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영장류 중 유일하게 털이 없는 존재입니다. 그나마 신체 일부에 남아 있는 털이 있기는 합니다만, 남자와 여자에게 있어 의미가 좀 다르죠. 여자에게 털은 제거의 대상입니다만, 남자에게 털은 ‘남성’을 상징하는 존재로 여겨 왔습니다. 특히 가슴털은 두말할 필요도 없죠.
그러나 그것도 남자 나름이죠. 아무리 상남자의 상징이라도 제멋대로 기르기만 한다면 혐오스럽기만 합니다. 특히 저 같은 오징어에겐 말이죠. ㅠㅠ 그래서 어느 정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요즘은 그래서 왁싱하는 남자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더군요. 그루밍이니 뭐니 하는 말도 그래서 생겨난 것 같습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꼴에 남자라고 여기 저기 지저분한 털이 넘쳐납니다. 나이가 들수록 머리는 빠지는데 온몸의 털은 사계절 상관없이 무성하게 자라기만 합니다. 여름에 반바지 입는 것도 꺼리게 되더군요. 이런 비호감도 또 없습니다. 그렇다고 고통의 끝판왕인 왁싱을 하러 간다는 것은 감히 상상도 못하겠습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면도뿐이더군요. 하지만 금방 금방 쑥쑥 자라는 털. 야한 생각도 별로 안하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최근 바디 면도기 또는 바디 트리머라고 하는 제품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여성들이 쓰는 제모기가 아닙니다. 제모기는 털을 아예 뽑아버리는 것인데요. 바디 트리머는 다리 등 몸에 난 털을 깔끔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기입니다. 마치 면도기처럼 말이죠. 살점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왁싱의 고통은 이제 안녕입니다. 며칠에 한번씩만 바디 트리머로 쓱쓱 밀어주기만 하면 나도 섹시한 그루밍족이 될 수 있…………………….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이 녀석입니다. [파나소닉 ER-GK60]
애견삽에서 보던 애견용 트리머 느낌이 납니다. 미용실에서 쓰는 전기 이발기(전기 바리깡)랑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블랙과 실버의 조합. 미용기기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집니다. 매우 심플하게 생겼네요.
한 손으로 잡기에 좋은 형태입니다. 미끄러지지 않도록 바디 부분은 주름으로 처리했네요.
무게는 실제 재보니 140g에 좀 못미칩니다. 그립감도 괜찮고 무게도 적절한 것 같습니다.
전원 버튼은 바디 중간에 있습니다. 밀고 당기는 방식입니다.
충전 방식으로 동작합니다. 밑에는 충전을 위한 단자가 있습니다. 그리고 충전스탠드가 함께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간편하게 보관도 하고, 동시에 충전도 해결합니다. 충전기에 꽂으면 딸깍 소리가 나며 고정됩니다. 분리할 때에는 앞으로 살짝 당기면 쉽게 빠집니다. 구조적으로 스탠드에 고정되는 형태이므로 외부의 작은 충격에 의해 트리머가 충전기에서 이탈하는 사고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충전기 앞쪽에는 LED가 있어 충전 중임을 알려줍니다. 12시간 정도면 완충이 되며, 약 40분 가량 사용할 수 있다고 하는군요. 양다리와 가슴털까지 밀어버리는데 충분한 시간입니다.
보관 또는 여행이나 출장 갈 때 편리하게 챙겨가라고 케이스 같은 것을 주는군요. 필통같이 생긴 케이스에 쏙 넣으면 됩니다.
늘 새 것 같이 관리하라고 오일과 청소용 솔도 함께 줍니다. 날 주요 부분에 한방울씩 넣고 5초 정도 트리머를 작동시켜 윤활유가 잘 스며들도록 하면 됩니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파나소닉 ER-GK60에 대해 살펴볼까요?
