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지난 18일 경기 파주 CJ ENM 스튜디오 센터에서 공개한 디 올 뉴 투싼은 6년 만의 완전변경 모델임을 감안하더라도 이전 세대와의 단절이 두드러지는 결과물이다. 유려한 곡면과 도회적인 비례로 대표되던 4세대까지의 투싼과 달리, 5세대는 각진 펜더와 수직형 램프, 그리고 오프로드 전용 트림 XRT의 스키드 플레이트로 대표되는 강인한 외관을 전면에 내세웠다. 준중형 SUV라는 체급을 감안하면 지프 랭글러나 랜드로버 디펜더 같은 정통 오프로더의 조형 문법을 상당 부분 차용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투싼의 새 얼굴은 아반떼에서 이미 시작된 같은 변화의 연장선에 가깝다. 현대차는 두 모델 모두에 동일한 디자인 철학 '아트 오브 스틸'을 적용했는데, 실제 조형 요소를 뜯어보면 방향성 자체가 사실상 겹친다. 두 모델 모두 슬림 LED로 H를 형상화한 'H-엣지 라이팅' 주간주행등을 전면에 채택했고, 정교한 선과 강인한 면의 조화라는 동일한 표현을 내세우며, 펜더의 볼륨감을 강조해 역동적인 인상을 완성했다. 차체 크기도 나란히 커졌다. 아반떼는 전장이 55mm, 휠베이스가 30mm 늘었고, 투싼은 전장이 60mm, 휠베이스가 30mm 늘었다. 결국 아트 오브 스틸이라는 하나의 언어가 세단과 SUV라는 서로 다른 그릇에 담겼을 뿐, 선과 면을 다루는 방식이나 강인함을 표현하는 문법은 같은 뿌리에서 나왔다.
다만 같은 재료가 다른 체급에 사용되었을 때, 소비자가 받는 인상은 차이가 생긴다. 세단의 낮고 긴 비례 위에 얹힌 날카로운 선과 면은 스포티하고 미래지향적인 인상으로 읽히는 반면, SUV의 높고 각진 비례 위에서는 같은 조형 언어가 강인하고 터프한 인상으로 확장된다. 투싼이 유독 오프로더처럼 보이는 이유는 디자인 철학이 아반떼와 갈라졌기 때문이 아니라, 같은 철학이 SUV라는 체급과 만나 증폭된 결과다.
투싼과 아반떼가 공유하는 이 변화는 현대차 단독의 실험이 아니라 글로벌, 특히 미국 SUV 시장 전반의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지난 이십 년 가까이 지배적이었던 둥글고 부드러운 크로스오버 형태에 대한 반작용으로 최근 수년 간 미국 시장에서는 각진 실루엣의 SUV에 대한 관심이 뚜렷하게 되살아나고 있으며, 혼다 패스포트의 검색량은 1년 새 185%, 단종 이후 복귀한 토요타 랜드크루저는 60%가량 증가했다. 공기저항 저감을 위해 모든 면을 둥글리던 이른바 '젤리빈' 시대의 디자인 문법이, 이제는 높은 후드와 수직에 가까운 그릴, 각진 펜더 아치로 대표되는 박시(boxy) 조형에 자리를 내주고 있는 것이다.
주목할 부분은 신형 투싼 자체가 이 흐름을 대표하는 사례로 이미 해외 매체에서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다. SUV 디자인이 매끈한 크로스오버 형태에서 벗어나 수직에 가깝고 각진 실루엣으로 이동하는 흐름 속에서, 투싼과 혼다 패스포트, 기아 셀토스, 토요타 하이랜더 EV가 각 세그먼트에서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 모델로 꼽힌다. 도심형 SUV의 상징과도 같았던 투싼이, 이제는 트랜디한 오프로더 스타일 흐름에 오른 셈이다.
현대차에 있어 이 같은 방향 전환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싼타페가 각진 차체와 수직형 램프를 앞세운 유사한 실험을 거쳤고, 시장의 반응 역시 긍정적이었다. 당시 싼타페 디자인을 총괄한 현대차 디자이너는 1980년대 오프로드 지향 SUV의 각진 조형에서 강인한 인상과 아웃도어적 지향을 담아냈다고 설명하며, 디자인 유행은 순환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투싼의 새 방향은 결국 싼타페에서 먼저 검증된 조형 언어가, 아반떼를 거쳐 현대차의 가장 상징적인 글로벌 볼륨 모델까지 이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투싼이 한국과 미국 시장을 동시에 책임지는 차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같은 디자인 언어가 유독 이 체급에서 강하게 증폭된 배경 또한 확인할 수 있다. XRT 트림에 적용된 전용 그릴과 휠 아치 가니시, 범퍼 하단 스키드 플레이트는 기능적으로도 오프로드를 의식한 구성이지만, 동시에 랭글러와 브롱코가 오랜 기간에 걸쳐 구축해 온 시각적 문법을 SUV 소비자에게 익숙한 언어로 빌려온 결과이기도 하다. 앞쪽 펜더 라인의 시작점을 도어 중간부로 옮겨 전륜구동 기반임에도 후륜구동 머슬카에 준하는 대시 투 액슬 비례를 연출한 점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디자인만 놓고 평가하면 투싼의 선택은 시의적절하다. 둥글고 무난한 형태로는 존재감을 확보하기 어려운 준중형 SUV 시장에서, 아반떼와 같은 철학을 공유하면서도 SUV 체급에 맞게 그 강도를 증폭시킨 전략은 브랜드 전체의 조형 일관성과 개별 차종의 존재감을 동시에 챙기는 합리적인 접근으로 평가된다.
다만 우려되는 지점도 존재한다. 패스포트, 랜드크루저, 브롱코, 셀토스, 하이랜더 EV에 이르기까지 유사한 시기에 동일한 방향으로 수렴하는 현상을 고려하면, 몇 년 내 각진 조형 자체가 또 하나의 유행 코드로 소비되며 차별성을 상실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또한 유니바디 기반의 크로스오버가 보디 온 프레임 오프로더의 조형 문법을 차용하는 구조인 만큼, 외관이 예고하는 수준의 오프로드 하드웨어를 실제로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도 남는다. 랭글러와 디펜더는 각진 조형 아래 로우 기어와 락킹 디퍼렌셜 등 실질적인 오프로드 하드웨어를 갖추고 있으나, 투싼의 강인함은 현재로서는 이미지 전략에 조금 더 가깝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세단과 SUV가 동일한 디자인 철학과 조형 요소를 공유하면서도, 체급에 따라 그 인상이 증폭되거나 절제된다는 사실은 현대차가 전 차종에 걸쳐 하나의 언어를 일관되게 유지하되, 세그먼트별로 그 밀도를 조절하는 전략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방증으로 읽을 수 있다. 특히 투싼처럼 한국과 미국 시장을 동시에 책임지는 볼륨 모델일수록, 그 조형은 국내 소비자의 취향보다 글로벌 SUV 시장의 흐름을 먼저 따라갈 수밖에 없다. 다만 유선형 디자인이 한 시대를 풍미한 뒤 피로감을 남겼듯, 지금의 박시 SUV 흐름 역시 영속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투싼이 다음 세대에서 어떤 표정을 준비할지는, 이 흐름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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