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지 않은 키보드를 사용해봤지만 당시 IBM만한 게 없고 비슷하기만이라도 한 터치감 좋은 표준형 펜타그래프를 쭈욱 찾아오다 이번엔 로지텍 K800을 구매했습니다. 결론은 이것도 아니다.
노트북에서 기본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퍼펙트스트록 기술이 적용된 몇 안되는 데스크탑형 키보드입니다. 퍼펙트스트록은 키의 가운데를 누르던 가장자리를 누르던 모서리를 누르던 일정한 압력으로 키가 비뚫어지지 않으면서 잘 눌려지는 기술입니다.
기계식 키보드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일단 소리나는 게 싫고, 펜타그래프만큼 가벼운 타이핑이 안된다는 것.
본인이 찾는 터치감은 쫀득하면서도 부드러운 맛. 양손을 키보드에 얹기만해도 일체감을 느낄 수 있는 IBM 486노트북의 터치감, 적어도 IBM 560노트북 정도의 터치감.
키보드에서 손을 떼면 손이 시원한 느낌이 듭니다. 사이즈와 배열이 손에 안 맞다는 것이구요. 몸이 그것을 먼저 느낍니다. 오타도 자주 납니다. 키캡의 모서리를 둥글게 만들어서이기도 하겠지만 키캡 표면이 편안할 정도로 넓다는 느낌이 안듭니다. 키보드를 터치했을 때 완벽한 일체감을 느낄 수 있게 키캡의 표면이 더 넓어야 합니다. 키캡 표면의 가장자리를 각 지지 않게 한 것과 함께 가로폭 1cm를 줄인 것으로 인해서 키캡 표면의 넓이가 좁아 진 것 같습니다.
백스페이스키를 크게 만들었네요. 백스페이스 왼쪽에 있어야 할 \키는 백스페이스 아래로 내려와 있구요, 이게 엔터키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어 엔터키가 작아졌네요. 왼쪽ALT키가 표준형 키보드에선 Z쪽으로 치우친 Z와 X사이에 있는데 이건 X밑에 있습니다. 위에서 말했던 1CM의 키폭~ 키폭을 1CM 강제로 좁히느라 몇몇개의 키에 손을 댔구만요.
1.전체 키보드 크기는 표준으로 정해놓고 좌측과 우측의 테두리를 그놈의 디자인이란 것 때문에 1.5CM로 크게 만들었다.
3.그러다보니 공간이 협소해서 W키가 백스페이스 아래로 오게 되었고, 백스페이스 키는 조금 커지게 된 것이고, 엔터키는 반쪽이 된 것.
4.좁아진 폭에 맞추기 위해서 좀 줄여도 별 상관이 없을 것 같은 Tab키와 Caps Lock키와 왼쪽 Shift키의 폭을 줄였고, 덕분에 alt키는 z키에 치우친 z와 x사이에 있는게 아니고 x키 바로 아래에 붙게 된 것.
다나와에 보면 K800모델에 마우스나 터치패드 등을 끼워서 나온 패키지가 10여가지 정도나 됩니다. 뭔가 거꾸로 가는 듯한 느낌. 로지텍은 키배열도 그렇고 키스킨도 그렇고 기본적인 것에 좀 더 충실하셨으면 함. 로지텍은 새로 출시되는 모델의 종류를 억지로 늘리려고 뭔가 다르게 해야한다는 의무감에 자꾸 이상하게 변형시켜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밝기 조절이 25% 50% 75% 100% 이렇게 조절 되는데, 방에 불을 꺼놓고 작업해보니 최소밝기인 25%로 해도 캡 사이로 빛이 새어 나와 눈이 부시네요. 어두운 실내에 비해선 밝습니다. 키스킨만 있어도 괜찮을 건데 말이죠. 안타깝습니다. 참고로 이 모델은 키스킨 자체가 생산되지 않았습니다.
키캡 문자만 구별할 수 있을 정도의 밝기로는 설정이 안되는데 백라이트가 서서히 꺼질 때의 밝기정도면 참 좋겠는데 말이죠. 키 사이로 빛이 새어 나오지 않아 눈부시는 것도 없고 어두운 곳에서 키캡의 문자만 또렷하게 보이는 그 정도의 밝기를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이 밝기로 설정이 가능하면 좋은데 이 밝기로는 설정이 안됩니다.
밝기가 광고 사진과는 다릅니다. 광고 사진에는 키표면의 글자에만 빛이 은은하게 들어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재론 키캡 사이로도 빛이 새어나옵니다. 그래서 컴컴한 때엔 눈이 부시게 되는 겁니다. 백라이트를 사용한다는 것은 주변을 컴컴하게 할 때인데 개발팀에서 한밤중에 모니터만 남기고 다른 불 다 끄고 테스트를 해보셔야 하는데 대낮에 테스트 하신 듯 싶습니다. 아쉽습니다.
충전용 건전기는 SANYO제품으로 1.5V 1900mAh 건전지 2개가 들어있습니다. 설명서에는 일반적으로 한번 충전으로 10일정도 사용할 수 있다고 나와있네요. 키보드 전원 킨 상태에서 완전충전하는 데 6시간 걸리고, 키보드 전원 끈 상태에선 3시간이 걸린다고 나와있네요. 키보드를 켤 때마다 총 3칸으로 되어있는 충전램프에 불이 들어오는데 이것으로 충전량을 대략 가늠할 수 있습니다. 건전지 1개에는 필름으로 덮여져 있어서 이 건전지는 빼는게 어렵습니다. 아니면 필름을 구겨서 제거해야 하는데, 나중에 건전지 교체할 때 고생 좀 하겠네요. 필름을 덮어놓은 이유를 알 수 없네요. 필림의 기능에 대해선 설명서에도 설명 안되어 있구요.
뭔가 다르게 만드려고 하는 노력은 가상하나 그것이 불편함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도 아셔야 하며, 기본적인 것부터 먼저 만들어 놓고 시도하시는 것이 좋을 듯. 표준이라고 할만한 펜타그래프 키보드도 없으면서 자꾸 뭔가 조금씩 변형시켜서 모델 수만 늘리고 이상한 것들을 자꾸 만들어내고들 있죠. 문제 있습니다.
로지텍 K800에서 괜찮게 생각되는 것은 터치감뿐입니다. 그 외는 추천할만한 사항은 없습니다. 키를 볼록하게 만든 것이나 키배열을 바꾼 것이나 키전체 폭을 1CM줄인 것 때문에 손이 키보드에 착 달라붙어서 하나가 되는 느낌은 없어서 그나마 좋은 터치감마저 상쇄시켜버리네요. 이것은 아마 이 키보드를 오랫동안 사용하게 되면 이 키보드에 몸이 맞춰지게도 되겠지만 어쨌거나 이래선 안됩니다. 너무 안일하고 이기적이지 않나요? 키보드에 몸을 맞추라는 게.
정리하면, 노트북에서 기본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퍼펙트스트록 기술이 적용되고 키캡 표면이 오목하고 모서리는 각 지지 않고 적당히 낮은 키와 누를 때의 깊이. 부드럽지만 퍽퍽 하지 않고 쫀득한 터치감, 키배열을 제조사 입맛대로 바꾸지 않고 폭을 줄이지 않고 키표면을 쓸데없이 볼록하게 만들지 않는 표준 배열 키보드 말입니다. 그리고 유선으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