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을 꾸리다 보면 새삼 다양한 주방 기기들에 감사할 때가 많습니다. 요리 시간을 크게 줄여준다거나 더 그럴듯하게 만들어주는 마법의 제품들이죠. 그중 믹서기는 아침에 가볍게 과일주스를 만들 수 있고, 다이어트를 위한 단백질 셰이크를 만들기에 참 용이한 주방 필수품입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가정에서 음식을 갈아내는 것만큼 다지고 분쇄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볶음밥을 위해 야채를 다져야 하고, 이유식을 만들기 위해 고기를 분쇄해야 하고, 더운 여름에는 얼음을 갈기도 하죠. 다지기를 목적으로 믹서기를 사용해 본 분들은 알겠지만, 음식을 다지는 것과 가는 것은 천지차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네 가정에 분쇄기 혹은 다지기를 구비한 경우가 많지 않은 이유는, 도마와 칼만 있다면 충분히 음식을 분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자제품과 주방용품들이 그렇듯, 한 번도 사용해 보지 못한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사용해 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분쇄기에도 적용됩니다. 제가 만난 ‘코멕스 CM-1740’은 2만 원대 초반에 가격이 형성돼있는, 어찌 보면 저렴한 축에 속하는 주방용품인데도 결과물이 꽤 만족스러웠거든요.
#외관 및 구성
코멕스 CM-1740의 첫인상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믹서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음식을 담는 용기와 칼날이 기본 구성이고, 여기에 음식을 다지면서 밖으로 튀는 것을 막기 위한 뚜껑, 그리고 제품을 조작하기 위한 모터 본체가 한 세트입니다. 칼날이 용기 바닥을 중심축으로 빠르게 도는 믹서기와 달리 용기 중앙에 띄엄띄엄 공간을 두고 있는 게 차이점이네요.
처음 박스 패키지를 열면 칼날이 보호대로 감싸져 있어서 조립할 때 용이해요. 칼날은 총 4개로, 2개씩 분리되는 점도 특이 사항입니다.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라 녹이 잘 슬지 않고 내구성이 강한 것도 장점입니다.
용기는 강화유리를 사용해 변색이 적고 냄새가 베이지 않는다는 이점이 있죠. 대신 좀 무거운 편이긴 합니다. 투명 용기라 내부가 잘 보여서 다지기 정도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점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음식을 다지는 도중에 용기가 미끄러지지 말라고 미끄럼 방지 패드를 추가로 제공하는데요. 개인적으로 용기에 고정이 되는 형태가 아니라 조금 불편했어요. 매번 패드를 깔고 그 위에 용기를 올려 사용해야 하다 보니 결국 잘 안 쓰게 된달까요. 음식을 다질 땐 확실히 패드를 까는 게 안정적이긴 했지만 한번 쓸 때 오래 사용하는 제품이 아니다 보니 종종 생략할 때가 많았습니다.
제품 크기는 220(가로)x220(세로)x270(높이)mm로, 작은 부피는 아닙니다. 나름 자주 사용하게 되는 주방용품이라 손이 잘 닿는 곳에 보관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공간을 많이 차지해서 아쉽습니다. 그래도 용기만 놓고 보면 높이가 135mm에 용량 2L인데, 음식이 많이 들어간다는 점은 장점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양
#실사용 편의성
1. 소음
실제로 음식이 잘 분쇄되는지 알아보기 전에 제품을 사용하면서 느꼈던 전반적인 편의성을 먼저 설명하고 싶어요. 우선 분쇄기에서 분쇄가 잘 되는 것만큼 중요한 요인, 바로 소음이죠. 믹서기를 또 소환하게 되는데, 믹서기 소음은 정말 큰 편입니다. 아기가 있는 집이라면 매번 전쟁일 거예요.
하지만 코멕스 CM-1740의 소음은 그에 비해 꽤나 조용합니다. 분쇄하는 음식의 종류에 따라 소음이 다르긴 하지만 음식이 갈리는 소음을 제외하면 자체 소음은 약 65dB로, 대화소리(백화점 내 소음)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분쇄 단계를 2단계로 올려도 68dB이었어요.
2. 소비전력
소비전력은 어떨까요. 제원상 코멕스 CM-1740의 소비전력은 200W인데요. 실제 측정값은 0.75A로, 165W였습니다. 이 결과를 가지고 한 달간 매일 15분씩 제품을 사용한다고 가정해 볼게요. 한 달 전기 요금은 약 109원에 불과했어요. 사용 시간을 많이 잡은 셈이니 확실히 전기 요금에 대한 부담은 적은 편이네요.
3. 발열
전자제품을 사용하면서 참 무서운 요인 중 하나가 발열이죠. 제품을 가동했을 때 모터 본체의 온도도 궁금했는데요. 처음 제품을 가동한 직후에는 23.1도, 10초 후에는 23.8도, 30초 후에는 26.0도로 측정됐어요. 다지는 음식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음식이 10초 이내로 분쇄가 완료되기 때문에 사실상 발열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4. 조작부
본격적으로 분쇄를 시작하기에 앞서 조작부도 자세히 살펴볼게요. 모터 본체 상단에 조작부가 마련돼있고요. 정말 단순합니다. 버튼은 2개, 분쇄 단계도 2개예요. 보시는 바와 같이 단계 표시도 아주 직관적이죠. 버튼을 누를 때 깊숙하게 눌리다가 끝에 도달하면 경쾌한 클릭음이 나는 것도 재밌는 부분입니다.
