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를 위해 오디오테크니카 공식 수입사 '세기AT' 및 '이어폰샵'으로부터 지원을 받았습니다.
누군가의 간섭 없이 리뷰어의 의견이 온전히 반영된 리뷰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제품은 오디오테크니카Audio-Technica의 R50X 오픈형 레퍼런스 헤드폰입니다.
전문가를 위해 설계된 오픈형 모니터링 헤드폰으로서 놀라우리만큼 강렬한 저음과 정교한 중고음을 선사하는 제품으로, 정확한 사운드를 들을 필요가 있는 모든 상황에 적합한 자연스러운 사운드를 추구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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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설립된 오디오테크니카는 6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고품질 사운드를 모두가 경험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신념을 이어온, 일본의 대표적인 음향 기업 중 하나입니다.
턴테이블 카트리지를 생산하는 것으로 처음 사업을 시작했던 오디오테크니카는 지금까지도 턴테이블을 제작하고 있는 몇 안되는 회사들 중 하나로 남아있습니다. 특히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진출한 마이크 및 헤드폰 시장에서도 오디오테크니카는 지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데, 이 때 M50X 헤드폰과 AT2020 마이크를 비롯한 여러 히트작들을 탄생키기도 했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ATH-R50X는, 지난 2015년 오디오테크니카가 선보였던 전설적인 헤드폰, R70X의 계보를 잇는 새로운 오픈형 헤드폰입니다.
오디오테크니카는 전문가를 위해 새롭게 설계된 오픈형 헤드폰을 선보이면서 기존의 R-시리즈 라인업을 더욱 확장시켰는데요, 올해 봄에 출시될 예정인 R30X와, 현재 판매되고 있는 R50X, 그리고 R70xa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오늘 리뷰에 등장하는 R50X는 중간급 모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네요.
이 세 가지 제품들은 앞서 선보인 R70X로부터 강하게 영향을 받아, 넓고 자연스러우면서도 정교한 사운드를 선사한다고 합니다. 지난 R70X가 많은 매니아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온 제품인 만큼, 이번 R50X는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상당히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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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테크니카 R50X의 패키지입니다.
새하얀 상자 주위로 제품의 렌더링 이미지와 각종 스펙, 구성품 정보들이 나열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패키지를 열어보면 가죽 파우치에 담긴 본체가 자리잡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내부 구성품을 살펴보기 전에, 아래 표에 제품의 스펙을 보기 좋게 정리해보았습니다.
내부 구성품은 다음과 같습니다.
- 오디오테크니카 ATH-R50X 본체
- 2.5mm - 3.5mm 케이블 (3m, 나사 잠금식 6.35mm 어댑터 기본 장착)
- 2.5mm - 3.5mm 케이블 (1.2m)
- 가죽 파우치
- 사용 설명서 및 보증서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탄소 중립'이 시대적 과제가 되어 가고 있는 만큼, 케이블을 감싼 포장재도 종이 소재가 사용된 것이 인상적이네요.
다양한 장비를 활용하는 프로의 입장에서는 3m 길이의 케이블이 절실할 수 있지만, 집에서 편하게 음악을 감상하기 위한 목적으로 3m는 지나치게 긴 길이인 것이 사실입니다.
R50X에서는 이러한 소비자층을 고려하여 1.2m 수준의 적당한 길이를 가진 케이블을 함께 제공한다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두 케이블을 자세히 살펴보면 3m 케이블에만 6.35mm 어댑터를 위한 나사산이 마련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당연하게도 해당 어댑터는 나사산이 없는 1.2m 케이블에서도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어댑터만큼 단단하게 고정되지는 않네요.
반대편에 자리잡고 있는 2.5mm 단자는 헤드폰과 연결되는 단자인데, 케이블을 돌려서 헤드폰과 물리적으로 결착시키는 '회전 잠금' 구조가 눈에 띕니다. M50X와 동일한 잠금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직접 시도해보지는 않았으나 M50X용 케이블이 호환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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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50X 헤드폰 본체를 살펴보면, 여러모로 R70xa와 상당히 유사한 외형을 갖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몇 가지 다른 점들이 눈에 띄는데, R50X는 왼쪽 이어컵 한 쪽에만 케이블이 연결된다는 점, 그리고 헤드밴드 구조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R70X 특유의 아이코닉한 '윙 서포트'도, R70xa에서 새롭게 도입된 '서스펜션 헤드밴드'도 아닌, 단순 '메모리폼 쿠션'만으로 본체를 떠받치는, 비교적 간단한 구조를 가지고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R50X는 제가 지금까지 착용해 본 헤드폰들 가운데 가장 편안한 착용감을 자랑하는 제품이었습니다.
