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큰 한 것 좀 먹자는 와이프님의 어명에 따라 시작했던 밀키트 3부작 마지막 시간입니다.
얼큰 샤브샤브에서 워낙 충격을 받았던 터라, 남은 두 요리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로제파스타의 부활로 마지막 3부작의 서막을 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참 고민이었던 점이, 샤브샤브에서 경험했던 것 처럼 육수라거나 추가적인 재료의 더함이 없이 조리를 해도 되는 것인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한식의 특성상 간을 맞추는 것이 밀키트의 재료만으로 가능할지 의아했었고, 한 번 실패를 경험했던 터라 조심스러워 지더군요.
그래도 정해진 레시피를 충실히 이행해보고, 그럼에도 원하는 맛이 나오지 않는다면 다음에는 다른 방식으로 조리를 하자는 생각에 제공되는 재료만으로 요리를 시작해보았습니다.
제품 그 자체를 경험해보는 것에 중심을 두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연휴마지막을 장식할 요리는 과연 성공할 것인가! 두둥!
매콤 찜닭이기에 매운 고추와 야채, 당면, 그리고 순살 닭고기, 간장양념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제공되는 양념으로 부족함이 느껴질 경우 추가적인 양념을 더할 것인지 고민을 했지만, 제공되는 것만 사용하기로 했었죠. 역시나 이 판단은 그다지 좋지 않은 결정으로...
일단 닭고기를 씻어 핏기를 빼고 나머지 재료를 준비해줍니다.
그리고 간장 양념에 고기를 넣고 팔팔 끓여서 익혀주라고 하더군요.
뚜껑을 닫아 제대로 익히면서, 중간중간 하얗게 뜨는 기름은 걷어주었습니다.
그리고 8분 정도가 지나면 남은 재료를 다 넣고 계속 볶아주라고 하여 실행에 옮겼습니다.
당면이 눌러붙지 않도록 저어주면서 남은 시간동안 열심히 익혔습니다.
확실히 외관적으로는 제법 괜찮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렇게 완성된 찜닭은 이쁜 접시에 옮겨담아 식탁으로 옮겨졌죠.
떡도 쫄깃쫄깃하고, 당면도 넙적당면이라 먹기도 좋고 참 괜찮았습니다. 닭고기도 부드러운 편이고, 이만하면 훌륭한 외관이죠. 문제는 맛이...
뭔가 중심이 되는 맛이 없습니다. 적당히 달고 짜고 매운맛이 매콤한 안동찜닭의 목표였던 것 같은데, 달지도 않고 짜지도 않고 그다지 맵지도 않은 맛이라고 할까요. 그렇다고 엉망진창은 아니지만, 확실히 중심을 잃어버린 맛이라고 평하고 싶습니다.
결국 요리 중간에 여기서 뭔가를 넣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추가를 했어야 했는데 제공되는 재료로만 요리를 진행한 것이 실책이었던 것이죠. 양식에 비해서 애슐리의 한식 시리즈는 밀키트의 핵심인 제공되는 재료로만 요리를 해도 충분하다는 목표에는 도달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냉장고에 기본 간을 할 수 있는 마법간장(고추와 파와 간장과 설탕이 어우러진)을 만들어서 두었는데, 첨가해서 간을 조절했다면 참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드네요. 하지만 그렇다면 직접 해먹는 것과 큰 차이가 없어지고, 밀키트로의 장점은 옅어질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내 돈 주고 내가 만들어 먹어서 참 아쉬운 맛이네요.
역시 밀키트도 요리마다 다른 것 같습니다. 밀키트의 재료만으로도 충분한 요리가 있고, 보조적인 느낌으로만 받아야들여야 할 때도 있는 것 같네요. 나름 깨달음을 얻고 내 돈주고 내가 산 애슐리의 3종 밀키트 시리즈는 마무리 해보고자 합니다.
비록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뭔가 깨달음을 얻은 엔딩으로 대미를 장식하네요.
밀키트는 양식으로!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