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가 소비자의 제품 탐색과 구매 결정 과정에 활용되면서 기존 매출이나 시장점유율과는 다른 ‘AI 속 브랜드 경쟁력’이 나타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같은 제품군에서도 소비자가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에 따라 AI가 가장 먼저 언급하거나 추천하는 브랜드가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에이아이빅스랩(AIBIX lab, 대표 김준현)은 2026년 8월 23일부터 9월 4일까지 챗GPT·제미나이·퍼플렉시티·클로드 등 4개 생성형 AI를 대상으로 리빙 분야 5개 카테고리 137개 브랜드의 ‘AI 브랜드 경쟁력 지수(AIBIX)’를 측정한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카테고리별 종합 1위에는 생리대 ‘좋은느낌’, 섬유유연제 ‘다우니’, 세탁세제 ‘퍼실’, 치약 ‘센소다인’, 침대·매트리스 ‘시몬스’가 각각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퍼실은 조사 대상 가운데 유일하게 4개 생성형 AI 모두에서 1위를 차지했다.
다만 종합 순위와 실제 개별 질문에 대한 AI의 답변 양상은 적지 않은 차이를 보였다. 제품의 특정 기능이나 구매 목적을 구체적으로 질문할 경우 종합 1위와 다른 브랜드가 가장 먼저 등장하는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질문 구체화하자 순위 변화…라엘·지누스 등 특정 영역서 강세
생리대 부문 종합 2위를 기록한 라엘은 ‘착용감’을 묻는 질문에서 첫 언급 비중이 91.7%에 달했다. 전체 경쟁력 지수에서는 1위가 아니었지만 특정 구매 기준에서는 AI 답변이 한 브랜드로 강하게 집중된 것이다.
치약은 소비 목적에 따른 브랜드 구분이 뚜렷했다. AI 답변에서 한 번 등장했을 때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으로 설명된 상위 브랜드에는 뷰센의 미백, 파로돈탁스와 시스테마의 잇몸 관리, 센소다인의 시린이 관리 등 각 브랜드가 강조해 온 용도가 반영됐다.
종합 1위 센소다인의 첫 언급 비중은 37.5%로 2위 2080의 15.0%보다 2.5배 높았다. 반면 여러 기능을 폭넓게 내세우는 메디안은 AI 답변에 지속적으로 등장했지만 조사 과정에서 가장 먼저 언급된 사례는 없었다.
침대·매트리스 분야에서도 질문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졌다. ‘매트리스 품질’을 질문했을 때는 시몬스의 첫 언급 비중이 75%로 에이스의 25%보다 세 배 높았다. 반면 ‘많이 사는 브랜드’를 물었을 때는 에이스가 58.3%를 기록해 시몬스의 25%보다 두 배 이상 높은 비중으로 먼저 언급됐다.
‘가성비 매트리스’에서는 결과가 다시 바뀌었다. 시몬스와 에이스의 비중이 낮아지고 지누스가 75%의 첫 언급 비중을 기록했다. 에이아이빅스랩은 이 같은 결과가 하나의 브랜드가 카테고리 전체를 독점하기보다 특정 속성과 용도를 중심으로 AI 답변에서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특정 브랜드에 답변이 집중되지 않는 질문도 있었다. ‘가성비 생리대’에서는 종합 1위 좋은느낌의 첫 언급 비중이 33.3%에 그쳤고 깨끗한나라 25%, 순수한면 16.7% 등으로 분산됐다. 올해 생리대 가격 관련 이슈가 이어진 상황에서도 가격을 기준으로 한 AI 답변에서는 뚜렷한 선두 브랜드가 나타나지 않은 셈이다.
‘허리 통증에 좋은 매트리스’ 역시 특정 브랜드를 가장 먼저 언급하지 않은 답변이 절반에 달했다. 브랜드 가운데서는 템퍼와 시몬스가 각각 16.7%의 첫 언급 비중을 기록했다.
에이아이빅스랩은 라엘이 ‘착용감’, 지누스가 ‘가성비 매트리스’ 질문에서 높은 첫 언급 비중을 확보한 것처럼 아직 특정 브랜드가 선점하지 못한 질문 영역을 공략하는 것이 생성형 AI 환경에서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37개 브랜드 중 70개, 한 번도 ‘첫 번째 브랜드’로 언급 안 돼
AI 답변의 상단 노출이 일부 브랜드에 집중되는 현상도 확인됐다.