단순한 구조 덕분에 R50X는 단 207g에 달하는, 역대급으로 가벼운 무게를 자랑하는데다, 장력에 의한 측압도 강하지 않다보니 안경을 착용한 상태에서도 오랜 시간 편안하게 헤드폰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R-시리즈 라인업 제품들을 살펴보면, 제품을 설계하는 단계에서부터 '간편한 유지보수'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헤드폰을 오랜 기간 사용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이어쿠션과 헤드밴드에 내장된 메모리 폼의 반발력이 떨어지게 되는데, 이는 단순히 착용감이 불편해지는 것을 넘어서, 밀폐력 약화로 인한 음질 저하를 유발하기도 합니다.
아무리 관리를 잘 해준다 하더라도, 최상의 음질을 경험하려면 언젠가 반드시 교체해주어야 하는 소모품인 것이죠.
다행히도, R50X는 PH0 규격의 드라이버만 있다면 그 누구나 어렵지 않게 헤드밴드 쿠션을 떼어낼 수 있습니다. 숨이 죽은 쿠션을 혼자서 쉽게 교체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두상의 모양에 따라 원하는 위치로 쿠션 자리를 옮겨줄 수도 있습니다.
'유지보수' 측면 외에도, 헤드밴드의 기본적인 완성도는 제법 준수한 편에 속합니다. 겉보기에는 다소 부실해보일 수도 있지만, 헐거운 느낌이나 잡소리 없이, 이어컵을 안정적이면서도 견고하게 잡아주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가동 범위가 아주 넓지는 않지만, 이어컵이 앞뒤, 위아래로 어느 정도 회전이 가능한 구조이기도 합니다. 덕분에 이어패드가 모든 면적에 걸쳐서 두상에 고르게 밀착될 수 있다보니, 누구에게나 이상적인 소리를 들려주기 위한 기본적인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동양인의 두상에 맞게(?) 헤드밴드 조절 범위도 굉장히 여유로운 편입니다. 한 쪽 당 최대 36mm까지 연장할 수 있는 만큼, 작은 머리부터 60호 머리까지 아주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헤드밴드를 가로질러 두 이어컵을 서로 연결하는 케이블이 노출되어 있는 만큼, 길이를 조절하거나 헤드폰을 다룰 때 약간 조심할 필요는 있어보입니다.
이어패드를 비롯한 내부 설계는 R70X 및 R70xa와 상당히 유사한 것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완전히 다른 제품이라고 간주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던 지난 M50X - M70X의 관계와 사뭇 다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번 R50X는 개발 과정에서 R70X의 전반적인 설계 기조를 따르되, 달라진 드라이버에 맞춰 약간의 변화를 준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어패드도 R70 라인과 상당히 유사한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완벽한 원형 모양에, 높낮이 변화없는 평탄한 두께, 그리고 하우징을 감싸듯이 끼워지는 구조까지 동일하지만, 오디오테크니카에 따르면 R50X의 이어패드와 R70xa의 이어패드에는 약간의 미묘한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이어패드 표면 재질과 메모리폼 밀도에서 차이가 있다고 하는데, 이는 소리의 튜닝을 위해 변화를 가한 것이라고 하네요.
이어패드를 측정해보니, 전체 직경 약 94mm에, 내부 직경은 약 55mm, 두께는 약 24.4mm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R70X와 마찬가지로 이어컵 내부 공간이 아주 넓다고 보기는 어렵겠으나, 개인적으로 착용감에 악영향을 줄 정도로 좁다고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지나치게 넓은 내부 공간은 헤드폰 착용 위치에 따른 소리의 변화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언제나 정확한 사운드를 들려주어야 하는 전문가용 헤드폰은 이번 R50X처럼 내부 공간을 적당히 통제하여 소리에 가해질 수 있는 변수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부를 좀 더 살펴보면, 오픈형 헤드폰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통기성을 강조한 설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R70X보다는 R70xa에 좀 더 가까운 설계랄까요.
45mm 구경의 드라이버를 잡아주고 있는 뼈대를 제외하면 주변의 거의 모든 영역이 뚫려있다시피 하고, 오로지 한 장의 얇은 댐퍼 스크린 만이 드라이버 전후면의 공간을 구분짓고 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완전 개방형에 가까운 이러한 설계는 드라이버에서 생성된 소리가 이어컵 안에 오래 머물지 않고 곧바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데, 덕분에 하우징과 이어컵 따위를 비롯한 드라이버 외적인 요소가 소리에 개입하는 것을 최소화하고, 오로지 진동판에서 생성된 원음만이 최대한 전달될 수 있도록 한다네요.
