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한 마리 가격이 3만 원에 육박할 정도로 외식물가가 치솟으면서 가성비 좋은 냉동치킨이 급부상 중이다. 마침 육가공 식품업계도 다양한 맛과 풍부한 식감의 간편조리 치킨을 잇따라 내놓으며 공격경영에 나서 소비자 관심에 불을 지피고 있다.
모든 냉동식품이 그렇듯, 냉동치킨도 유통기한이 비교적 길기 때문에 냉동실에 보관해 놓고 먹고 싶을 때마다 데워먹을 수 있어서 편리하다. 아이들 간식, 밥반찬, 술안주, 뭐든 좋다. 에어프라이어로 15분이면 맛도 바삭하고, 원하는 만큼 양 조절도 가능하다. 프랜차이즈 치킨은 1인 가구가 먹기에는 양이 많아서 주저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더구나 배달비 포함해서 3만 원 가까이 나오는 프랜차이즈 치킨과 비교하면 냉동치킨은 확실히 가격 부담이 덜하다. 고물가를 버틸 수 있는 ‘현명한 소비’인 셈이다.
이번 차트뉴스 주제는 냉동치킨이다. 최근 4개년 다나와 판매 데이터를 중심으로 냉동치킨의 트렌드를 짚어봤다.
냉동치킨 수요, 매년 꾸준히 늘어
냉동치킨은 매년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며 식문화에 비중을 더해가고 있다. 지난해 냉동치킨 판매물량은 2019년에 비해 20% 이상 늘어났다. 이렇게 시장이 확대된 데에는 코로나19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활성화되고, 아이들도 대면 수업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가정에서 쉽게 조리할 수 있는 냉동치킨이 주목을 끌었다는 해석이다. 회식이 줄면서 혼술 문화가 확산된 것도 일조했다. 실제로 2020년 3월 한 달간 냉동치킨 판매가 최고조에 달했는데, 공교롭게도 코로나19로 초중고 첫 비대면 수업이 시작된 시기임을 알 수 있다.
여기에 배달 앱 수수료 정책으로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이 인상된 것도 냉동치킨 판매에 영향을 미쳤다. 배달료가 4000~6000원씩 오르고, 원자재 및 재료비 상승으로 치킨 프랜차이즈들이 소비자 판매 가격을 인상한 2022년 7~8월 이후 냉동치킨 판매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육계 도축이 줄어든 상황이고, 사료비 인상으로 생산원가 역시 상승 추세임을 감안하면 프랜차이즈 치킨의 대체재로 냉동치킨을 찾는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뼈 있는 치킨? 순살치킨?
냉동치킨에는 뼈가 있는 치킨과 순살치킨 두 종류가 있다. 소비자 선호도에 따라 매년 팔리는 비중에는 변화가 있지만, 지난 4년간 뼈 있는 치킨과 순살치킨 모두 상승세다. 다만 최근에는 치킨텐더, 치킨너겟, 가라아게와 같은 순살치킨이 닭다리, 봉, 닭날개(윙) 등 뼈 있는 치킨보다 많이 팔리고 있다.
2020년까지는 뼈가 있는 냉동치킨이 전체 판매량의 절반을 넘었으나 2021년부터 순살치킨 선호도가 급상승하며 판매량에서도 역전됐다. 2019년 판매된 냉동치킨 가운데 순살치킨이 45%, 2020년 43%였으나 2021년 55%, 2022년에는 62%까지 치고 올라왔다.
뼈가 있는 치킨은 먹으면서 뼈를 발라내야 하고 뒷처리도 번거로워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순살치킨이 더 인기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치킨텐더, 치킨너겟, 가라아게는 아이들 간식으로 좋아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는 순살치킨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기에 2017년 브라질 썩은 순살닭 파동으로 순살치킨 수요가 주춤했다가 회복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뼈 있는 냉동치킨, 사세 제품 가장 많이 팔려
냉동치킨 가공식품 업체로는 사세(SASE), 하림, 마니커, 사조대림, 아워홈 등 5개사가 손가락에 꼽힌다. 이 중 사세는 기업간 거래(B2B) 시장에 주력하다 일반 소비자 시장으로 진출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냉동치킨 시장에서는 절대 강자다. 특히 윙·봉 등 뼈 포함 냉동치킨에서는 점유율이 50%를 넘고 있다.
지난 한 해 판매된 뼈 포함 냉동치킨 판매량 중 59%가 사세 제품이고, 하림이 11%, 마니커 9%, 기타 제품이 21%를 차지했다.
