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AI generated image @Google Gemini 3
아무리 멀티터치 제스처가 발전하고 하드웨어 성능이 높아져도, PC 앞에 앉으면 결국 손은 마우스를 찾게 된다. 영화 아이언맨 속 자비스처럼 음성만으로 모든 것을 제어하는 시대가 오기 전까지, 마우스는 여전히 PC에서 떼어낼 수 없는 핵심 입력 장치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중요한 주변기기, 마우스는 PC를 구매하면 함께 딸려오는 ‘사은품’에 가까운 취급을 받았다. 제조 단가가 낮은 데다 기능적 차별성도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기계식 키보드와 함께 마우스 역시 하나의 ‘선택형 장비’로 격상되며 시장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게이밍 성능은 물론, 무게·내구성·지연시간 등 물리적 한계를 기술로 극복한 제품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다. 이번 차트뉴스에서는 다나와리서치 판매량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근 마우스 시장의 흐름을 짚어보고, 현재 가장 주목받는 브랜드와 트렌드를 상세히 살펴본다.

2022년 마우스 시장의 판도는 단순했다. 게이밍, 사무용, 버디컬 마우스 등 다양한 용도를 막론하고 무선 48.05%, 유선 45.16%, 사실상 무선과 유선의 양강 구도였다. 유무선 겸용 제품은 존재했지만 5.79%에 불과해 시장의 '주연'과는 거리가 멀었다.

▲ 로지텍 G102 LIGHTSYNC (정품) (블랙)<23,490원>
그로부터 4년이 지난 2026년 상반기, 점유율의 판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유선 마우스 점유율은 45.16%에서 20.55%로 반토막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그 자리를 채운 건 무선이 아니었다. 유무선 겸용 제품이 5.79%에서 38.66%로 무려 6.7배 폭증하며 시장의 새로운 주인공으로 올라섰다. 무선 방식도 48%에서 40%대 초반으로 8%포인트가량 후퇴했다. 유무선 겸용 제품군이 유선과 무선 양쪽의 점유율을 동시에 갉아먹은 셈이다.

▲ 로지텍 G304 LIGHTSPEED WIRELESS (정품) (블랙)<37,800원>
초기 유무선 겸용 제품은 이름 그대로 '타협의 산물'이었다. 무선 연결 시 레이턴시가 높고, 배터리 무게까지 더해져 쥐는 느낌도 무거웠다. 게이머나 파워 유저들에게는 "어쩔 수 없을 때 고르는 선택지"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2.4GHz 고속 무선 연결 기술과 배터리 효율이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유선과 비교해도 체감 레이턴시 차이가 사실상 없어졌고, 한 번 충전으로 수십 시간 사용이 가능해졌다. 기술이 단점을 지우자, 소비자들의 선택이 빠르게 옮겨갔다.

▲ ATK VXE R1 SE+ 유무선 브라보텍 (블랙)<25,900원>
여기에 신흥 브랜드들의 연이은 히트가 촉매제가 됐다. 기존 시장을 장악하던 대형 브랜드들과 달리, 새롭게 등장한 제조사들은 유무선 겸용이라는 카테고리에 집중 투자하며 가성비와 성능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굳이 유선이나 무선 전용을 고집할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연결 방식의 변화는 무게 선호도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다나와 리서치의 2025년 4월~2026년 3월 데이터를 보면, 같은 마우스라도 유형에 따라 선호 무게가 극명하게 갈린다. 유선 마우스 사용자들은 81~90g 구간에 무려 55.28%가 집중돼 있다. 절반 이상이 같은 무게를 선택한다는 뜻이다. 이는 유선 마우스 특유의 사용 철학과 맞닿아 있다. 케이블이 연결된 상태에서 정밀한 조작을 위해 손에 적당한 무게감이 있어야 한다는 인식, 주로 게임이나 그래픽 작업처럼 고정밀 작업에 유선을 선호하는 사용자층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게이밍 마우스, 작업용 마우스 등 용도별로 세분화된 마우스 제품을 모두 통틀어 집계한 결과로 볼 수 있다.

▲ 로지텍 LIFT VERTICAL (정품) (그라파이트)<71,490원>
무선 마우스는 다르다. 91~100g 구간이 24.37%로 가장 많지만, 특정 구간에 압도적으로 쏠리지 않고 선택지가 고르게 분산돼 있다. 배터리를 내장해야 한다는 물리적 한계 때문에 무게를 극단적으로 줄이기 어렵고, 그 구조적 한계 안에서 다양한 무게의 제품군이 공존하는 형태다.

