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주변에는 반려동물 보호자들이 많습니다. 비율을 따져보자면 개가 70%, 고양이가 30% 정도 되는데, 대부분 미혼이다 보니 만나면 아이들 이야기를 하듯 반려동물 이야기로 담소를 나누곤 합니다. 얼마 전 지인 한 분이 장모종의 고양이를 입양하면서 요즘 우리 대화의 화두는 털이 되었습니다.
“빨래 전에 털을 떼고 (세탁기를) 돌리는데도 털이 붙어 있어”
“난 이제 커피 마시기 전에 털 빠졌나 확인하고 마셔”
“우리집은 공기 중에 털이 떠다녀”
반려동물 보호자분들, 공감하시나요? ^^;
필자의 반려견 두부는 단모종인 진돗개입니다. 털이 잘 빠지지 않는다고 알려졌지만 체감해보면 어마어마합니다. 두부와 놀기 위해 바지를 따로 준비할 정도거든요. 두부와 놀다 보면 어느새 옷에 잔뜩 붙어 있는 털을 발견하게 됩니다.

문제는 세탁입니다. 롤테이프인 돌돌이를 사용해 열심히 떼어내도 떨어지지 않는 털들이 있습니다. 이런 바지를 그대로 세탁기에 넣고 돌리면 다른 옷들까지 털에 오염되어 버립니다. 필자의 가족은 건강한 성인들이라 쿨하게 그냥 입지만 피부가 약하거나 면역력 약한 어린 아이가 있는 집에는 어지간히 신경쓰이는 일이 아닐 것입니다.
1) 청소기보다 간단히 쓸 수 있는 거
2) 돌돌이보다 털 흡입이 쎈 거
3) 영구히 오래 쓸 수 있는거
오늘 리뷰할 제품 2종은 위 3개의 니즈를 반영해 반려동물의 털을 좀 더 효과적으로 제거해주는 ‘반려동물 소형 털 청소기’입니다. 큐인 미니청소기 BL01와 쉐드팔 털 청소기인데요, 두 제품 모두 크기도 한 손에 쏙 들어올 만큼 작은 데다 머리카락이나 과자 부스러기 같은 작은 이물질들을 간단히 청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실제로는 어떨까요? 제가 직접 검증에 나섰습니다.
큐인 미니청소기 BL01 & 쉐드팔 털 청소기 - 외형
◆ 큐인 미니청소기 BL01
다리미를 닮은 이 청소기는 큐인 미니청소기 BL01입니다. 반려동물 털이나 과자 부스러기 같은 작은 이물질을 간단히 청소하기 위해 개발되었다는데요, 특히 청소가 어려운 카펫이나 쿠션 같은 곳에 떨어진 먼지까지 쓱쓱 흡입할 수 있는 고성능 미니 청소기라고 합니다.
보통 반려동물 용품은 중국제품이 많은데 놀랍게도 우리나라에서 만든 국산 제품이더라구요. 2017년 특허청에서 발명특허(제10-1758892호)도 받았다고 하니 조금 믿음이 갑니다.
큐인 미니청소기 BL01은 본체, 먼지통, 필터, 노즐, 내부필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무선형이고요, 전체적으로 미니멀한 디자인과 한뼘 정도되는 높이로 어디서나 가볍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케이블로도 간단히 충전되는 만큼 충전 거치대가 따로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기존 핸디형 청소기 대비 수납이 편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충전 중일 땐 디스플레이가 붉은색으로 표시되고, 충전이 끝나면 초록색 조명이 들어옵니다. 특이하게도 초록색 램프에 불이 들어와 있을 때는 충전이 되지 않는데, 이는 잦은 충전으로 배터리의 수명이 줄어드는 것을 방지하게 위해 배터리가 일정량 이상 충전돼 있으면 어댑터를 연결해도 충전되지 않도록 설계되었대요.
먼지통 분리도 쉽습니다. 복잡하지 않고 단순 명료한 분리 방법이 마음에 드네요. 저는 청소기든 제습기든 통 분리가 어렵거나 복잡하면 손이 자주 가지 않아서 꽉 찰 때까지 방치하는데, 이 청소기는 분리가 쉬워서 바로바로 먼지통을 비워줘서 위생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게 만족스러웠습니다.
