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스턴마틴 밴티지가 FIA 세계 내구 선수권(WEC)과 브리티시 GT 챔피언십에서 잇따라 성과를 거뒀다. 후지 6시간 레이스에서는 16번 그리드에서 출발해 2위에 오르며 시즌 다섯 번째 포디움을 달성했고, 브리티시 GT 시즌 최종전에서는 GT4 부문 4개 타이틀을 모두 차지했다.
하트 오브 레이싱 팀(The Heart of Racing Team, THOR)은 27일 일본 후지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후지 6시간 레이스에서 치열한 추격전 끝에 LMGT3 클래스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앞선 서킷 오브 디 아메리카(COTA)의 론스타 르망에서 우승했던 이안 제임스(영국), 마티아 드루디(이탈리아), 잭 로비숑(캐나다)은 이번 대회에서도 포디움에 오르며 2개 대회 연속 상위권 성적을 이어갔다.

이번 결과로 세 선수는 시즌 누적 62점을 기록하며 FIA LMGT3 드라이버 내구 트로피 4위로 올라섰다. 챔피언십 선두와의 격차도 14점으로 좁혔다. 남은 두 경기에서 모두 폴 포지션과 우승을 차지하면 최대 52점을 추가할 수 있어 시즌 막판 타이틀 경쟁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하트 오브 레이싱 팀 역시 팀 챔피언십 2위에 자리했으며, 선두와의 격차는 14점이다.
16번 그리드 출발에도 막판 추격으로 2위…우승 차량과 약 1초 차
이번 후지 6시간 레이스는 시작부터 하트 오브 레이싱 팀에 쉽지 않은 조건이었다.
#27 밴티지는 앞선 COTA 우승에 따라 18kg의 추가 중량을 적용받았다. 여기에 우천으로 예선이 취소되면서 연습 주행 기록에 따라 출발 순서가 결정됐고, 결국 16번 그리드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첫 번째 주행을 맡은 이안 제임스는 초반부터 적극적인 추격전을 펼치며 3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피트레인 페널티를 받으면서 잭 로비숑의 주행 구간에는 8위까지 밀려났다.
이후 스티어링 휠을 넘겨받은 마티아 드루디도 차량의 페이스와 밸런스에 어려움을 겪으며 좀처럼 순위를 회복하지 못했다. 톱10 진입을 노리던 상황에서 레이스 종료 약 1시간을 앞두고 맥라렌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이 사고로 1번 코너 진입 구간의 방호벽 복구 작업이 진행되면서 세이프티카 상황이 장시간 이어졌다. 드루디가 운전하던 밴티지는 왼쪽 뒤 타이어에 펑크가 발생해 교체를 위해 피트로 복귀했다.
경기 종료까지 30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드루디는 마지막 급유를 위해 다시 피트인했고, 이 과정에서 타이어 3개를 추가로 교체했다.
경쟁 차량 여러 대가 기존 타이어를 유지한 것과 달리 새 타이어를 선택한 전략은 경기 막판 순위 경쟁에서 효과를 발휘했다.
레이스는 마지막 20분을 남기고 재개됐다. 드루디는 피트스톱 과정에서 두 대를 앞서며 8위로 올라섰고, 이후 새 타이어의 성능을 활용해 빠르게 선두권을 추격했다.
그는 남은 시간 동안 연이어 경쟁 차량을 추월하며 순위를 2위까지 끌어올렸다. 최종적으로 우승 차량과 불과 1초 남짓한 차이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극적인 포디움을 완성했다.