사세는 1997년 사세통상이라는 무역업체로 출발한 이후 이제까지 바른 먹거리와 서비스를 제공하며 식문화를 선도해가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태국, 베트남 현지에 R&D센터를 운영하며 제품 개발에 노력하는 한편, 식품안전경영시스템과 체계적인 품질관리를 통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세상 가까운 치킨집, 홈치킨 사세’라는 콘셉트에 맞춰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B2C 브랜드 ‘사세버팔로’를 런칭한 사세는 이장우 배우를 전속모델로 발탁해 홍보에 주력하는 한편, 팝업 레스토랑 ‘치킨 유니버스’를 운영하기도 했다. 지난해 전체 매출액 2700억 원 가운데 B2C 부문이 100억 원을 차지한 사세는 내년에는 1000억 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다.
하림·마니커 점유율 쑥쑥 올라
사세는 치킨 봉·윙 등 뼈 포함 냉동치킨 시장에서 점유율이 60%를 차지하며 1위로서 입지가 공고하지만, 점유율만 놓고 보면 3~4년 전이 훨씬 높다. 다나와에 따르면 사세 판매량 점유율은 2019년 79%에 달했고, 이듬해 74%, 62%, 59%로 매년 조금씩 떨어지는 떨어지는 추세다. 전체적인 시장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경쟁사들이 치고 올라오고, 신규로 진입하는 업체가 늘면서 사세 점유율을 끌어내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4년간 뼈 포함 냉동치킨 제조사별 판매 점유율에서 사세 점유율이 떨어진 것과 다르게 하림, 마니커는 점유율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하림은 2019년 5%에서 2022년 11%로 올랐고, 마니커도 4%에서 9% 수준으로 점유율이 늘었다.
특히 3개사 외에 기타가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늘었다. 2019년 13%이던 기타 비중이 2022년에는 21%까지 올라 신규회사 진입이 활달해지는 한편, 제품도 다양해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권이 확대되는 것이어서 긍정적으로 비쳐진다.
춘추전국시대 못지않은 순살치킨 시장
순살치킨 시장은 경쟁이 좀 더 치열하다. 지난해 판매점유율 기준으로 사세가 31%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사조대림 18%, 하림과 아워홈 각각 16%로 2위권을 형성하며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 맘스터치나 기타 다른 브랜드들도 가세, 맹추격 중이다. 순살치킨 시장이 커질수록 업계 경쟁은 더해질 전망이다.
사조대림은 치킨텐더, 치킨너겟, 치킨가라아게, 팝콘치킨 등 다양한 순살치킨을 선보이고 있다. 순살치킨과 양념감자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더 바삭한 치킨&양념감자’를 출시한 사조대림은 소비자 호응이 이어지면서 에어프라이 전용 제품이자, 모짜렐라 치즈가 들어간 치즈볼까지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FRYDAY(프라이데이) 더 바삭한 치킨&치즈볼’로 제품군을 확대했다.
하림 치킨너겟은 하림을 대표하는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출시 30주년을 맞은 하림 치킨너겟은 100% 국내산 닭고기 순살로 만들어 안심하고 먹을 수 있고, 하트, 별, 강아지, 공룡 등 다양한 모양으로 재미를 더하며 아이들 간식은 물론 어른 술안주, 밥반찬으로 인기를 모아 왔다.
흥망성쇠를 거듭하는 순살치킨 제조사들
순살 냉동치킨 시장은 지난 4년간 판매량점유율 추이를 보더라도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2019년만 해도 사조대림이 판매량 점유율 36%로 시장 지배력이 가장 높았으나 이듬해부터 26%, 23%, 18%로 점유율이 계속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이에 비해 사세는 2020년과 2021년 점유율이 떨어지다가 지난해는 31%로 반등에 성공했고, 하림도 부침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아워홈은 2020년 순살치킨 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꾸준히 성장하며 업계 쟁쟁한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아워홈은 2020년 판매량 점유율 11%에서 2021년에는 18%, 2022년 16%를 차지했다.
아워홈 순살치킨에는 행복한맛남 골든 치킨가라아케, 고추바삭 치킨 가라아게, 행복한맛남 순살치킨까스 등이 있다. 행복한맛남 골든 치킨가라아케는 닭다리살을 갈지 않고 그대로 튀겨내 겉은 바삭하고 속은 탱탱한 것이 특징. 닭고기 함량이 77%로 일반 가라아게 대비 함량이 높은 프리미엄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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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은아 news@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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