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부터 일에 치여 바쁘다보니 제대로 뭘 만들어 먹는게 쉽지 않았습니다.
퇴근하면 지쳐서 쓰러지기 바쁜데, 웰빙은 정말 남의 나라 얘기더군요.
그렇게 인스턴트로 이것저것 대충 먹다보니, 어느날 문득 서글퍼졌습니다.
도대체 뭣하러 이 고생을 하고 있는지 멍하더군요.
아무래도 몸도 마음도 심각하게 지친 것 같아,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던 중에 어디선가 지나가는 말로 들었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스스로를 위해 맛있는 요리를 해서 먹어라. 그러면 자존감도 올라갈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건 뭘 만들줄도 잘 모르거니와,
괜히 할 줄도 모르는데 이것저것 해보다가 실패하면 스트레스만 더 쌓일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그래, 이왕 먹는거 인스턴트도 좀 더 정성들여서 먹어보자.
간편하지만 좀 더 정성이 들어간 방법을 써보자라는 생각이 들었죠.
어차피 똥손인데 조리기구에 투자하는 것은 무모해보였고 : )
그냥 집에 있는 걸로 뭔가를 하려다 문득 가스렌지 아래에 오븐이 보였습니다.
요즘 신축에는 거의 기본적으로 있는 빌트인이죠.
바로 이 오븐을 써보자! 라는 생각에 빠졌습니다. 그냥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시작해보기로 했죠.
처음에는 고구마를 구워보고, 떡도 구워보고 하다보니 요령이 점점 생기더군요.
그러다 에어프라이어에 만두를 익혀 먹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븐에 구워봤습니다.
아... 내가 이걸 왜 몰랐을까 할 정도로 기가 막히더군요.
에어프라이어는 드라이기처럼 바람을 쐬어주다보니 겉이 좀 마르는 경향이 있는데,
오븐은 그런 것도 없이 딱 좋더라구요.
그렇게 나름의 인스턴트웰빙(?)을 즐기다 문제에 봉착합니다.
보시다시피 안이 너무 넓더군요.
지금 살고 있는 집에 식구라고 해봐야 와이프와 제가 다인데...
이 큰 사이즈에 오븐을 계속 쓰려니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가 있었습니다.
어제 먹다 남은 치킨을 데워먹는다거나, 핫도그를 익혀먹는다거나, 소량의 고구마나 만두를 익혀본다거나... 이 모든 상황에 가스오븐은 크기도 너무 크고 예열 시간이 아쉽더라구요.
너무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미니 전기 오븐을 하나 구매했습니다.
에어프라이어라는 선택지도 있었지만, 표면이 건조해지는 부분이 아쉬워서 그냥 시간이 좀 더 걸려도 전기 오븐을 선택했죠. 뭐 그냥 저렴한 맛에 하나 사봤습니다.
바로 이친구입니다.
보국전자 전기오븐인데, 우연히 보국전자 가습기를 써보고 가성비가 좋아서 전기오븐도 사봤습니다. 가격이 가격이다 보니 외형이나 마감은 살짝 아쉽긴 합니다만, 기능은 참 충실합니다.
사이즈가 상대적으로 작다보니 금방 예열되고, 공간도 덜 차지하면서 소량도 부담없이 조리(?) 할 수 있더군요. 사실 말이 조리지 그냥 데우거나, 데우거나, 데우거나가 다입니다.
하지만 이친구를 잘만 활용하면 인스턴트도 좀 더 기분 내면서 먹을 수 있습니다.
우선, 내부를 한 번 살펴보시죠.
안쪽에 거치대까지 전부 제거한 모습입니다.
아래쪽에 열판이 위치하고 있고, 동일한 위치에 위쪽에도 열판이 있습니다.
이 열판 위쪽에 쟁반을 놓기 위해 거치대가 필요하죠.
거치대를 걸고, 쟁반을 올리면 이런 모습입니다.
위쪽에도 동일하게 열판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략적으로 눈치채셨겠지만, 정말 소량의 음식에 적합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상당히 높이가 낮은 편이라 조리하시기 전에 미리 높이에 제약은 없는지 확인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그리고 높이가 조금 높을 경우 쟁반을 최대한 앞쪽으로 위치시켜야,
열판에 지나치게 가까워 음식이 타거나 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조금 불편한 면이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모든 것이 용서되는 가격입니다.