전체 측정 대상 137개 브랜드 가운데 70개, 약 51%는 생성형 AI 답변에서 한 번도 가장 먼저 언급되지 않았다. 섬유유연제에서는 다우니가 전체 첫 언급의 50.0%를 차지했고, 침대·매트리스에서는 시몬스와 에이스 두 브랜드가 전체 첫 언급의 55.9%를 가져갔다.
이는 생성형 AI가 여러 브랜드를 답변에 포함하더라도 소비자가 가장 먼저 접하는 브랜드는 일부에 집중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시장 성적과 AI에서의 브랜드 노출 순위가 다르게 나타난 사례도 있었다.
에이아이빅스랩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코웨이는 2025년 국내 침대 매출 3,654억 원으로 시몬스 3,239억 원, 에이스침대 3,173억 원을 앞섰지만 이번 AI 분석에서는 종합 9.9점으로 침대·매트리스 30개 브랜드 가운데 10위에 머물렀다. 해당 카테고리의 AIBIX 점수에서는 시몬스가 59.7점, 에이스침대가 55.8점을 기록했다.
섬유유연제에서도 시장점유율과 AI 지수 사이에 차이가 나타났다. 에이아이빅스랩이 인용한 유로모니터 2022년 자료 기준 시장점유율 2위인 샤프란은 AI 종합 4위인 35.9점을 기록한 반면 점유율 3위 피죤은 54.1점으로 AI 종합 2위에 올랐다.
세탁세제 분야에서는 올해 7월 쿠팡 판매 1위와 민텔 혁신상 수상 이력이 있는 LG생활건강 피지가 종합 17.0점으로 8위를 기록했다. 미국 시장점유율 1위 브랜드로 소개된 P&G 타이드는 종합 12위였으며 첫 언급 비중은 0%로 조사됐다.
생리대 분야에서도 한국기업평판연구소 브랜드평판 조사에서 올해 1위를 이어온 시크릿데이가 AIBIX에서는 32.3점으로 종합 4위를 기록했다.
에이아이빅스랩은 생성형 AI가 답변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온라인에 축적된 기존 정보가 일정 기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최근 판매 실적이나 화제성이 AI 답변에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퍼실 4개 AI 모두 1위…공인 시험·인증 정보 영향 주목
세탁세제 분야에서는 퍼실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퍼실은 62.0점으로 이번 리빙 부문 조사에서 유일하게 챗GPT·제미나이·퍼플렉시티·클로드 등 4개 생성형 AI에서 모두 1위를 기록했다.
첫 언급 비중도 34.2%로 2위 리큐의 10.8%보다 세 배 이상 높았다.
에이아이빅스랩은 퍼실이 한국소비자원의 액체 세탁세제 비교시험에서 유일하게 종합 ‘우수’ 평가를 받은 이력이 AI 답변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 조사에서 세탁세제 카테고리의 AI 인용 출처 가운데 한국소비자원·소비자24 등 공공·소비자기관 자료가 차지한 비중은 7.0%였다. 챗GPT의 경우 관련 인용의 26%를 공공기관 자료에서 가져온 것으로 나타났다.
에이아이빅스랩은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공인 시험과 인증, 공신력 있는 기관의 평가 자료 등이 생성형 AI가 브랜드를 설명하고 추천하는 과정에서 주요 정보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김준현 에이아이빅스랩 대표는 “요즘은 생필품을 살 때도 AI에게 먼저 물어보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같은 카테고리라도 ‘어떤 게 좋아?’라고 두루뭉술하게 묻는 것과 ‘시린 이에 좋은 치약’, ‘허리 통증에 좋은 매트리스’처럼 구체적으로 묻는 것은 전혀 다른 답을 내놓는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매출이나 판매량 1위라고 해서 AI가 꼭 그 브랜드를 추천하는 것도 아니었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AI 답변 하나만 보고 결정하기보다 질문을 구체적으로 바꿔가며 비교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에이아이빅스랩은 생성형 AI 응답에서 브랜드의 등장·언급·추천·인용 양상을 정량적으로 분석하는 AI 브랜드 분석 전문기업이다. AIBIX 솔루션을 기반으로 GEO(생성형 엔진 최적화) 컨설팅과 카테고리별 상세 리포트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AIBIX는 특정 측정 기간 동안 생성형 AI가 내놓은 응답을 분석해 산출한 지수다. 브랜드의 실제 매출이나 시장점유율, 제품 품질 또는 전체 소비자의 선호도를 직접 나타내는 지표는 아니다.
이준문 기자/jun@newsta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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