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합작 법인으로 출범한 '부가티 리막'. 최근 폭스바겐그룹의 경영 악화로 포르쉐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 전부가 미국 벤처 투자사로 매각됐다. (오토헤럴드 DB)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내연기관과 순수 전기 하이퍼카의 합작 법인 출범으로 주목을 받았던 ‘부가티 리막’이 포르쉐와의 동행을 정리하고 새로운 지배구조로 전환했다. 부가티 리막은 10일(현지 시간)포르쉐의 지분 전부를 미국 뉴욕 기반의 글로벌 벤처 투자사 HOF 캐피탈에 매각했다고 밝혔다.
부가티는 1909년 에토레 부가티가 프랑스 몰샤임에 설립한 이래 ‘예술과 속도의 극치’를 추구해 온 전설적인 럭셔리 하이퍼카 브랜드다. 1998년 폭스바겐그룹에 인수된 후 베이론과 시론을 연이어 성공시키며 시속 400km 시대를 열었으나 거대 제조사 산하에서 막대한 개발비와 내연기관 중심 구조는 전동화 격변기 속에서 숙제로 남아 있었다.
이에 폭스바겐그룹 산하의 포르쉐는 지난 2021년 크로아티아의 ‘전기차 천재’ 마테 리막이 이끄는 리막 그룹과 손잡고 합작법인 부가티 리막을 설립했다. 당시 지분율은 리막 그룹 55%, 포르쉐 45%로 포르쉐는 리막 그룹 자체 지분도 21% 보유하고 있었다.
포르쉐가 5년 만에 합작 법인에서 손을 뗀 배경에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급격한 지형 변화가 자리한다. 폭스바겐그룹과 포르쉐는 최근 실적 둔화와 전동화 투자 회수 지연으로 본업의 수익성 방어와 비핵심 자산 정리가 시급해졌다.
반면 부가티는 완전 전동화 대신 V16 기반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신차 ‘뚜르비옹(Tourbillon)’을 개발하는 등 독자적인 헤리티지 보존 노선을 고수했다. 대량 양산 및 전동화 규제에 묶인 포르쉐와 소량 맞춤형 예술품을 지향하는 부가티의 지향점이 갈라지면서 지분 매각이 성사됐다.
HOF 캐피탈은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운용자산 120억 달러(약 16조 원) 규모의 글로벌 멀티스테이지 벤처캐피털(VC)이다. 인공지능(AI), 딥테크,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등 미래 첨단 기술 기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온 곳이다.
HOF 캐피탈은 모빌리티와 자율주행, 차세대 물류 솔루션 등 기술 집약적 분야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왔다. 이번 인수는 부가티를 단순한 완성차 브랜드가 아니라 첨단 복합 기술과 초호화 명품 가치가 결합된 ‘프리미엄 테크 플랫폼’으로 판단한 결과다.
리막이 보유한 독보적인 하이퍼카 전동화 기술력과 부가티의 대체 불가능한 브랜드 파워를 결합해 향후 기업공개(IPO)나 기술 라이선스 비즈니스 등에서 막대한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으로 마테 리막 CEO의 영향력은 한층 강력해졌다. 20년 이상 부가티에 몸담았던 크리스토프 피오숑(Christophe Piochon) 부가티 자동차 사장 겸 부가티 리막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물러나고, 마테 리막이 직접 부가티 자동차 사장직을 겸임한다.
지배구조 리스크를 털어낸 부가티 리막은 마테 리막이 2021년 취임 당시 세웠던 ‘10개년 비전’에 속도를 낸다. 지난 7월 프랑스 몰샤임에 문을 연 차세대 생산 시설 ‘라 메뉘팍튀르(La Manufacture)’를 본격 가동하고 최종 시험 주행 단계에 진입한 V16 하이브리드 하이퍼카 ‘뚜르비옹’의 양산 준비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마테 리막 부가티 리막 CEO는 “지난 수년간 탄탄한 토대를 놓아준 포르쉐에 깊이 감사한다”며 “HOF 캐피탈과의 새로운 협력을 바탕으로 부가티의 흥미진진한 미래를 위한 장기 비전을 실행에 옮기겠다”고 밝혔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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