실제 조리를 위해 사용할 때는 앞문에 걸쇠에 지지대를 걸어서 사용합니다.
문을 열면 걸쇠가 함께 움직이면서 지지대를 끌어오는 것이죠.
정말 저비용으로 쟁반을 좀 더 쉽게 꺼내기 위한 아이디어입니다.
최고의 가성비를 위한 장치라고 봐야겠죠.
그럼 이제 간단한 조리를 해봐야겠죠. 그전에 꼭 소개가 필요한 친구가 있습니다.
오븐을 사용하기 위한 최고의 파트너, 종이 호일입니다.
이 종이호일이 정말 저에게는 가뭄의 단비같은 존재더군요.
알루미늄호일을 깔았더니 자꾸 들러붙고 타고...
이런 문제를 한방에 해결해주었습니다.
대단한 능력을 가진 조수 입니다. 오븐을 쓰실 때는 종이호일 강추드립니다.
자, 그럼 이제 다시 본론으로 가서 오븐 활용을 시작해보겠습니다.
우선 어제 먹다 남은 치킨을 한 번 데워보도록 하죠.
이쁘게 쟁반위에 적당히 접어서 종이 호일을 위치시켜줍니다.
아무래도 사이즈가 작다보니 종이 호일을 접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뿌링클을 쟁반에 위치시켜 줍니다.
전자렌지에 돌릴 수도 있지만, 그렇게 데우니 곧 질겨지더군요.
오븐으로 데우면 그런 일이 없어서 자주 애용합니다.
타이머를 연속으로 하고 온도를 170도 정도로 맞춰줍니다.
동작램프에 불이 들어와서 작동을 알리네요.
여기서 한가지 팁을 드리자면, 이런 소형 전기 오븐의 경우...
열판과 음식이 워낙 가깝다 보니 조금 더 온도를 낮춰서 작동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180도에 5분 정도 익혀주는 것이 좋다는 멘트가 있다면,
가급적 170도 정도에서 익혀보고 판단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일반 가스 오븐렌지에 비해 상당히 열판이 가깝다는 것을 잊으면... 타더군요 ㅠ
내부에 드디어 불이 들어왔습니다.
보시면 느끼시겠지만, 뭔가 겨울에 쓰는 온풍기와 유사한 형태의 열판입니다.
뭐 원리는 사실 다를 것이 없긴 하네요.
사이즈도 작고 전기로 작동시키다 보니 금방 예열됩니다. 이제 음식을 넣어야죠.
위의 사진처럼 쟁반을 얹어주고,
앞문을 닫으면 아래 사진 처럼 지지대가 유리문에 밀려서 안쪽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조리가 시작되죠.
아. 그리고 여기서 또 하나의 팁이라면, 마법의 온도 170도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가스 오븐레인지를 기준으로 하면 180도 정도 되겠네요.
이 온도를 제가 굉장히 선호하는데, 어지간한 음식을 데우거나 인스턴트 식품을 조리할 때...
170도로 맞추면 무난하게 익힐 수 있더군요.
어지간해서는 쉽게 타지 않다보니, 어느정도 익혀야 하는지 애매할 때도 그냥 좀 더 두면 됩니다.
물론 오래두면 다 타긴 합니다. 당연하겠죠. 하지만 적당한 시간의 폭이 넓어서 좀 더 뒀다가 꺼내도 살짝 더 바삭해 지는 정도가 다더군요.
고구마나 감자를 익힐 때는 온도 조절이 필요한 경우가 많지만, 일반적인 음식을 데우거나 인스턴트 식품을 조리할 때는 개인적으로 170도가 최적인 것 같았습니다. 대충 넣어서 대충 익었겠지 싶어서 가도 쉽게 타지 않는다는 얘기죠.
저에게는 정말 마법같은 온도입니다.
그렇게 시간이 약 7-8분 정도 흘러서 가보니...
잘 데워졌습니다. 한 번 더 구웠다고 해주고 싶네요 : )
아래쪽에 기름이 적당히 새어나와 좀 더 바삭하게 익혀지는 느낌입니다.
