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니 할린의 대작 영화 '컷스로트 아일랜드'(Cutthroat Island, 1995년)는 출발부터 재앙이었다.
각본이 제때 못나와 촬영 중 옆에서 각본을 썼으며, 촬영 직전 남자 주인공을 맡은 마이클 더글라스가 그만둬 새로 배우를 구해야 했다.
뿐만 아니라 촬영 감독 올리버 우드는 발목을 다쳐 촬영 1주만에 피터 레비로 교체됐다.
할린 감독이 촬영 보조를 교체하자 그를 따라 12명의 촬영 스탭이 줄줄이 그만뒀다.
하지만 그만 둘 수는 없었다.
이 작품에 제작사인 캐롤코의 생명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람보' '터미네이터2' '클리프행어' '원초적 본능' 등 히트작품을 줄줄이 만든 캐롤코는 1993년 큰 돈을 들인 '슈퍼마리오'가 망하면서 파산 일보 직전으로 몰렸다.
캐롤코는 이 작품에 모든 것을 걸고 마케팅비 포함 1억1,500만 달러를 투자했다.
해적선부터 각종 무기, 의상과 가발 등을 모두 제작하고 몰타와 태국 해외촬영으로 액션 대작을 만들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1995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개봉한 이 작품은 상영 일주일 만에 간판을 내렸다.
겨우 1,000만달러 버는데 그치고 무려 1억5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최대 손실 영화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개봉 직전 파산신청을 한 캐롤코는 모든 영화판권을 20세기폭스에 넘기고 문을 닫았다.
그때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관심을 갖던 삼성도 5% 선투자를 했으나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국내에서도 대대적 마케팅을 벌였으나 약 26만명에 그쳤다.
레니 할린 감독은 마케팅 실패로 젊은 층을 끌어들이지 못한 탓을 했으나, 꼭 그렇지 만도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주인공을 맡은 레니 할린 감독의 아내 지나 데이비스였다.
잘 만들어도 본전인 해적영화에 여주인공이 선장을 맡았으니 출발부터 기대를 떨어 뜨렸다.
사실 해적영화는 1920년대 더글라스 페어뱅크스가 주연한 영화들을 통해 밑천이 다 드러났다.
엄청난 보물을 놓고 벌이는 주인공과 악당의 대결, 드넓은 바다에서 벌이는 전함 대결과 선상 난투, 여기에 매력적인 해적선장과 여자들이 벌이는 로맨스가 로버트 스티븐슨의 소설 '보물섬'이후 해적영화를 거치며 진화된 공식이다.
'캐리비안의 해적'이 공식을 충실하게 따르며 양념같은 이야깃거리와 볼거리를 끼워넣어 성공한 반면, 이 작품은 할린 감독이 지나 데이비스를 내세우면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 실패한 셈이다.
지나 데이비스는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열심히 찍었으나 인상적인 선장 이미지를 심어주지는 못했다.
액션의 한계와 더불어 여배우로서의 매력도 보여주지 못했다.
그나마 엄청난 제작비를 들인 배를 폭파하는 등 해상 전투 장면은 볼 만 하다.
1080p 풀HD의 2.3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원경 디테일이 떨어지지만 전체적으로 무난한 화질이다.
DTS-HD 7.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들을 만 하다.
폭풍우 소리는 박력 넘치고, 사방에서 들리는 각종 효과음 소리가 현장감을 고취시킨다.
부록으로 할린 감독의 음성해설과 짧은 피처렛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by 블로그 '달콤한 인생' http://wolfpack.tistory.com/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 스크린 샷은 저작권 문제가 걸려 있으니 퍼가지 말아주세요 *
할린 감독은 '만들면 부셔라'는 신조를 갖고 있어서 거금을 들인 배를 아낌없이 폭약으로 날려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