제품 스펙에서 알 수 있다시피 크기에 비해 무게가 좀 나갑니다. 12,000rpm의 모터를 탑재해 흡입력을 높이다 보니 부품들로 인해서 무게가 증가한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래서 사용하다 보면 무게감으로 인해 약간의 피로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청소기의 손잡이가 측면에 위치해 있다 보니 장시간 사용했을 때 손목에 무리함을 느껴 잠시 내려놓고 사용을 멈춘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다리미처럼 손잡이가 상단에 위치하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 쉐드팔(SHED PAL) 반려동물 털 청소기
영문 스펠링을 보고 잘못 읽어서(쉳팔) ‘뭐 이런 이름이 다 있냐?’ 당황했던 청소기입니다. 정확한 제품명은 쉐드팔입니다. 중국 수입 제품이고요, 큐인 미니청소기BL01이 범용적인 용도의 미니 청소기라면 이 제품은 반려동물에 특화된 전용 청소기라 볼 수 있어요.
설명에 따르면 털 청소는 물론이고, 동물의 몸에 직접 대고 사용하면 피부 마사지 효과와 더불어 죽은 털을 제거하는 데 좋다고 해요. 그래서 빗질 대용으로 사용해도 된다네요. 죽은 털이란 대브러시로 빗질을 하면 빗날에 뭉쳐 걸려 나오는 털인데요, 죽은 털을 제때제때 제거해주면 털날림도 줄일 수 있고 동물들의 피부 건강에도 좋다고 합니다. 문제는 빗질을 싫어하는 친구들이 많아서죠. 우리집 두부도 그렇고요.
쉐드팔 털 청소기는 브러쉬, 털 흡입구, 털 받이통으로 구성된 제품입니다.
무선 제품이고요, AA건전지 2개를 사용하는데 별도 구매해야 합니다. 큐인 미니청소기와 마찬가지로 작은 사이즈에 별도의 충전 거치대가 필요 없어 보관이 쉽습니다.
동물들의 몸에 직접 대고 사용 가능한 제품이라 그런지 털 흡입구에 부드러운 고무패킹이 되어 있습니다. 덕분에 플라스틱처럼 날카로운 소재보다 덜 자극적으로 부드럽게 반려동물의 털을 정리해줄 수 있습니다.
손잡이와 무게감은 만족스럽습니다. 가볍고, 안정적으로 그립이 가능하며 털을 청소할 때는 손잡이를 제품 위에서 잡는 식이라 손목에 부담이 적고 한결 편하게 청소할 수 있었습니다.
털 받이통은 지나칠 만큼 투명해서 흡입되는 털이나 먼지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긴 형태다 보니 흡입된 이물질을 버릴 때 잘 떨어지지 않아서 손을 쓰거나 도구를 사용해 꺼내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플라스틱 소재라 내구성도 약해 보여 실수도 떨어트리거나 부딪치면 깨질까 봐 걱정도 되고요. 무엇보다 제가 디자이너라서 그런지 저렴한 가격만큼 저렴해 보이는 외관이 아쉬웠습니다.
큐인 미니청소기 BL01 & 쉐드팔 털 청소기 - 흡입력&소음
청소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흡입력과 소음이겠죠. 개인적으로 쉽게 청소가 가능한 바닥보다는 청소가 어려운 섬유를 대상으로 테스트를 해보는 것이 성능을 비교하는 데 효과적일 거라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성능 테스트는 제 옷에 붙어 있는 두부의 털 흡입으로 진행했습니다.
이어서 반려견 털 외에 다른 먼지나 이물질 또한 청소가 가능할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가장 많이 청소하는 머리카락을 대상으로 한 번 더 성능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여성분들은 머리 기장이 길다 보니 머리카락도 자주 빠지는데, 혹시 이 긴 머리카락도 잘 흡입할 수 있을지 궁금했거든요.
◆ 큐인 미니청소기 BL01
큐인 미니청소기 BL01은 작은 크기와 달리 일반 핸디청소기 수준의 흡입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진돗개 털은 두꺼워서 옷에 달라 붙거나 섬유 사이에 박히면 아무리 롤테이프를 힘주고 돌려도 잘 제거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사용해보니 깨끗하게 제거된 것을 볼수 있었습니다. 앞쪽의 노즐을 털에 오염된 부분에 놓으면 강력하게 흡입합니다. 정말로 떨어지지 않는 진상 털은 노즐로 살살 긁어낸 뒤 재흡입하면 쉽게 제거됩니다.
이번엔 머리카락 흡입 테스트를 해보았습니다. 역시나 제 머리카락도 잘 빨아드립니다. 맨바닥의 경우 정전기가 일어나 머리카락 흡입이 어려울 수도 있는데, 일반 핸디청소기와 비슷한 흡입력으로 머리카락(덤으로 먼지까지)을 잘 빨아들입니다.