헤드 부분은 좀 특별하게 생겼습니다. 미용실에서 쓰는 트리머와 달리 날 부분이 위쪽이 아닌 옆쪽으로 나 있습니다. 이게 파나소닉 ER-GK60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라고 생각이 드는데요. 날이 위쪽으로 나 있는 경우 트리머를 쥐고 쓰는데 한계가 좀 있습니다. 그냥 한 방향으로 쓱쓱 밀어버리는 경우라면 문제가 없지만 비키니 라인과 같이 좀 세밀하게 밀어야 하는 경우에는 손의 각도가 좀 불편해집니다.
그러나 날이 옆으로 되어 있으면 아래 사진처럼 여러 형태로 트리머를 쥐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1자형으로 되어 있어서 그립감도 좋습니다. 넓은 범위에 걸쳐 쓱쓱 밀어버리는 경우, 얼굴 면도처럼 보다 세심하게 부분부분 밀어야 하는 경우에 따라 편리하게 잡고 쓸 수 있습니다. 또한 겨드랑이, 가슴털, 다리털, 비키니 라인 등 신체 어떤 부위도 보다. 안정적인 자세로 털을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네요.
또 하나 특징은 헤드의 형태입니다. 위에서 보면 V 형태입니다. 피부에 밀착해 깔끔하게 털을 밀어버릴 수 있다는 얘깁니다. 비키니 라인처럼 살이 접히는 좁은 부분도 면도가 가능하고요. 헤드 왼쪽 또는 오른쪽 어느 방향으로도 밀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몸 구석 구석 놓치지 않고 셀프 제모가 가능합니다.
다음으로 독특한 날 구조입니다. 다른 트리머와 마찬가지로 두 개의 날이 빠르게 교차하면서 털을 깎습니다만, 이 제품은 날을 독특하게 디자인해 안전성을 확보했습니다. 다음 사진은 날 부분은 크게 근접 촬영한 것입니다. 날은 고정날과 좌우로 빠르게 이동하는 날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뒤에 있는 큰 것이 고정날입니다. 빠르게 좌우로 이동하는 날은 앞쪽에 있는데요.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두 날의 크기가 서로 다릅니다. 이동날이 고정날보다 작게 되어 있어 피부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틈새로 들어오는 털만 깎아버리는 것이지요. 그리고 고정날을 자세히 보면 날 끝이 둥글게 되어 있습니다. 또한 틈새가 좀 좁게 되어 있지요. 날 사이의 틈을 좁혔기 때문에 피부가 날 안쪽으로 밀려 들어오는 것을 방지합니다. 살이 집힐 걱정 없이 그냥 쓰윽 쓱 밀기만 하면 됩니다.
이렇게 날 안쪽에 틈새가 있으면 제대로 짧게 밀어버릴 수 있을까? 생각이 들기 마련인데요. 위 사진은 크게 확대해서 그렇게 보이는 것이지 실제로는 틈새가 매우 좁기 때문에 0.1mm 길이까지 털을 밀어버릴 수 있습니다. 거의 전기면도기 수준인데요. 따라서 바디 트리밍이 아닌 구레나룻과 같은 얼굴에 난 털을 정리하기에도 안성맞춤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다리털을 0.1mm까지 밀어버린다면??? 물론 깔끔하게 보이긴 하겠지만 남자 다리에 털이 전혀 없으면 그것도 좀 이상하게 보일 거에요. 그래서 털의 길이를 조절해 깎을 수 있도록 3가지 타입의 캡이 있습니다. 아래 사진에서 왼쪽이 피부 가드 캡, 오른쪽이 3mm와 6mm 길이로 제모가 가능한 빗살 캡입니다.
겨드랑이나 사타구니같이 민감한 부위의 피부에는 보호를 위해 ‘피부 가드 캡’을 사용할 것을 권장하는군요. 캡이 면도날과 피부 사이를 좀 더 띄워 놓기 때문에 날이 피부에 직접 닿는 일이 거의 없어 보입니다. 대신 피부와 칼날 사이에 2mm 정도 공간이 생기므로 털 또한 2mm 정도 길이로 정리가 됩니다.
