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라는 단어는 많이 접했을 것입니다. 당장 이세돌 9단과 커제 9단 외에 수많은 바둑기사들을 상대한 알파고(AlphaGo)가 떠오르죠. 게다가 자율주행차도 있구요. 스마트폰 음성 비서들, 삼성 빅스비나 구글 홈, 아마존 에코, SKT의 누구, KT 기가지니 등도 인공지능이라는 단어를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갑작스럽지만 그러나 자연스럽게 인공지능은 우리의 삶에 가깝게 다가오는 중입니다.
5월 30일부터 6월 3일까지 대만 타이베이에서 개최되는 컴퓨텍스 2017에서도 인공지능은 단연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런데 그냥 인공지능이 아니라 정말 우리의 생활 곳곳에 침투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산업과 생활 전반에 걸쳐 있는 인공지능의 모습을 만나 봤습니다.
먼저 눈길이 갔던 곳은 에이수스 부스였는데요. 그곳에서 인공지능 로봇(?) 젠보(Zenbo)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제법 공간을 할애해 젠보를 알리는데 주력했구요. 정해진 시간에 따라 시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시연자가 “젠보, 나를 따라와~” 하면 젠보는 “젠보, 따라가는 중입니다.” 하면서 시연자를 따라갑니다. 그냥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제법 자율적으로 움직이더군요. 시연자가 의자에 앉는데, 그 옆까지 따라가 정지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젠보는 사람이 들어오거나 나가면 인사도 하구요. 사람이 인지되면 주기적으로 날씨라거나 뉴스라거나 이슈거리가 되는 부분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음성으로도 알려주고 필요한 정보는 젠보 머리에 있는 디스플레이를 활용해도 됩니다. 7인치 정도 되는 것 같네요.
이렇게 보니까 마치 월-E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아직 많은 언어를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완성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일단 영어권과 중화권에는 대응하는 듯 하네요.
산업 및 생활 전반에 걸쳐 인공지능과 로봇을 적극 활용한 부스는 벤큐입니다. 모니터 브랜드로 잘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벤큐는 그룹 산하에 의료와 광학 관련 기업을 두고 있습니다. 부스 내에서는 산업에서 인공지능과 로봇이 어떻게 쓰이는지부터 의료 산업에 적용하는 인공지능, 서비스 산업에 적용할 인공지능에 대해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먼저 의료 산업입니다. 이곳에서는 미봇(MiBot)이라는 기기가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는데요. 상단에는 모니터가 하단에는 스피커와 센서, 카메라 등이 달려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뒤에는 여러 물건을 적재할 수 있는 수납함이 연결되어 있는 형태입니다.
미봇은 병원 내에서 필요한 물품을 전달하는 목적을 가집니다. 뒤에 달린 수납함에 의료 장비나 환자들의 식사 등을 실으면 스스로 길을 찾아 이동하는 방식이구요. 주변에 장애물을 피해 물건에 손상을 주지 않도록 설계됐습니다. 실제로도 정해진 벽 사이로 잘 움직였구요. 방향을 360도 회전해 바꾸는 것도 자연스러웠습니다.
아직은 시제품 단계여서 엘리베이터에 탑승하진 못한다고 합니다. 하단을 보시면 알 수 있을텐데요. 단차가 거의 없습니다.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는 단계에서 넘어지거나 손상을 입을 수 있어 보입니다. 이 부분은 추후 개선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병원 내에서 미봇과 나란히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는 날을 기다려 봅니다. 아, 적재함은 최대 150kg까지 넣을 수 있다네요.
이번에는 디봇(DiBot)입니다. 위 이미지 우측에 수줍게 서 있는 로봇 보이시나요? 음료수 4개를 들고 있는 저 로봇 말입니다. 미봇은 딜리버리 로봇의 줄임 말입니다. 물건 배달하는 로봇이죠. 서비스 산업에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미봇과 달리 팔이 달려 있습니다! 여기에 음식이나 음료를 실어 손님에게 배달하는 것이죠. 1~2인이 운영할 정도의 작은 규모의 식당이나 카페에서 활용하기에 적합해 보였습니다.
디봇을 활용해 봤습니다. 일단 주문을 해야겠죠. 무거운 몸을 이끌고 잠시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제 앞에는 태블릿 한 대가 놓여 있네요. 간단하게 이름을 적고 주문을 시작합니다. 간단하게 터치로 주문을 한다는게 참 편리하기도 하고 정감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저는 종업원 또는 사장님과 눈을 마주하며 주문하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주문을 하니 디봇이 꿈틀하며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혹여 이동 시 충격으로 인해 음료가 넘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잘 들고 오는 모습입니다. 신기방기하네요. 차후 팔에 짐벌 기술이 적용되면 더 안정적으로 주문한 음식을 들고 올 수 있을 듯 합니다.
손님인 저는 주문하고 음식을 맛있게 먹은 다음 나가면 끝입니다. 하지만 점주는 이제부터 또 다른 시작입니다. 바로 방문한 손님들의 취향과 연령대를 분석해 효과적인 운영을 해야하는 것이죠. 저는 주문만 했지만 디봇이 저의 연령대를 분석한 자료를 더해 최종 분석자료를 제시합니다. 어떤 음료가 인기 좋았는지 매출은 어떤 변화가 있는지 남녀 비중은 어느 정도 되는지 등 말이죠.
간단하게나마 인공지능과 로봇을 경험해 보니 앞으로 달라질 생활 환경을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이런 형태의 투박한 로봇들이 우리 곁에 함께 하겠지만 앞으로 기술이 더 좋아진다면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볼 법한 안드로이드 형태의 인공지능 로봇들이 우리와 함께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