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심 확정… 9년 소송 마침표
勞 “상여금 등 통상임금 포함을” 使 “경영상 어려움” 신의칙 주장
대법 “매출 규모 감안… 지급해야”… 노사 합의로 부담금 500억 수준
7월 쌍용차·GM은 신의칙 인정… 재계 “명확한 기준 마련” 목소리
기아자동차 노조가 회사를 상대로 벌인 9년간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사실상 최종 승소했다. 기아차는 ‘신의성실 원칙’을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가 경영의 문제보다 노동의 권리를 우선으로 판단했다는 평가와 함께 경제계에선 신의칙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채 단기 재무제표만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판단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법원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기아차 노조 3531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를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기아차 근로자들은 2011년 연 700%에 달하는 정기상여금을 비롯한 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수당과 퇴직금을 산정해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이들이 소송제기 당시 회사에 청구한 금액은 임금 차액 등 6588억원과 4338억원의 이자를 더해 모두 1조926억원에 달한다.
기아차는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을 주장했다. 신의칙은 서로의 신뢰를 배반하지 않아야 한다는 민법상의 원칙이다. 회사와 근로자의 분쟁에서는 ‘정기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더라도 기업의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할 수준이면 법정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원칙’을 내세운 것이다.
1심은 “근로자들이 마땅히 받았어야 할 임금을 이제야 지급하면서 ‘추가 지출된다’고 주장해선 안 된다”며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또 사측은 총 청구금액의 절반인 3126억원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이자를 포함해 모두 4223억원을 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2심 역시 “회사의 당기순이익이나 매출액, 동원 가능한 자금의 규모, 기업의 계속성과 수익성 등에 비춰볼 때 노조의 임금청구가 회사의 중대 경영상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1억원이 줄어든 4222억원을 지급하라는 노조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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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도 원심에 잘못이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판단에 앞서 △추가 법정수당액의 규모 △피고의 당기순이익과 매출액 등 규모 △피고가 동원 가능한 자금의 규모 △피고 기업의 계속성과 수익성 등의 사정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소송은 1·2심에 2만7000여명이 참여했지만 2심 판결 뒤 노사가 통상임금 지급에 합의하면서 2만4000여명은 소송을 취하했다. 대법원 판결은 당시 소송을 취하하지 않은 이들에 대해서만 진행됐다. 이에 따라 실제 기아차가 추가로 부담해야 할 금액은 약 500억원으로 추산된다.
경제계에 따르면, 기아차는 지난해 58조146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2018년보다 7.3% 많아진 액수다. 특히 지난해 기아차의 영업이익은 2조97억원으로 1년 새 73.6% 많아졌다. 회사의 상황이 나쁘지 않다는 의미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매출액 대비 12%에 달하는 높은 인건비 비중 등 자동차산업의 특성 등이 반영되지 않은 채 단순히 실적에 따른 판단이라고 항변한다. 또 고비용, 저생산성 문제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글로벌 경기의 비우호적인 환경은 감안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장정우 경총 노동정책 본부장은 “국가적 경제위기 상황에서 기업들도 막대한 경영·고용위기에 처해 있지만 이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는 판결”이라며 “인건비 부담이 가중돼 기업의 중대한 경영상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의칙을 적용할 기준 역시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회사마다 임금구조와 경영환경이 다른데 구체적 잣대가 없이 주요기업의 통상임금 소송 결과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과 금호타이어 등은 통상임금 관련 소송을 벌인 끝에 1심에서 패소했지만 2심에서는 신의칙을 인정받아 승소하기도 했다. 지난달 대법원은 쌍용차 노동자 13명이 낸 통상임금 소송에서 신의칙 위반을 들어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한국 GM 직원 5명도 같은 결과를 받았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신의칙을 적용할 수 있는 기업경영 어려움에 관해 구체적인 판단기준이 제시되지 않아 산업계 혼란은 지속될 것”이라며 “통상임금 논란의 본질이 입법 미비에 있는 만큼 신의칙 적용 관련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하여 소모적인 논쟁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필재·나기천 기자 rush@segye.com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2/0003495534?sid=102
승소하였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