드라이버 후면을 살펴봐도 특별히 막힌 부분 없이 시원하게 개방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오로지 육각 철망 만으로 드라이버를 보호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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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sai.squig.link/?share=Flat_KB50xx_DF_Target,ATH-R50x,HD600
오디오테크니카 ATH-R50X의 측정치입니다.
'오픈형 헤드폰 분야의 영원한 클래식'으로 기억되곤 하는 HD600과 직접 비교해보면, R50X의 소리 특성이 제법 분명하게 드러나는 편입니다. 실제 청감 상으로 느끼기에도, 이번 R50X는 전반적인 소리의 밸런스를 크게 해치지 않으면서도 약간 V자에 가까운 소리를 들려주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 개방감을 극도로 강조한 오픈형 구조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저음 재생 능력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오픈형 헤드폰 특유의 약점으로 꼽히던 저음 롤오프를 보기 좋게 극복하면서, 드럼의 펀치감과 콘트라베이스의 울림을 상당히 훌륭하게 구현해내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재즈와 클래식을 비롯하여, KPOP과 일렉트로닉 음악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상당히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저음부터 고음까지 별 다른 기복없이 소리를 매끄럽게 들려주는 만큼, 특유의 착색감 따위가 크게 묻어나지 않는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음색적인 측면에 있어서 R50X의 고음역대는 살짝 아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초고음까지 쭉 뻗어나가는 R50X의 시원시원한 고음은 넓은 공간 안에서도 각종 악기와 보컬의 존재감을 투명하고 선명하게 그려내는 역할을 하지만, 가끔은 이 고음이 조금 부담스럽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R50X가 '자극적인 고음'을 가지고 있다고 표현하기는 다소 어려울 것 같습니다. 치찰음을 비롯한 고음의 자극적인 요소들이 귀를 괴롭히는 경험은 의외로 드물었고, 그보다는 전반적인 고음의 양감 자체가 많다보니 음악이 다소 밝게 과장되어 들린다는 느낌이 들곤 했습니다.
다행히도 이는 어느 특정 대역에서 좁은 피크가 나타나는 것과는 사뭇 다른 상황에 해당하기 때문에, EQ 소프트웨어를 통해 High Shelf 필터 하나만 걸어주면 비교적 간단하게 보정이 가능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저음 뿐만 아니라, '완전 오픈형' 설계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개방감 또한 R50X의 가장 매력적인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앞서 살펴보았던 것처럼, R50X는 드라이버 전후면의 공간을 구분짓는 구조물과 드라이버 뒷면을 가로막는 방해물을 최대한 줄인 극단적인 개방형 설계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소리가 이어컵 안에서 오래 머무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배려해서 R50X만의 시원한 개방감을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덕분에 다양한 악기가 배치되는 대편성 곡을 들어보면, 일종의 '경계선'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넓은 공간 속에서, 현장의 분위기가 상당히 정교하고 디테일하게 그려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여러모로 전문가용 헤드폰답게, 극저역부터 초고음까지 상당히 넓은 대역폭의 소리를 여유롭게 다루면서도, 우수한 개방감과 정교한 이미징, 그리고 세밀한 표현력까지 느낄 수 있는, 상당히 우수한 제품이라고 평할 수 있겠습니다.
제품을 듣다보면 이토록 높은 수준의 오픈형 사운드를 실현해낸 오디오테크니카의 설계 능력에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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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오디오테크니카Audio-Technica의 새로운 오픈형 유선 헤드폰, R50X를 살펴보았습니다.
'R70xa'에서 선보인 극한에 가까운 '완전 개방형' 설계를 내려받아, 특유의 약 V자 음색 스타일로 재해석한 R50X는 '전문적인 작업의 영역'에서부터 '일상적인 감상의 영역'까지 폭넓게 활약할 수 있는 훌륭한 올라운더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습니다.
오래된 노트북과 데스크탑은 물론, 심지어 스마트폰용 꼬다리 DAC로도 충분한 볼륨을 확보할 수 있을 정도로 확 낮아진 구동 난이도에서도 'R50X'가 어떤 소비자층을 타겟으로 고안된 제품인지를 단박에 짐작케하는데, ATH-R50X는 믹싱을 위한 전문적인 오디오 장비가 없는 사람들에게도 레퍼런스 모니터링 헤드폰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제품입니다.
비단 믹싱과 레코딩 용도에만 그치지 않고, 영상 편집이나 음악 감상, 게이밍을 비롯한 다양한 용도로도 두루 활용하기 좋은 다재다능한 매력을 지니고 있는 만큼, 모두가 콘텐츠를 소비하면서도, 동시에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는 요즘 시대에 적합한 레퍼런스 헤드폰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장르와 용도를 불문하고, 다양한 목적에 활용할 오픈형 모니터링 헤드폰을 찾으신다면, 오디오테크니카의 ATH-R50X를 부담없이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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