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트북 시장은 LG전자와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국내 브랜드, 그리고 ASUS, 레노버, HP, MSI 등으로 대표되는 해외 브랜드로 양분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국내 브랜드가 주는 신뢰도와 안정적인 A/S 정책에 매력을 느끼지만, 탄탄한 성능과 뛰어난 가성비를 갖춘 해외 브랜드 노트북 역시 쉽게 외면하기 어려운 선택지다.
다나와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년간 LG전자 노트북의 판매량 점유율은 27.76%, 삼성전자는 19.76%로, 두 브랜드가 전체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나머지 절반을 두고 해외 브랜드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구도다. 여기에 모바일용 RTX 50 시리즈 그래픽 코어와 AI 기능에 특화된 최신 CPU가 속속 등장하면서 해외 브랜드 간 점유율 경쟁은 한층 격화되고 있다.
이에 차트뉴스에서는 2025년 상반기 해외 브랜드 노트북 시장의 성적표를 중간 점검한다. 각 제조사의 주요 라인업별 판매량 점유율 변화를 살펴보고, 가장 많이 판매된 주력 모델이 무엇인지 함께 알아본다.
우선 주요 해외 브랜드별 판매량 점유율 변화를 살펴보자. LG전자와 삼성전자의 점유율을 제외한 나머지 판매량을 100%로 환산한 그래프다. 레노버는 전년 대비 약 1.42%포인트 하락한 반면, ASUS, MSI, HP는 모두 소폭 상승했다. 특히 HP는 3.62%포인트 증가하며 가장 높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이는 각사 라인업 중에서도 게이밍 노트북의 선전이 주효했으며, 그 흐름은 제조사별 라인업 판매량 점유율 변화 그래프에서 더욱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레노버는 아이디어패드만 믿고 가면 된다?
전통적으로 비즈니스 노트북 콘셉트로 판매량 1위를 지켜온 레노버는 이번에도 ‘아이디어패드’ 시리즈가 견고한 입지를 이어갔다. 2025년 상반기 기준, 아이디어패드 라인업은 전체 레노버 판매량의 63.06%를 차지했다. 2020년 다나와 리서치 집계 이래 줄곧 1위를 지켜왔으며, 하위권과의 격차도 커 당분간 독주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이 100만 원 미만의 가성비 노트북으로, 웹서핑·온라인 강의·사무용 등 데스크톱 대체용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반면, 프리미엄 게이밍 노트북인 ‘리전(LEGION)’ 시리즈는 2년 새 판매 비중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그 자리를 합리적인 가격의 게이밍 라인업 ‘LOQ’가 차지하며 리전을 역전했다. 이는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프리미엄급보다 가성비와 실속형 구성을 선호하는 소비자 선택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 레노버 아이디어패드 Slim3 15ABR8 82XM00ELKR WIN11 (SSD 512GB)<589,000원>
지난 1년간 레노버 노트북 중 판매량 점유율 1위를 기록한 제품은 레노버 아이디어패드 Slim3 15ABR8 82XM00ELKR다. 아이디어패드 시리즈답게 60만 원 미만에 구매할 수 있는 가성비 모델로, 인강·문서작업·웹서핑 등 라이트 유저에게 적합하다. AMD 라이젠5 7430U(2.3GHz) 프로세서와 16GB 메모리를 탑재했으며, 15.6인치 FHD 디스플레이를 지원한다. 고사양 게임보다는 가정에서 데스크톱 대용으로 사용하기에 알맞은 노트북이다.
드디어 찾아온 ASUS TUF Gaming의 전성기
ASUS 노트북의 주도권은 이제 완전히 TUF Gaming이 장악했다. 작년부터 이어진 상승세는 2025년 상반기에도 계속돼, TUF Gaming 라인업이 39.42%로 1위를 기록했다. 반면, 기존 1위였던 비보북은 25.43%로 밀려 2위에 그쳤다. TUF Gaming의 강세와 함께 ROG STRIX와 ROG 제피러스가 각각 약 10%대 점유율을 기록하면서, ASUS 노트북 전체가 게이밍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반면, 4.6%에 그친 젠북과 2.79%로 줄어든 비보북 프로는 프리미엄 비즈니스 제품군의 약세를 상징하며, ASUS 노트북의 주력이 당분간은 게이밍 콘셉트라는 것을 증명해준다.
