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영향으로 집밖에서 식사하는 풍경이 많이 줄어들었다. 배달음식앱 <배달의 민족> 매출액은 2020년에 1조995억 원을 기록, 전년 대비 94.4% 늘어났으며 가정간편식(HMR)은 하나의 요리 장르로 굳혀질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덩달아 가정에서 손쉽게 식자재를 조리할 수 있는 주방가전의 판매도 급증했는데 그중 에어프라이어의 경우 2020년 한 쇼핑 채널에서만 전년 대비 판매량이 336% 증가했을 정도다.
그런데 여기까지는 쉽게 예측 가능한 상황이다. 외출이 어려우니 집밥 문화가 자연히 성행하고, 그에 따른 관련 상품의 매출도 당연히 늘어날 터. 그런데 주방가전에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 조용히 성장세를 기록 중인 제품이 있다. 바로 분쇄기다.
코로나19 전부터 인기였던 분쇄기!
코로나19 후에는 초고속블렌더보다 성장율 높아
분쇄기는 2018년부터 믹서기류 시장에서 판매량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다나와리서치에서 집계된 2018~2021 믹서기/원액기 연도별 판매량 변화를 살펴보면 코로나19 특수로 2020년에 판매량이 증가한 다른 제품들과 달리 분쇄기는 코로나19전인 2019년에도 2018년 대비 18% 신장했고,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에는 2019년보다 판매량이 52%나 증가했다. 이는 믹서기/원액기 카테고리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 냉부해와 맛있는 녀석들 (출처: jtbc(좌), ystar(우))
2019년은 방송과 유튜브 등을 통해 요리 콘텐츠가 다양하게 제공되던 시기였다. 그 영향으로 각종 요리 가전과 도구 매출도 증가했는데 분쇄기의 경우 단단한 건조식품을 부수는 데 특화돼 있다 보니 가루식품과 조미료를 직접 만들려고 하는 수요층에 의해 판매폭이 크게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2021년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하락세이긴 하지만 판매량 집계가 미반영된 10~12월까지 데이터를 포함하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약간 저조한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분쇄기 월별 판매량 변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분쇄기 월별 판매량 변화를 살펴보면 특정 구간에 한해 최고 판매량이 몰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바로 11월인데, 이때는 김장철이기 때문에 고춧가루 등 김장에 필요한 재료를 준비하기 위해 분쇄기를 구매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음으로 판매량이 높은 9월은 추석이 있는 시기인데 추석 대표 음식인 송편의 소도 콩, 팥, 깨 등을 잘게 부수어 만든다.
복합형에 스테인리스 용기 소재,
용량은 4L 제품이 가장 인기
분쇄기는 형태에 따라 크게 복합형과 단일형으로 분류된다. 단일형은 견과류, 건어물 등 마른 음식 재료 분쇄에만 집중한 제품으로 칼날을 1개 종류만 장착한 점이 특징이다. 반면 복합형은 2개 이상 칼날을 장착해 분쇄는 물론 다지기와 믹서 등 다양한 기능을 쓸 수 있다. 다나와리서치에서 지난 1년간 판매된 분쇄기 형태별 점유율을 살펴보면 다양하게 활용 가능한 복합형이 71% 과반 이상을 차지했고, 상대적으로 활용도가 낮은 단일형은 판매 점유율이 29%에 불과했다.
형태에 따른 선호도는 용기 재질과 용량 선호도와도 일맥상통한다. 분쇄기는 단단한 식자재를 가루로 분쇄하는 용도기 때문에 블렌더, 착즙기 용기보다 모양은 투박하지만 내구성이 강한 용기를 사용한다.
▲ 유리용기와 스테인레스 용기
분쇄기 용기 재질별 판매 점유율을 살펴보면 스테인리스 용기가 판매 점유율 59%로 압도적으로 높은 것을 볼 수 있는데, 복합형은 분쇄, 다지기, 믹스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내구성이 높고 변형과 손상이 적은 스테인리스 소재 용기가 주로 사용된다. 반면 판매 점유율 30%를 차지한 유리 용기와 6%를 차지한 플라스틱 용기는 내구성은 강하지만 변형이 쉽고 설거지가 어려워 분쇄만 가능한 단일형 제품에 주로 쓰인다.
