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게이밍 기어’를 말하면 키보드, 마우스, 헤드셋을 떠올리는 게 어색하지 않다. 게임을 즐기지 않는 사람의 시선에선 크게 다를 바 없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전용 장비를 사용한다는 것은 게임 실력과도 연관이 될 만큼 게임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프로게이머가 아니라 해도, 노트북을 살 때 사은품으로 주는 마우스로 즐기는 게임은 전용 게이밍 마우스로 즐기는 것보다 유쾌하지 않다.
일반적인 입력장치에서 용도가 구분되며 수많은 기기 제조사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한 달이 멀다 하고 처음 들어보는 브랜드의 제품이 ‘명품’, ‘최강’ 등의 칭호를 써가며 시장에 나오는데, 대부분은 시장에서 빛을 받지 못한다. 같은 재료와 같은 부품을 사용해 만들어도 품질을 보장할 수 없는데, 품질이 떨어지면 가격이 매력적이라 해도 손가락질을 받기 마련이다. 이런 현상을 피하려면 제품을 제대로 만들 수 있는 기술력과 노하우를 갖춰야 한다.
마보(MARVO)는 지금의 게이밍 기어 제품군을 만들기 전부터 10년이 넘게 타 브랜드의 OEM 생산을 해 왔다. 2012년부터 자사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의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고, 2014년부터 전 세계를 상대로 마보 게이밍 기어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전 세계 56개국에 마보 게이밍 기어를 공급하고 있다. 컴퓨텍스 현장에서 총괄 세일즈 디렉터 릴리 장(Lily Zhang)과 인터뷰를 진행하며 마보의 국내 시장 진출에 대해 얘기했다.
▲Lily Zhang, MARVO 총괄 세일즈 디렉터
Q. 브랜드를 론칭한 지 오래 되지 않은 것 같다.
A. 자체 브랜드인 ‘마보’는 2011년 처음 설립하고,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연구·개발에 들어갔다. 2년여 간 키보드와 마우스, 마우스패드, 헤드셋 등의 제품을 준비해 2014년부터 대대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한 것이 마보의 첫 발걸음이다. 2014년부터 홍콩의 전시회에 참석하며 조금씩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Q. 입력장치가 단순해 보여도 ‘잘 만든’ 제품을 만나기 쉽지 않은 분야인데.
A. 마보는 10여 년 전부터 타사의 OEM 제품을 많이 공급하며 제조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 다른 제품도 마찬가지겠지만, OEM은 특히나 그 품질이 더 중요하다. 마보는 나름대로 기술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자체 브랜드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자사의 제품은 저가형부터 보급형, 고급형 등 다양한 분류의 제품들이 수백 종이 넘는다. 큰 시장인 유럽과 남미를 포함해 총 56개국에 우리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동남아시아와 러시아 등지도 마보의 주력 판매처이고, 지난 2016년에는 두바이에도 진출했다.
Q. 마보가 국내 시장에서 잡고 있는 소비자층은.
A. 유럽이나 남미는 반 이상이 오프라인 시장이라서 대형 마트나 전자상가에 납품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오프라인 매장의 인테리어에도 많은 신경을 써야 할 정도였다. 러시아는 그 정도가 더하다. 그에 비해 한국 진출을 위해 시장을 돌아보니, 거의 대부분의 수요가 온라인으로 소화되고 있었다.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소비 패턴과 사이클이 무척 다양하고 빠르다는 것이고, 이는 게이밍 기어 제품군의 주 소비층이 젊은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이 소비자층을 잡기 위해 처음에는 가격이 저렴한 제품 위주로 판매를 시도하고 있다.
