집이 난다던가 하는 소소한 마감 이슈는 조금 아쉬울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정말 가볍고 편안한 착용감으로 오랜 시간 동안 편안하게, 정교하게 튜닝된 담백하지만 선명한 소리를 들을 수 있어 만족감이 매우 높아 쉽게 추천할 수 있는 제품입니다.
서두에 가격이 화제가 되었다고 말씀드렸는데, 이 제품은 일본이나 미국보다도 훨씬 더 저렴한 가격으로 한국에 출시되었습니다. 그 덕분에 원래도 가격 대비 정말 훌륭하다고 느꼈던 제품이 한국에서는 더 빛을 발하게 되었고, 현재는 출시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여러 판매처에서 품절이 된 상황입니다. 아직 환율 상황이 불안정한 시국이라 추후 재입고가 이뤄지면서 정가 조정이 이뤄질지는 모르겠지만, 정가가 여기서 약간 더 올라가더라도 메리트는 충분한 제품이라고 느껴집니다.
작업이나 음악감상, 모니터링 등 다양한 용도로 실내에서 사용할 레퍼런스 헤드폰을 찾고 있던 분이라면 이 제품을 한번 살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