한편 분쇄기 용기 용량별 판매 점유율은 4L 제품이 36%로 가장 높았고, 뒤를 이어 3L 제품이 27%로 2위에, 2L 제품이 20%로 3위에 올랐는데, ‘TV와 주방가전은 클수록 좋다’는 말처럼 용기 용량이 크면 한 번에 많은 양의 재료를 분쇄할 수 있어 재료 손질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이 같은 이유로 큰 용기 용량 제품이 가장 선호된 것으로 보이나 2L 소형 제품도 전체 판매 점유율 중 1/5의 적잖은 수치를 기록했다. 소형 용기 제품은 재료 소비가 적은 1~2인 가구에게 인기가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분쇄기 칼날은 3종
S자날, 일자날, 십자날이 인기!
분쇄기는 다중날을 쓰는 블렌더와 달리 일자날, 십자날, S날 3개 날을 주로 사용한다. 다만 이는 복합형에 해당되며 단일형은 일자날 한 개만 사용한다. 일자날은 고춧가루처럼 식자재를 가루로 만드는 데 쓰이며 S날은 마늘, 채소 등을 다져서 양념을 만들 때, 십자날은 재료를 섞어 반죽이나 소스를 만들 때 쓰인다.
지난 1년간 다나와 리서치에 집계된 분쇄기 칼날 개수별 판매 점유율을 살펴보면 분쇄기 칼날은 3종을 사용하는 제품이 43%로 가장 높았고, 2종을 사용하는 제품은 29%, 1종 제품은 26%였다. 앞서 살펴보았던 분쇄기 형태별 선호도와 일치하는 결과다.
칼날 종류를 살펴보면 S날이 47%로 판매 점유율이 가장 높았고, 일자날과 십자날이 각 28%, 19%로 그 뒤를 이었다. 이 외에 날개가 많은 다중날과 재료를 슬림하게 커팅하는 채썰기날도 적은 점유율이나마 수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소비전력은 600W,
2단계 속도 조절을 가진 제품이 인기
분쇄기와 블렌더는 빠른 속도로 회전에 제품을 분쇄하고 믹스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다른 주방가전들처럼 장시간 사용이 어렵다. 이런 회전식 제품을 에어프라이어처럼 몇십 분간 돌렸다가는 아무리 성능 좋은 유명 제조사 제품이라도 모터가 타버려 고장 난다. 때문에 순간에 강력한 회전력을 통해 재료를 분쇄할 수 있도록 소비전력이 높은데, 1000W를 거뜬히 넘는 블렌더와 달리 분쇄기는 300~1000W 사이 제품들이 주로 사용된다.
분쇄기는 중간중간 작동을 멈춰 식자재의 입자 상태를 확인하며 써야 한다. 우선 소음과 진동으로 인해 식자재가 분쇄될 때까지 잠자코 기다리기 어려우며, 한 번에 장시간 작동하면 발열로 모터에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비전력이 낮거나 중간인 제품을 쓰는 게 좋은데, 다나와리서치 데이터를 살펴보면 지난 1년간 소비전력 600W 제품이 판매 점유율 42%로 가장 높았고, 그 뒤를 이어 300W 제품이 36%, 600W 제품은 세 개 유형 중 가장 낮은 20% 판매 점유율을 기록했다.
분쇄기 속도 조절 옵션의 경우 2단계 제품이 판매 점유율 84%로 압도적인 수치를 보였는데, 분쇄기 자체가 분쇄와 단순 반죽, 다지기를 목적으로 하다 보니 블렌더처럼 섬세한 속도 조절이 필요 없다. 제품을 보면 2개 속도 조절도 단순 강, 약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분쇄기 시장에서도 2단계 이상 제품은 흔치 않다.