참고로 이 때 5분만 데우면 되는데 딴짓하다가 2-3분 정도 더 두었고, 열판쪽에 가까운 쪽이 살짝 그을렀습니다. 역시 타이머는 어떤 요리든 필수적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데우면 좀 더 바삭하고 쫄깃한 맛이 나서 좋더군요.
뭔가 새로운 요리가 된 기분이 들어서 항상 애용하고 있습니다.
달랑 치킨 하나 데우고 말면 아쉽죠. 이번에는 핫도그 입니다.
요즘 전자렌지에 1분이면 되는 이런 핫도그가 참 좋더군요.
상품도 정말 잘나오고... 포장지에도 있지만 에어프라이어에 13분이면 되다고 되어 있습니다.
자! 그런데 냉동식품이죠. 여기서 또 중요한 내용이 있습니다.
오븐이 상대적으로 음식을 익히는데 시간이 좀 더 걸리다보니...
냉동된 상태로 바로 넣으면 겉은 익고 속은 전혀 익지 않는 경우가 많더군요.
다 익힐 때 쯤이면 겉이 타거나, 혹은 시간이 엄청 걸리거나 였습니다.
처음에는 한 두 번 실패하고 전자렌지를 그냥 썼는데, 허전한(?) 맛에 다시 방법을 강구했습니다.
집에 있는 전자렌지를 함께 쓰는 것이죠.
전자렌지로 일단 핫도를 해동하고, 오븐에 익히는 겁니다.
대략 1분 정도면 전자렌지로 익는 이 핫도그를, 전자렌지에 넣어서 30초 정도 돌려줍니다.
그럼 완전히 익은 것은 아니고 적당히 해동이 된 상태가 되더군요.
이상태로 전기오븐을 이용하는 겁니다.
다시 한 번 마법의 온도 170도 입니다.
이상태로 5분 정도 구워서 한 번 꺼낸 뒤에 방향을 뒤집어서 5분 정도 익혀주면...
인고의 시간을 거쳐 정말 바삭한 핫도그를 드실 수 있습니다.
전자렌지에 그냥 돌린 것과는 차원이 다른 맛이랄까요.
실제로 에어프라이어에 조리가 가능한 제품들은 대부분 유탕처리가 살짝 되어 있어서,
오븐에 잘 구우면 튀긴만큼은 아니지만 적당히 바삭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에어프라이어에 비해 덜 건조해지니 저는 너무 좋더라구요.
이렇게 냉동 식품의 경우에는 전자렌지의 도움을 적당히 받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네요.
사실 요리라고 부르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뭔가 좀 더 맛있게 먹는 것 같아 애용하고 있습니다.
뭔가 인스턴트라도 기분이 좀 더 나더군요. 하핫.
참고로 만두의 경우는 비비고류의 얇은 만두피를 가진 만두가 적합합니다.
따로 해동과정없이 조리하셔도 되지만 꼭 기억해두셔야 할 부분은...
종이 호일은 거의 필수적입니다. 알루미늄은 들러붙는 경우가 너무 많더군요.
그리고 해동과정을 거치지 않더라도 조리에 문제는 없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해동없이 조리하면 정말 15-20분은 걸리는 것 같더군요.
어지간하면 전자렌지의 도움을 통해 마법의 온도로 조리하시는 것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 장단점 정리
장점 : 일단 저렴한 가격과 빠른 예열로 가성비가 정말 훌륭한 편입니다.
단점 : 저렴한 가격만큼 마감이 조금 아쉬움. 실제로 내부에 손을 잘못 뻗으면 다칠 수 있을 만큼 날카로운 부분이 제법 있습니다. 내부 청소가 필요하거나 음식을 넣고 빼실 때 꼭 두꺼운 오븐용 장갑 쓰셔야 합니다. 꼭이요!
정말 지친 가운데, 간단하지만 뭔가 정성이 들어간 듯한 음식을 드시고 싶으시다면 : )
저렴한 가격에 전기오븐 추천드립니다.
요리 실력이 있으시다면 좋겠지만, 저처럼 그런 재능이 없더라도 나름 만족하면서 쓰실 수 있으니 일상에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주는 아이템 같습니다.
뭔가 주저리 주저리 길게 썼네요.
그만 마무리 하고, 핫도그 하나 요리하러 가보겠습니다.
오늘도 즐겁고 행복한 식사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