Q. 부스에 전시된 신제품들의 종류가 무척 많은 것 같다.
A. 4개 제품군에서 총 수백 가지의 모델을 가지고 있다. 제품의 가격대를 기준으로 고가, 중가, 저가 등으로 대분류를 나눠, 다양한 수요를 최대한 충족시키려 하고 있다. 한국 시장에는 현재 10여 가지 남짓의 제품만 판매하고 있는데, 본사와 국내 유통사와 최대한 의견을 나눠 결정한 사항이다. 아직 브랜드의 인지도가 낮기 때문에 무조건 우리가 만드는 모든 제품을 들이기보다는, 국내 수요에 맞게 단순한 디자인에 성능이 부각되는 제품을 선정했다.
Q. 국내에 출시된 제품의 디자인을 보고 원래 이런 스타일인가 싶었다.
A. 최대한 단순하게 만든 제품도 있고, 무척 화려한 디자인의 제품도 있다. 앞으로 한국 시장에도 다양한 가격대, 다양한 스타일의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Q. 키보드와 마우스의 키 스위치가 익숙하다. 어느 제품을 사용하는지.
A. 키보드는 카일과 오테뮤 스위치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가장 인기가 높은 것은 청축이고, 기계식 키보드가 아닌 제품들도 판매량은 꾸준하다. 마우스는 아바고 3050을 많이 썼다. 지금까지 축적해 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조만간 새로 만드는 신제품에는 자체 제작한 키 스위치를 사용할 것이다. 마우스의 경우 목표는 아바고 3050과 동급의 성능을 가진 스위치를 만드는 것이다.
Q. 마보가 가지고 있는 자사의 브랜드 전략은.
A. 한국을 비롯해 세계 시장을 위한 마보의 브랜드 전략은 우리의 이름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시작 단계에 있다. 특히 한국은 게임에 강하고 게임 산업이 많이 발전한 곳으로, 우리에게 좀 더 중요한 시장이라는 생각으로 시장 진입 전략을 짜고 있다. 현재로선 게이밍 기어 브랜드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시점이다. 현재 한국에 소개한 마보 제품은 종류가 많지 않지만, 다양한 수요층 중에서도 가격 대비 성능을 중요시 여기는 학생들과 젊은 사람들을 타깃으로 삼으려 한다. 올해 안에 자리를 잡고 내년부터 마보의 주력 제품을 연달아 선보일 예정이다.
Q. 국내 유통사 컴포인트와의 협업은 어떤지.
A. 컴포인트는 우리와 함께 일하기 전에도 기가바이트, 플렉스터 등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들을 유통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 홍콩 페어에서 처음 얘기를 나눴고, 컴포인트 특유의 꼼꼼한 검수와 제품 선정에 대한 점이 만족스러웠다. 그들은 높은 품질의 제품을 좋은 가격에 공급하길 원했고, 우리는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그렇게 협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컴포인트가 유통을 담당하고 있는 기가바이트 게이밍 기어의 경우 브랜드 컬러가 강한 편인 것 같은데, 이는 마보의 제품들과 라인업이 크게 겹치지 않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소비자층이 약간 다르기도 하고, 가격대 역시 중복되는 부분이 별로 없다. 유통사로서 다양한 제품을 소비자에 선보이고 싶어 하는 점을 우리가 만족시켜 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질문으로 개인적인 추천을 바란다는 질문에 Zhang 디렉터는 키보드, 마우스, 헤드셋 하나씩을 선정해 줬다. 아쉽게도 현재 디자인 작업을 마치고 생산을 준비 중인 제품들이어서 소비자들이 손에 넣기까지는 조금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제품 가격은 아직 책정되지 않았지만, 현장에서 직접 만져본 바로는 그 자리에서 지갑을 열고 싶은 물건들이 꽤 눈에 띄었다. 컴포인트 측에서도 빠른 시일 안에 더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겠다고 약속했으니, 우리 게이머들의 선택의 폭이 한 층 더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의 경쟁은 소비자의 만족과 직결되는 만큼, 마보가 저렴한 가격에 뛰어난 성능을 가진 게이밍 기어 브랜드로 자리 잡기를 기다려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