분쇄기 시장의 패왕 한일전기
분쇄기 제조사별 시장 현황을 살펴보면 한일전기가 압도적인 시잠 점유율을 차지했으며 그 뒤를 이어 신일전자, 키친아트, 리빙센스, 샤크닌자 등의 제조사들이 나머지 점유율을 두고 경쟁하며 춘추전국시대 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먼저 분쇄기 시장에서 독보적인 판매량을 보인 한일전기는 서큘레이터, 히터 등의 계절가전에서 강세인 기업이다. 이 외에 생활가전과 주방가전처럼 생활밀착형 가전제품도 꾸준히 생산 중인데, 주방가전 중에서는 믹서기류와 분쇄기가 인기이며 전기 주전자와 인덕션 등도 가성비 좋은 제품으로 1~2인 가구에게 선호도가 높다.
한일전자와 한 글자만 다른 신일전자 역시 계절가전과 각종 생활가전으로 인기가 높은데 이곳은 특히 서큘레이터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했다. 최근에는 반려동물 가전 시장에도 진출했다.
키친아트는 가정용 요업 제품을 전문으로 생산, 유통하는 기업으로 가전뿐만 아니라 냄비 같은 식기류도 유명하다. 마찬가지로 라이프 스타일 소형가전을 주로 판매하는 리빙센스, 블렌더로 이름난 샤크닌자도 분쇄기 인기 제조사에 이름을 올렸다.
다나와에서 한 해 동안 많이 팔린
분쇄기 5개를 만나보자
한 해 간 다나와에서 사랑받은 인기 제품 5개 중 첫 번째로 소개할 제품은 ‘한일전기 SHMF-3260S(현재 최저가 71,240원)’ 분쇄기다. 분쇄, 다지기, 믹스가 가능한 복합형 제품이며 전면 투시창이 부착된 스테인리스 용기를 사용해 충격과 변형에 강한 것은 물론 작동 중 식자재 분쇄 상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2단계 속도 조절이 가능하고, 펄스 모드가 있어 작동 제어가 가능하다. 화이트 보디에 빨간 라인으로 포인트를 준 깔끔한 디자인은 덤이다.
2위는 UFO를 닮은 미래지향적인 외형을 갖춘 ‘리빙센스 LSC-M1025L(현재 최저가 24,490원)’이다. 분쇄와 다지기가 가능한 복합형 제품이며 2개 칼날을 제공해 용도에 맞춰 교체해 쓰면 된다. 용량 2.5L 유리 용기를 사용했으며 후기에 따르면 마늘 껍질을 벗기고 다질 때 좋다고 한다.
3위는 2000년대 커피포트처럼 생겼지만 분쇄기가 맞는 투박한 비주얼의 ‘한일전기 SHMFP-30000(현재 최저가 113,110원)’으로 복합형 제품이며 3종 칼날을 제공해 분쇄, 다지기, 믹스가 가능하다. 스테인리스 용기지만 전면투시창이 있어 내부를 볼 수 있고, 티타늄 코팅처리돼 있어 생활 흠집에도 강하다. 2단계 속도 조절이 되고 기본적인 기능 외에 얼음 분쇄와 마늘 박피도 가능하다.
4위는 앞서 설명한 제품보다 더 클래식한 디자인의 ‘한일전기 SHMF-3500TG(현재 최저가 101,340원)’. 복합형 제품으로 일자날, 십자날, S날 세 개 칼날을 제공하며 그에 따라 분쇄, 믹스, 반죽 그리고 얼음분쇄도 가능하다. 펄스모드에 속도 조절도 7단계까지 할 수 있어 다른 제품보다 식자재를 원하는 형태로 손질하기 쉽다. 또 안전잠금장치가 있어서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도 안심하고 쓸 수 있다.
마지막은 다나와 인기 분쇄기 제품 5종 중 유일하게 단일형으로 이름을 올린 ‘에버홈 글라스텐 쵸퍼 EV-MC6000(현재 최저가 56,810원)’이다. 단일형이지만 S자 날을 사용해 다지기 같은 분쇄력을 볼 수 있으며, 유리용기와 스테인리스 용기를 동시 제공해 식자재 특성에 따라 선택해 쓸 수 있다. 2단계 속도 조절이 가능하고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어 쓰기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