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사랑이나 인생의 참된 가치관에 대해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그저 당시 세태를 솔직하게 보여줄 뿐이다.
이만교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결혼 따로, 연애 따로인 현대 남녀의 솔직한 사랑을 다뤘다.
제목은 역설적으로 결혼이 여러가지 조건을 따질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더불어 진실된 사랑보다는 조건이나 형식에 얽매인 결혼제도의 맹점을 꼬집는다.
유하 감독의 이런 비판적 현실관은 나중에 '말죽거리잔혹사'를 통해 학교라는 틀 안에서 벌어지는 위선적 폭력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결혼 제도에 대해 지극히 냉소적인 판타지다.
여주인공이 두 집 살림을 하는 이유도 조건에 맞는 결혼과 진실한 사랑 두 가지를 모두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기에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영화 속 여주인공의 삶은 오히려 연민의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온전치 못한 그들의 삶을 비난하면서도 한편으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가슴이 아린, 양가적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묘한 영화다.
유하 감독의 깔끔한 연출과 서정적인 음악, 감우성 엄정화 두 배우의 연기가 제대로 맞아 떨어진 작품.
더불어 심심찮게 등장하는 야한 베드신도 화제가 됐다.
1080p 풀HD의 1.8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우리 영화치고는 무난하다.
최신작들과 비교하면 윤곽선이 명료하지 못하며 전체적으로 탁하고 뿌연 편이지만 DVD 보다는 월등 낫다.
다만 본편 자막에 오자가 눈에 거슬린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부록으로 감독 음성해설과 제작과정, 인터뷰와 뮤직비디오가 들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