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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슨 Di7 아이언-필드가 두렵지 않다

L1 이웃사람 09.03.23. 11:5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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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를 시작한 지 어언 10여년 만에 드뎌 아이언 세트를 바꾸었다.

맨 처음 골프를 시작하게 된 건 지인으로부터 정말로 허름한 중고 아이언세트를 얻으면서부터다. 본의아니게 시작한 운동이었으니, 투자가 이뤄질리 만무했고, 형편도 그리 넉넉치 않아 장비를 새로 사기에는 썩 내키지 않았다. 그래도 꼭 필요한 것이 있었다면, 티샷은 기분인지라 드라이버 하나는 제대로 된 것을 장만하고 싶었고, 퍼터는 아무도 주는 이가 없어 내돈 들여 싼 것으로 샀다. 또 중고지만 아이언 세트를 담을 캐디백도 싼 것으로 하나 장만하고, 필드 나가야 하니 보스톤 백도 사고, 신발도 사고..... 그렇게 해서 골프를 배우게 됐다. 그것이 벌써 10여 년 전.

당시 내 아이언 세트를 보는 이들은 저마다 "골프의 명가 핑(PING) 제품"이라고 치켜 세웠지만, 사실은 구닥다리 중에서도 아주 구닥다리 구석기 시대의 유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어느 날엔가, 필드에서 뒷땅을 심하게 쳐서 피칭 웨지의 샤프트가 부러졌는데, 속을 보니 벌겋게 녹이 슬어 있었으니 상태가 어땠는지 가히 알만 하다.

어쨌든, 그런 아이언으로 90대 중반까지는 칠 수 있었지만 더이상 타수를 줄이지는 못했다. 장비 탓을 하는 것이 어줍짢지만 요즘처럼 신병기가 많이 나오는 세상에서는 장비도 실력 향상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사실이지 않은가.

그러던 차에, 인터넷에서 브랜드와 사용 년수에 관계없이 아이언 보상판매를 한다하여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바로 윌슨의 Di7 아이언 세트.

윌슨 브랜드 창립 100주년을 기념해 시중가 150만원 짜리를 무려 65만원에 판매한다고 했다. 정말로 150만원의 가치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다지 비싸보이지는 않았다. 더욱이 이미 지인이 이 세트를 구입해서 시타를 해 본 결과 타구감이 그다지 나쁘지 않다는 평을 듣고 보니, 10여년을 구석기 시대 유물로 필드에서 '삽질'을 해왔던 나로서는 도저히 교체의 유혹을 참을 수 없어 급기야 '지르고' 말았다. 여러 브랜드를 사용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객관적인 사용기는 어렵겠고, 그동안 필자가 사용해왔던 구석기 시대 유물과 간단한 비교 및 사용 소감을 요약한다. 물론, 비교 대상은 안될 지라도......

<> 가볍다

윌슨 Di7을 처음 접하고 나서 느낀 첫 소감은 일단, 가볍다는 점. 기존에 사용하던 핑아이2가 스틸 샤프트 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원래 단조 아이언이라 좀 묵직한 편이었다. 핑 3번을 분실한 관계로, 4번부터 9번까지, 그리고 피칭웨지와 샌드웨지, 이렇게 8개의 무게를 비교한 결과 윌슨 Di7이 400g 가벼웠다. 뭐 정확한 측정은 아니고, 필자가 아이언 8개를 들고 체중계에 올라보니 그랬다는 얘기다.

<> 솔(SOLE)이 넓다

아이언의 바닥에 해당되는 sole이 비교적 넓어 페어웨이에서 약간의 미스샷이라도 클럽이 앞으로 잘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이 생겼다. 이는 저중심 설계를 위한 것인데, 힘들여 내려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파워풀한 스윙을 가능하게 해준다.

<> 5번 아이언을 비교한 사진. 확실이 오른쪽의 윌슨 Di7의 솔이 두껍다.

<> 편한 그립(Grip)

윌슨 Di7의 그립은 필자처럼 손이 작은 사람도 편안하게 잡을 수 있다. 끝 부분은 오히려 핑아이 보다도 다소 직경이 굵은 것처럼 보이지만, 중간 부분으로 내려올 수록 오히려 더 가늘어져 손이 작은 사람은 약간만 짧게 잡아주면 편안한 그립이 가능해짐을 알 수 있다.

<> 그립의 끝 부분. 왼쪽이 윌슨 Di7. 핑아이2보다 약간 굵어 보인다.

<> 그립의 중간부분 이하로 내려올 핑아이2보다 가늘어 손이 작은 사람도 약간만 짧게 잡으면 전혀 무리가 없다.

<> 길이는 같은 번호의 아이언을 기준으로 Di7이 약간 길다. 1~1.5cm 정도.

<> Di7이 핑아이2보다 페이스가 약간 커보인다. 사진처럼 많이 커보이지는 않지만, 확실히

유효 타구면적이 넓어진 느낌이다.

<> 총평

윌슨 Di7을 주문 하루만에 택배로 받고 나니, 당췌 손이 근지러워 견딜수가 없다. ?비거리 200미터가 넘는 야외 연습장을 찾아 바로 시타에 들어갔다. 기존의 아이언 치던 습관대로(핑아이2는 무겁기도 하거니와 스틸샤프트라 파워풀한 스윙이 따라주지 않으면 장점을 살리기 어렵다) 힘이 들어가니, 역시 새 아이언도 별 효과가 없다. 하지만, 채 20분이 지나지 않아 타겟에서 20미터 좌우로 떨어지는 공을 볼 수 있었다. 4번에서 9번에 이르기 까지 타겟에서 20미터 좌우에 떨어진다는 것은 내겐 흔치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비거리 또한 많이 나는 것 같다. 물론 연습장이라 정확한 측정은 불가하였으나, 스윗스팟에 맞는 경우가 잦았고, 그럴 때를 기준으로 한다면 역시 기존 핑아이2보다는 약간 더 거리가 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스크린 골프장에서도 테스트를 해보니, 좌우로 휘던 볼이 십중팔구는 스트레이트로 날라간다. 180m 파3도 원온에 성공, 파를 잡는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