3mm와 6mm 빗살캡은 날과 피부 사이 간격을 그만큼 더 확보하기 때문에 더욱 안전하게 털을 트리밍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털의 길이도 그만큼 유지하면서 깎아내므로 털을 일정한 길이로 관리할 경우 매우 유용합니다. 예를 들어 다리털 또는 수염을 어느 정도 기를 경우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3mm와 6mm 빗살캡은 비슷하게 생겨서 구분이 잘 안가는데 측면에 이렇게 써 있네요.
털이 쓱쓱 잘 밀리는지 직접 사용해 봤습니다. 피부 가드 캡이나 빗살캡을 쓰지 않은 상태에서 종아리에 난 털을 밀어보니 아주 잘 밀립니다. 털이 워낙 무성하게 이러저리 자라나서 한번에 싹 깎아내지는 못하지만 몇 번 왔다갔다 하니 마치 면도기로 면도한 것처럼 깔끔하게 밀어집니다.
겨드랑이 같은 부드러운 피부도 잘 밀리는군요. 혹시 피부가 면도날에 집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런 것은 없이 털이 아주 잘 깎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저는 가슴털이 거의 없어서 이 부분은 못해봤지만 젖꼭지 부분의 털을 밀어보니 아주 잘 쑥쑥 밀립니다.
다음은 피부 가드 캡, 빗살캡 사용에 따른 차이를 살펴본 것입니다. 허벅지에 대고 사용해 봤는데요. 위에서부터 아무런 캡 없이 그냥 사용한 상태, 그리고 그 밑으로 피부 가드 캡, 3mm 빗살캡, 6mm 빗살캡 순서입니다. 털을 싹 밀어버리고 싶은 가슴털이나 겨드랑이털, 사타구니털은 피부 가드 캡을 쓰거나 혹은 그냥 밀어버리면 깔끔할 것 같고요. 더리털은 3mm 빗살캡을 쓰면 어느 정도 털을 유지하면서 깔끔하게 정리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설명서를 보니 사타구니의 경우 피부 보호를 위해 피부 가드 캡 사용을 권장하는군요.
그리고 또 하나 장점이 있습니다. 이게 방수를 지원하기 때문에 샤워하면서도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흐르는 물에도 날을 깨끗하게 청소할 수 있습니다. 깎인 털은 샤워하면서 씻겨 내려가니 은근 편리하네요. 다만 샤워를 하면 털이 피부에 붙어버리니 이 때에는 피부 가드 캡과 빗살캡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상으로 젠틀맨으로 거듭나기 위한 바디 트리머 사용기였습니다. 트리머 치고는 가격이 좀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매우 빠른 속도로, 그리고 피부 자극 없이 안전하게 온몸의 털을 누구의 도움 없이 직접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는 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어느 부위의 털이라도 몇 번 쓱쓱 밀어버리는 것만으로도 깎여 나가는 절삭력을 가지고 있어 바쁜 출근 시간에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남성용 면도기에도 트리머가 있어 이를 이용해 어느 정도 털 관리가 가능합니다만 면도기 뒤쪽으로 세워 쓰는 구조이고, 실수로 잘못 밀어버리게 되면 피부가 날에 의해 집혀 피도 나게 됩니다. 따라서 바디 전용 트리머가 따로 있는게 낫겠더군요. 아 그리고 시중에는 다리털을 정리하기 위해 일반 날면도기처럼 생긴 트리머가 있기는 합니다만 ‘파나소닉 ER-GK60’만큼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더군요. 아무래도 일반 날이다 보니 쓰다 보면 금방 절삭력이 떨어지고, 깎인 털이 날 사이에 끼어 버리니 매번 청소해줘야 하는 불편한 점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결론은 ‘파나소닉 ER-GK60’와 같은 바디 트리머가 정답이다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저처럼 온몸에 난 털로 주변인의 시선이 신경 쓰인다면 강추하고픈 제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