다만 강력한 흡입만큼 소음도 큰 편입니다.
◆ 쉐드팔(SHED PAL) 반려동물 털 흡입기
쉐드팔 청소기는 큐인 청소기에 비하면 흡입력이 강하지 않습니다. 그립이 편해 손목에 부담이 되진 않지만 털을 흡입할 때마다 고무패킹이 있는 흡입구를 대고 꾹 눌러줘야 하기 때문에 장시간 사용하면 피로해집니다.
이번에는 머리카락 흡입 테스트를 해보았습니다. 바닥에 붙은 머리카락과 고무패킹이 정전기를 잃으키는지 잘 빨아들이지 못하고 패킹에서 붙어버립니다. 반려동물에 특화된 제품인 만큼 범용적인 청소 성능은 부족한 듯 싶습니다. 더욱이 바닥에 있는 먼지가 고무패킹에 그대로 붙어버려 다시 닦아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었습니다.
소음은 큐인 미니청소기에 비하면 적은 편입니다. 그렇다고 조용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흡입구를 누르면 흡입되는 소리가 나며, 이물질이 들어갈 때마다 달그락달그락 소음이 발생합니다. 둔감한 분들은 괜찮겠지만 예민한 분들에겐 거슬릴 수 있습니다. 참고로 겁이 많은 두부에게는 아예 테스트를 할 수 없었습니다. 청소기를 가져가기도 전에 도망가버리거든요. 만약 반려동물에게 직접 사용할 목적이라면 구매 전, 동물이 소음에 거부감이 없는지 여부를 확인 후 사기를 바랍니다.
평점
◆ 큐인 미니청소기 BL01
소음이 아쉽긴 하지만 가격 대비 성능과 디자인, 유지관리에 만족한 제품입니다. 무게가 있어서 오래 사용하면 묵직한 느낌이 드는 점 또한 아쉽지만 저는 손목의 힘이 워낙 약한지라 개인차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단점으로 분류하지는 않겠습니다.
디자인 측면에서도 거치대가 필요하지않은 제품이라 외적으로 거슬리는 부분이 없다는 것도 큰 장점인것 같습니다.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집에 핸디청소기를 두기에는 부담스럽지만 반려동물 털 청소를 효과적으로 하고 싶은 분, 그 외에도 집에서 가벼운 청소도 가능한 범용적인 기능의 청소기가 필요한 분께 추천합니다. 흡입력과 디자인이 일반 핸디 청소기와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에 충분히 훌륭한 대안이 될 거라 봅니다.
◆ 쉐드팔(SHED PAL) 반려동물 털 흡입기
흡입력이 아쉽긴 하지만 소음이 적고, 가격을 생각한다면 그만큼의 역할을 하는 청소기라는 판단입니다. 반려동물에 포커싱해 제작된 제품인 만큼 동물에게 직접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동물이 다치지 않도록 고무패킹이 되어 있다는 점, 손잡이가 편하다는 점도 편의성을 높인 제품 같아 만족스럽습니다. 다만 높은 퍼포먼스를 기대하기에는 부족한 제품인 것 같습니다. 가성비 그것도 초가성비를 추구하는 보호자들에게 적절한 제품이라 생각됩니다.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가볍게 사용하기에 적합한 제품입니다. ‘죽은 털이 다 빠졌으면 좋겠어!’처럼 강력한 퍼포먼스를 기대하는 분들에게 그리 권하지 않습니다. 돌돌이보다 좀 더 낫고 오래 쓸 수 있는 제품을 원하는 분들에게 권장합니다. 참고로 건전지로 작동하기 때문에 유지 비용이 계속 발생하는 것은 일회용 롤테이프와 동일합니다.
결론
제품을 테스트하는 동안 이 과정을 지켜본 저희 아버지는 ‘그냥 테이프로 대충 떼라~ 뭔 청소기까지 써!’라며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으셨습니다. 눈에 쉽게 보이는 털이야 롤 테이프로도 간단히 제거할 수 있겠지만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섬유에 붙은 털은 테이프만으로 제거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섬세한 소재의 옷의 경우 지속적으로 테이프를 써 털을 제거하면 옷감이 상할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 털 때문에 곤혹을 겪는 경우가 많은 분들이 크지 않은 비용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청소기입니다. 상황에 맞게 사용하신다면 더 큰 만족감을 느끼실 수 있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