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델란드의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가 그린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북구의 모나리자'로 불린다.
살짝 고개를 돌린 소녀의 입가에 있는 듯 없는 듯 미소가 어리고, 귀에는 영롱한 진주 귀걸이가 달려 있다.
렘브란트와 더불어 17세기 뛰어난 빛의 화가였던 그는 이 그림에 섬세한 붓놀림으로 은은하게 번지는 내제적 아름다움을 절묘하게 담아냈다.
그런데 한가지, 그다지 부유해 보이지 않는 소녀가 어떻게 당시 값비싼 장신구였던 진주 귀걸이를 했을까.
작가 트레이시 슈발리에는 여기 의문을 품고 어려서 부터 좋아한 이 그림에 얽힌 동명 소설을 썼다.
그다지 알려진 게 없는 화가 베르메르와 누구인 지 모를 그림 속 신비한 소녀의 이야기는 순전히 슈발리에의 상상력이 빚은 보석이다.
피터 웨버 감독은 원작 소설을 충실하게 살려 마치 17세기 화랑을 거니는 듯한 예술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Girl With A Pearl Earring, 2003년)를 만들었다.
영화는 베르메르가 하녀를 모델로 유명한 그림을 그리게 된 과정을 묘사했다.
여기에는 드러나지 않은 사랑과 욕망이 숨겨진 붓질처럼 배어 있다.
창을 통해 은은하게 번지는 빛을 좋아했던 베르나르의 그림처럼 영화 속 사랑도 알듯 모를 듯 은근하다.
그 과정이 섬세하면서도 한 편의 미스테리 소설처럼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를 위해 웨버 감독은 17세기 네델란드 풍경을 최대한 절제된 조명을 사용해 한 폭의 유화처럼 담아냈다.
더불어 콜린 퍼스와 스칼렛 요한슨의 연기도 훌륭했다.
여러 편의 로맨스 영화에서 뛰어난 감성 연기를 보여준 콜린 퍼스는 이 작품에서 세심한 손놀림과 표정 만으로 내면의 감정을 보여준다.
스칼렛 요한슨은 그림 속 소녀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킬 만큼 딱 어울리는 배역을 찾았다.
매 장면이 그림 같은 영상,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분위기 있는 음악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수작이다.
1080p 풀HD의 2.3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의 화질은 최신 작품들과 비교하면 많이 떨어진다.
감독이 의도적으로 소프트 포커스로 찍은 점을 감안해도 윤곽선이 예리하지 않고 노이즈가 심하다.
특히 어두운 장면에서 노이즈가 두드러진다.
그래도 DVD에 비하면 색감 등이 많이 개선된 편.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적당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위층에서 울리는 사람들의 발소리가 영상을 따라 이동하며 실감나게 재현된다.
부록은 3장짜리 얼티밋 에디션 DVD에 들어 있던 내용이 모두 수록됐다.
감독 해설, 원작자 해설 등 2편의 해설과 제작과정, 삭제장면, 인터뷰 등이 모두 한글 자막과 함께 수록됐고 OST까지 별도 DVD로 들어 있다.
by 블로그 '달콤한 인생' http://wolfpack.tistory.com/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 스크린 샷은 저작권 문제가 걸려 있으니 퍼가지 말아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