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찜통’ 같은 날씨다. 햇볕만 강하면 그나마 참으련만, 습도까지 높으니 후텁지근한 날씨에 불쾌지수만 올라간다. 집안 곳곳에 스며든 습기까지 더해지면 ‘제대로’ 짜증이다. 습한 날씨에 빨래는 잘 마르지도 않고, 마르더라도 퀴퀴한 냄새 때문에 다시 빨래해야 한다. 옷장과 서랍장에 넣어둔 옷이며, 침구들, 잘 정돈 해 놓은 겨울옷마저 눅눅해지기 마련이다. 신발장이나 싱크대, 가구 뒤쪽으로 곰팡이와 세균까지 번식할 수 있어 여름철 ‘제습’ 관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제습기와 에어컨을 사용해서 제습해도 되지만 일단은 전기요금이 만만치 않다. 제습기는 습기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더운 바람이 나와 실내 온도를 올리고, 소음도 있어서 지금같이 더운 날씨에는 ‘작정하고’ 틀어야 한다. 결국 옷장, 신발장처럼 좁고 밀폐된 공간이나 집 안 구석구석의 습기와 냄새, 곰팡이를 제거하고 싶다면 제습제만 한 것이 없다. 더구나 가격까지 착하다.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에서 제공하는 소비형태통계시스템 다나와리서치 자료에서도 제습제는 ‘여름이면 생각나는 핫한 아이템’으로 나타난다. 지난해 제습제 판매량 추이를 보면, 6월부터 판매가 상승해 7월에 최고점을 찍은 후 10월까지 하락세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올해는 장마와 더위가 일찍 시작된 탓에 5월부터 제습제 수요가 크게 늘어 5월 한 달 판매량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770%나 뛰었다. 6월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증가했다. 이른 더위에 옷장이나 침구류를 정리하는 시기가 빨라지면서 제습제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났기 때문. 7월에 제습제 수요가 가장 몰리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 제습제 시장은 작년보다 큰 폭의 성장세가 점쳐진다.
제습제가 가장 요긴한 곳이 옷장, 서랍장이다. 제습제는 포장방식에 따라 용기형과 봉투형, 걸이형으로 구분되는데, 일반적으로 옷장에는 걸어놓고 쓰는 봉투형이나 걸이형이, 서랍장에는 용기형이 적당하다. 다나와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한 해 가장 많이 팔린 제습제는 ‘용기형’으로 전체 판매량의 83%나 차지했다. 이에 비해 봉지형과 걸이형은 판매 점유율이 각각 9%, 5%로 ‘용기형’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는 용기형 제습제가 다른 형태들에 비해 안정적이고, 옷장이든 서랍장이든 가장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습제를 사용하다 보면 제습막이 손상되거나 제습제가 쓰러져 내용물이 새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용기형은 바닥에 놓는 데다 밑면이 넓어 쓰러질 위험이 적다. 내용물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서 떨어지거나 파손될 염려도 없다.
다만 최근 들어 용기형의 장점은 그대로 유지한 채 좁은 공간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슬림하게 만든 옷걸이형 습기 제거제가 선보이는가 하면, 주머니 형식으로 제작돼 서랍이나 수납장, 가방 등에 간편하게 넣을 수 있는 봉지형 제습제 등 실용성과 안정성을 높인 제품들이 나오고 있어 용기형이 주도하는 제습제 시장에 제동이 걸릴지 관심이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제습제의 주성분으로는 염화칼슘이 널리 쓰인다. 제습제는 염화칼슘의 조해성, 즉 공기 중에 노출된 고체가 수분을 흡수하여 녹는 성질을 이용하는 것으로 이 원리를 이용하면 집에서도 제습제를 만들 수 있다. 보통은 염화칼슘 자체 무게의 14배 이상의 물을 흡수할 수 있다. 염화칼슘은 밀폐된 공간에서는 확산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효과적이지만, 공기 유입이 많은 공간에서는 효과가 거의 없고 물도 차지 않는 단점이 있다.
다나와리서치 조사 결과, 제습제 판매량의 86%가 주성분이 염화칼슘이었으며, 이외 실라카겔(8%), 숯(5%), 제올라이트(2%) 등도 사용됐다. 실리카겔은 김이나 과자, 의약품 등 일상생활에 많이 사용되는 방습제로 약 25% 수분을 흡수하게 되면 색깔이 바뀌는 것이 특징이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폐기하는 다른 제습제 성분과 달리, 실리카겔은 드라이어나 전자레인지로 건조하면 재활용할 수 있다.
제습제 브랜드 1위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옥시레킷벤키저의 ‘물먹는 하마’가 차지했다. 다나와리서치 조사 결과, 최근 1년간 ‘물먹는 하마’ 브랜드 판매량 점유율은 44%로 Mr.홈스타(9%), 아토세이프(7%), 홈트너(7%), 피죤(6%)에 비해서도 높았다.
하지만 옥시 브랜드는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고로 소비자 인식이 좋지 않은 데다, 불매운동까지 벌어지면서 대형마트에서는 판매되지 않고 있다. 작년 9월에는 직영 생산공장인 익산공장을 폐쇄한 이후 모든 제품 생산이 중단된 상태다. 다나와리서치 조사에서도 수치상으로는 1위지만, 작년 7월 52%까지 올라갔던 ‘물먹는 하마’ 판매 점유율은 10월 15%로 곤두박질쳤으며, 6월 현재도 24%에 머물고 있다.
대신 홈트너가 빠른 속도로 ‘물먹는 하마’의 공백을 메워가는 중이다. 6월 들어 홈트너(홈&파트너) 브랜드는 판매량 점유율이 21%로 껑충 뛰며 신흥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출시 3개월 만에 200만 개 판매 기록을 세운 홈트너는 올해도 ‘나는 제습입니다’ 시리즈로 연 500만 개 이상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제품별 판매 순위에서도 옥시레킷벤키저의 ‘물먹는 하마’ 옷장용이 가장 많이 팔렸으며(26%) LG생활건강 Mr.홈스타 ‘습기 좀 부탁해’가 6%대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어 피죤 ‘피죤 제습제’, 아토세이프 ‘아토세이프 참숯활성탄 습기매직싹 제습제’, 맑은나라 ‘습기제로 참숯 습기제거제’ 각 4%로 비슷하게 인기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