▲ ASUS TUF Gaming A14 FA401UV-RG025 (SSD 512GB)<1,545,000원>
지난 1년간 ASUS 노트북 가운데 가장 높은 판매 비중을 기록한 제품은 ASUS TUF Gaming A14 FA401UV-RG025다. 약 150만 원대에 구매할 수 있는 RTX 4060 탑재 게이밍 노트북으로, 14인치 디스플레이와 비교적 높은 사양에도 불구하고 무게가 1.44kg에 불과해 휴대성까지 갖췄다. 덕분에 게이밍은 물론, 각종 크리에이티브 작업용으로도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
MSI, 신구 라인업의 교체 타임
게이밍 노트북이 주력인 MSI에서는 오랫동안 ‘GF 시리즈’가 과반 이상의 판매 비중을 차지했으나, 2024년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2025년 상반기에는 41.7%까지 내려온 상태다. 대신 2023년부터 점유율을 늘려온 ‘사이보그’ 라인업이 10.03%, 지난해 국내에 출시된 ‘소드’ 라인업이 11.68%를 기록하며 GF 시리즈를 서서히 대체하는 추세다. 원래 소드와 씬 라인업은 GF 시리즈의 하위 계열이었으나, 제작년부터 독립 판매되면서 이러한 변화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모던’과 ‘크리에이터’ 같은 비즈니스·크리에이티브 라인업은 6%에도 미치지 못해, MSI 역시 당분간 게이밍 중심 전략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MSI GF시리즈 Sword GF76 B13VFK (SSD 512GB)<1,249,000원>
MSI에서 지난 1년간 가장 높은 판매량 점유율을 기록한 제품은 MSI GF 시리즈 Sword GF76 B13VFK다. 120만 원대에 구매 가능한 RTX 4060 탑재 게이밍 노트북으로, 휴대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MSI의 게이밍 기술력을 집약한 가성비 모델이다. 17.3인치 대화면에 144Hz 주사율과 FHD 해상도를 지원해 게이밍 환경에서 뛰어난 몰입감을 제공한다. 휴대만 고려하지 않는다면, 게이밍 노트북 시장에서 손꼽히는 가성비 제품으로 평가받는다.
HP 빅터스와 오멘, 이제는 투톱전략!
비즈니스 라인업이 중심이었던 HP도 최근 게이밍 시장에서 존재감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2022년부터 파빌리온 게이밍 라인업을 대체하며 성장한 가성비 라인업 빅터스는 40.14%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고, 프리미엄 게이밍 라인업 오멘은 3년 새 판매 비중을 3배 이상 끌어올리며 29.22%에 도달했다. 이로 인해 일반 파빌리온과 파빌리온 게이밍 시리즈는 사실상 단종 수순을 밟으며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앞으로 HP 노트북은 빅터스와 오멘의 ‘투톱 체제’로 운영되다가, 오멘의 점유율이 조금씩 더 상승하며 시장 지배력을 넓힐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HP는 비즈니스 콘셉트를 완전히 놓지 않았다. 14.22%로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는 프로북 라인업과, 4%대 점유율을 유지 중인 엘리트북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 HP 빅터스 16-s1038AX (SSD 512GB)<1,179,000원>
HP의 판매량 점유율 1위 제품은 HP 빅터스 16-s1038AX다. 16인치 디스플레이에 165Hz 주사율과 FHD 해상도를 지원하며, RTX 4060 그래픽 칩셋을 탑재했다. 게이밍 성능과 데스크톱 PC급 성능을 모두 제공하는 ‘팔방미인’ 제품으로, 약 120만 원대의 가격까지 갖춰 1년 넘게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HP 노트북 판매량 상위권에서 1위를 차지한 이 빅터스 모델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오멘’ 계열이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HP가 프리미엄 게이밍 노트북 중심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획, 편집, 글 / 다나와 정도일 doil@cowave.kr
(c) 비교하고 잘 사는, 다나와 www.dana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