▲ Razer Viper V3 Pro (정품) (블랙)<227,050원>
유무선 겸용 마우스의 무게 분포는 이와 전혀 다른 모습이다. 51~60g의 초경량 구간에 64.84%가 집중돼 있다. 충전 방식으로 배터리를 운용하기 때문에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하지 않아도 되고, 덕분에 극단적인 경량화가 가능해졌다. 시장이 커질수록 제조사들은 "얼마나 더 가볍게 만들 수 있느냐"를 핵심 경쟁력으로 삼고 있으며, 소비자도 이 방향에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있다. 유선은 '적당한 무게감', 무선은 '배터리와의 타협', 겸용은 '극한의 경량화'라는 세 가지 서로 다른 무게 철학이 시장에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마우스 버튼 구성의 변화도 눈여겨볼 만하다. 2025년 4월부터 2026년 3월까지의 데이터를 보면, DPI 조절 버튼과 측면 버튼 등을 포함한 5버튼 이상 제품군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음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 앱코 WM600 저소음 인피니트 휠 무선 (블랙)<28,000원>
DPI+5버튼 제품군은 전 기간에 걸쳐 28~40%대의 최대 점유율을 유지했다. 5버튼 제품도 같은 기간 21%에서 35%로 꾸준히 상승했다. 두 카테고리를 합치면 전체 판매량의 60~70%를 차지한다. 반면 기본적인 좌클릭·우클릭·휠 버튼만으로 구성된 3버튼 제품은 10~17% 수준에 머문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표준으로 여겨졌던 구성이 이제는 '기능이 부족한' 선택지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 MAXTILL BUFF G10 PRO<32,840원>
이 변화가 의미하는 것은 단순히 버튼 수의 증가가 아니다. 소비자들이 마우스를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달라졌다는 신호다. 예전에는 커서를 움직이고 클릭하는 입력 도구였다면, 이제는 DPI를 실시간으로 바꾸고, 게임 내 특정 기능을 단축키로 호출하고, 생산성 앱에서 자주 쓰는 동작을 매크로로 지정하는 커스터마이징 플랫폼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마우스가 키보드처럼 '자기 설정'을 갖는 도구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브랜드 경쟁 구도는 더욱 흥미롭다. 유선과 무선 시장에서는 로지텍이 각각 55.16%, 63.16%라는 압도적인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위와의 격차가 워낙 커서 이 두 시장은 사실상 로지텍과 '나머지'로 구분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수십 년간 쌓아온 브랜드 신뢰도와 유통망, 제품 라인업의 폭이 만들어낸 독주 체제다.

▲ ATK X1 ULTIMATE 유무선 (블랙)<79,000원>
그런데 유무선 겸용 시장의 그림은 완전히 다르다. 유선·무선 전용 시장에서는 판매량이 사실상 0인 ATK가 45.87%로 당당히 1위에 올라 있다. 로지텍은 20.68%로 밀려 2위다. 로지텍이 점유율 1위를 내준 유일한 카테고리가 바로 겸용 시장이다.

▲ ATK A9 ULTRA 유무선 브라보텍 (화이트)<75,990원>
ATK의 약진은 단순한 가성비 경쟁의 결과가 아니다. 유무선 겸용이라는 카테고리가 태동하던 시점부터 이 시장에 집중해 온 전략적 선택의 산물이다. 로지텍이 기존 제품군을 관리하며 시장 전반을 챙기는 동안, ATK는 겸용 카테고리에서의 폼팩터와 가격, 성능 삼각형을 일찌감치 최적화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유무선 겸용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으니, 이 흐름이 지속될수록 ATK의 존재감 역시 비례해서 커지는 구조다. Razer는 유선 8.07%, 겸용 10.28%로 시장 점유율 자체는 낮다. 프리미엄 가격 정책이 대중적인 판매량 확보보다는 고가 시장에서의 브랜드 포지셔닝에 방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판매량 경쟁보다는 '게이밍 마우스의 최상위 선택지'라는 이미지를 유지하는 전략이다.

▲ AI generated image @Google Gemini 3
유선 마우스와 무선 마우스의 동반 하락에는 각각 다른 이유가 있지만, 뿌리는 같다. 물리적 불편함이다. 유선은 책상 위를 가로지르는 케이블이, 무선은 배터리 무게와 충전 주기 관리가 계속해서 사용자를 불편하게 했다. 유무선 겸용은 이 두 가지 불편을 동시에 해소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쓸 때는 무선으로 자유롭게, 배터리가 줄면 케이블을 꽂아 충전하면서 계속 사용한다. 단순하지만 강력한 사용자 경험의 개선이었다. 그 개선을 누구보다 빠르게,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에 실현한 신규 제조사들에게 소비자의 선택이 쏟아졌다. 기존 브랜드들이 검증된 카테고리를 지키는 동안,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새로운 카테고리를 선점한 것이다.
시장의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다. 기능은 5버튼 이상으로 고도화되고, 무게는 50g대로 수렴하며, 연결 방식은 유무선 겸용이 대세가 되는 흐름이다. 유선과 무선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마우스 시장의 새 기준점이 다시 그려지고 있다.
기획, 편집, 글 / 다나와 정도일 doil@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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