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가 뭔가?" "부활이지."
악당과 007이 영화 속에서 나누는 이 대사가 이번 작품의 테마다.
샘 멘데스 감독이 007 영화 탄생 50주년을 맞아 23번째 시리즈물로 내놓은 '007 스카이폴'(Skyfall, 2012년)은 악당이 파괴한 첩보조직과 제임스 본드의 부활을 다루고 있다.
부활은 소멸을 전제로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제임스 본드를 빼고는 모든 캐릭터가 새로 태어났다.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출발을 예고하듯 007만 빼고 더 젊어지고 강건해 졌다.
오랜 세월 책상 앞에만 앉아 있던 나이 지긋한 여성 머니페니는 총질을 마다 않는 검은 피부의 섹시한 젊은 여인으로 거듭났고, 데스몬드 르웰린이 타계할 때까지 연기한 늙은 과학자 Q는 컴퓨터를 귀신같이 다루는 젊은이가 됐다.
압권은 007이 속한 대외첩보조직 MI6의 수장 M이다.
17년간 그 자리를 지킨 여성 보스 주디 덴치 대신 다시 남자가 헤드를 맡았다.
원작 소설은 물론이고 1탄부터 버나드 리가 맡았던 점을 감안하면 M은 원래 자리로 돌아온 셈이다.
새로운 캐릭터들은 옛 007 시리즈를 그리워 하듯 각종 향수어린 요소들과 함께 등장한다.
1960년대 숀 코네리가 007을 맡았던 시절 애마였던 애스턴마틴 DB5를 비롯해 두툼한 방음 출입문이 달린 M의 사무실, 제 2 차 세계대전 당시 처칠 벙커였던 지하 사무실, 그리고 최후의 결전에서 007이 집어든 무기는 자동소총 대신 묵직한 엽총이다.
샘 멘더스 감독은 옛 것과 새 것의 조화를 통해 이 작품 이후 달라질 007을 예고한 셈이다.
그 과정이 그다지 어색하지 않은 것은 '아메리칸 뷰티' '로드 투 퍼디션' 등 일련의 작품에서 탁월한 연출력을 발휘한 감독의 내공 덕분이다.
이 작품 역시 느와르물인 '로드 투 퍼디션'처럼 묵직하게 가라앉는 분위기로 승부를 건다.
부모 자식 같은 M과 본드의 오랜 인연이 조직 이란 이름아래 얽히고 설키며 애증과 회한으로 마무리되는 과정을 보면 등장인물들에 대한 멘더스 감독의 남다른 성찰을 엿볼 수 있다.
물론 설득력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다.
중요한 인물을 보호하기 위해 선택한 장소가 시골 집이라는 설정은 너무 작위적이다.
오히려 안전하게 피신하려면 군대가 더 나을 수도 있다.
본드가 고른 스카이폴은 피신의 장소라기 보다는 결투의 장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매력적이다.
변함없이 선 굵은 액션을 보여준 다니엘 크레이그와 철의 여인을 연상케 하는 주디 덴치, 웃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하비에르 바르뎀의 악역 연기가 훌륭했고, 이스탄불 상하이 런던 등을 돌며 촬영한 볼거리 가득한 영상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007의 3대 요소인 탈 것을 이용한 추격전, 주먹질과 총질이 빠지지 않는다.
1080p 풀HD의 2.40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깔끔한 윤곽선과 회색빛 스코틀랜드 황야를 잘 살린 와이드 영상 등은 색감이 잘 살아 있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방향감이 확실해 서라운드 효과를 제대로 발휘한다.
부록으로 감독 음성해설, 제작자 해설, 제작과정, 시사회 등이 한글 자막과 함께 HD 영상으로 수록됐다.
by 블로그 '달콤한 인생' http://wolfpack.tistory.com/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 스크린 샷은 저작권 문제가 걸려 있으니 퍼가지 말아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