참고로 칼날은 총 4중날로, 2중날씩 분리가 가능하죠. 상단 칼날을 분리하고 하단 칼날만 용기에 넣고 제품을 작동할 수도 있는데요. 분쇄할 음식의 양이 현저히 적거나 혹은 너무 많을 때 2중날만 이용해 분쇄하는 것도 방법이었어요. 다만 평소에도 칼날을 결합해 둔 채로 보관해서인지 굳이 칼날을 분리해 사용할 일은 적을 것 같더라고요.
#분쇄력
이쯤 되니 코멕스 CM-1740의 분쇄력이 궁금해지는데요. 저는 가정에서 주로 사용하는 얼음, 닭가슴살, 사과, 마른 빵을 가지고 테스트를 진행해 봤어요.
1. 얼음
우선 얼음을 분쇄해 볼게요. 개인적으로 가장 분쇄가 잘 안될 것이라고 예상한 음식이기도 한데요. 실제로 제품을 작동해 보고 꽤 강력한 분쇄력에 깜짝 놀랐어요.
▲ 1단계(좌), 2단계(우)
분쇄 단계가 1단계일 때는 얼음조각이 크게 남아있는 편이었는데, 2단계 분쇄 후에는 이런 잔여 얼음이 거의 없었어요. 입자를 확인해 보면 잘게 분쇄되긴 했는데 우리가 흔히 먹는 빙수와 같은 결과물은 확실히 아니었어요. 표준 굵기의 빨대로는 빨아들여지지 않는 정도의 입자입니다.
2. 닭가슴살
닭가슴살은 어땠을까요. 분쇄되는 모습을 보면 아주 속 시원하게 다져지는 걸 확인할 수 있죠. 입자가 고르게 분쇄된 편은 아니지만 나름 눈에 띄는 큰 입자는 없는 편입니다. 다만 육류다 보니 잘 분쇄된 것처럼 보여도 간혹 그렇지 않은 입자도 있었습니다.
3. 사과
사과의 결과물도 흥미롭습니다. 테스트 전 가장 잘 분쇄될 것이라고 예상한 음식이기도 한데요. 분새가 고르게 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사과 껍질을 깎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입자가 고르지 않게 다져졌어요. 아무래도 칼날이 용기 끝까지 커버하고 있지 않다 보니 아예 분쇄되지 않는 덩어리도 생기더라고요.
믹서기로 간 사과와 비교하면 확실히 코멕스 CM-1740으로 분쇄한 사과는 사과가 ‘잘린’ 느낌이고 믹서기로 간 사과는 ‘갈린’ 느낌입니다. 때문에 사과즙도 코멕스 CM-1740보다 믹서기에서 월등히 많이 나왔어요. 코멕스는 말 그대로 '분쇄'의 성격이 강해 믹서기와는 어느 정도 차이를 보입니다.
4. 마른빵
아쉬웠던 결과물은 마른 빵입니다. 빵가루를 내기 위해 모닝빵의 수분을 빼고 테스트를 진행했는데요. 모닝빵이 둥근 모양이라 그런지 분쇄하면 할수록 빵이 더 뭉쳐지는 느낌이더라고요. 초반에 분쇄된 빵가루도 고르게 분쇄되지 않았고요.
5. 추가 채소
추가로 채소 몇 가지를 한 번에 다져봤는데요. 알배기 배추, 애호박, 브로콜리를 함께 넣어 분쇄 단계는 1단계로 제품을 가동했습니다. 애호박과 브로콜리는 흔적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다져졌어요. 하지만 알배기 배추 한 쪽이 아예 분쇄되지 않아 내용물이 칼날에 닿게 다시 조정한 후 제품을 재가동하니 완벽하게 분쇄됐어요.
#세척 및 관리
주방용품을 선택할 때 제품 고유의 성능 외에도 특히 중요하게 보는 요인이 바로 세척 및 관리에 대한 부분입니다.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 관리가 번거로우면 손이 잘 안 가게 되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코멕스 CM-1740은 손이 자주 갈 만한 제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구성품을 다시 보면 용기와 칼날, 뚜껑, 모터 본체가 전부인데요. 모터 본체를 제외하면 나머지 구성품은 모두 물 세척이 가능합니다. 칼날은 2개씩 분리가 가능해서 더 깔끔한 세척이 가능한데, 분리되지 않은 채로 세척해도 무방했어요.
평소에 제품을 보관할 때는 제품을 사용할 때와 마찬가지의 모습으로 조립해두면 됩니다. 최대한 부피를 줄여보고자 모터 본체를 용기에 넣는 등의 시도를 해봤지만, 역시 있는 그대로 두는 게 가장 편하더라고요. 모터 본체는 보관 환경에 따라 먼지나 찌든 때가 낄 수 있으니 종종 닦아주면 오랜 시간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별점 및 총평
코멕스 CM-1740의 분쇄력은 우수한 편이에요. 입자의 정도를 조절할 수 없는 게 아쉬울 수 있는데, 가격을 고려하면 만족스러운 결과물입니다. 하지만 입자가 고르지 않고 내용물이 칼날에 닿을 수 있도록 자주 조정해 줘야 했던 점은 분명 개선됐으면 하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멕스 CM-1740을 사용하고부터 오므라이스, 이유식, 죽 등 평소에는 번거로웠던 요리가 훨씬 쉬워졌다는 게 중요하죠. 여러 가지 음식을 다져야 할 때 한 번에 넣고 버튼만 누르면 끝이니 이보다 편리할 수 있을까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효용 가치가 있는 제품인 건 확실합니다.
* 이 사용 후기는 다나와로부터 원고료를 제공받아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