드루디는 경기 후 “정말 즐거운 레이스였지만 초반에는 페이스가 나오지 않았고 차량 밸런스에도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며 “맥라렌과 충돌하며 큰 사고가 발생했지만 상대 드라이버가 무사해 다행이고, 우리 차량도 타이어 펑크 외에 큰 손상이 없어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무사히 피트로 복귀한 뒤 마지막 피트스톱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순위를 끌어올렸다. 새 타이어의 성능을 충분히 활용해 막판에는 좋은 페이스를 낼 수 있었다”며 “우승에 정말 근접했지만 세이프티카 투입 전까지의 상황을 고려하면 2위라는 결과에 매우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후지서 통산 17회 포디움…WEC 챔피언십 경쟁 지속
이번 성과로 애스턴마틴 밴티지는 후지 스피드웨이에서 이어온 기록을 더욱 확대했다.
역대 5세대에 걸친 밴티지는 후지에서 총 17차례 포디움에 올랐으며, 이 가운데 7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두 번은 2개 클래스에서 동시에 우승하는 성과도 거뒀다.
후지에서 개최된 WEC 경기에서 밴티지 드라이버 라인업이 포디움에 오르지 못한 경우는 단 네 차례에 불과하다.
애스턴마틴 내구 모터스포츠 총괄 아담 카터는 “후지는 늘 애스턴마틴에 좋은 결과를 안겨주는 곳이다. 오늘 가장 빠른 조합은 아니었지만 이번에도 후지산이 우리에게 미소를 지어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밴티지는 올해 WEC를 비롯한 모든 GT 레이싱 무대에서 꾸준히 경쟁력을 입증해 왔다. 불운으로 여러 차례 우승 기회를 놓쳤지만 시즌 후반 들어 그동안 보여준 경기력에 걸맞은 성과를 거두고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이제 두 경기만을 남겨둔 가운데 챔피언십 타이틀도 다시 현실적인 목표가 됐다”며 “이러한 기회를 만들어준 하트 오브 레이싱 팀의 끈기와 투지, 뛰어난 팀워크에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밴티지 GT3는 애스턴마틴의 울트라 럭셔리 스포츠카인 밴티지 로드카와 동일한 기계적 구조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접착식 알루미늄 섀시와 4.0리터 V8 트윈터보 엔진을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브랜즈 해치서 GT4 타이틀 4개 석권…터너·호킨스 나란히 챔피언
같은 날 영국 브랜즈 해치에서 열린 브리티시 GT 챔피언십 시즌 최종전에서도 애스턴마틴 밴티지의 활약이 이어졌다.
애스턴마틴의 최신 밴티지 GT4는 GT4 종합 드라이버 챔피언십과 프로암, 실버컵, 팀 챔피언십을 포함한 GT4 부문 4개 타이틀을 모두 석권했다.
특히 애스턴마틴 공식 드라이버 대런 터너와 애스턴마틴 아람코 포뮬러 원 팀 드라이버 앰배서더 제시카 호킨스가 각각 클래스 챔피언에 오르며 성과를 더했다.
애스턴마틴 최장수 공식 드라이버인 대런 터너는 르망 클래스에서 세 차례 우승하고 롤렉스 24시 데이토나에서도 정상에 오른 베테랑이다.
그는 이번 최종전에서 챔피언십 타이틀을 놓고 경쟁하던 윌 오튼을 비롯한 경쟁자들의 추격을 끝까지 막아내며 클래스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 결과 터너와 그레인지 레이싱 위드 FSR 팀 동료 다니엘 라버리는 시즌 최종 143.5점을 기록했다. MK 레이싱 소속 제시카 호킨스·윌 오튼 조와 동점을 이뤘지만, 시즌 우승 횟수에 따른 동점자 순위 결정에서 앞서며 GT4 종합 챔피언 타이틀을 확정했다.
터너와 라버리는 올턴 파크와 스파-프랑코르샹에서 두 차례 GT4 종합 우승을 거둔 바 있다.
두 선수는 앞서 도닝턴 파크에서 열린 이전 라운드에서 이미 브리티시 GT4 프로암 챔피언 타이틀을 확보했다. 이번 종합 우승으로 터너는 통산 네 번째 브리티시 GT 클래스 타이틀을 추가했으며, 프로암 부문에서도 통산 세 번째 우승 기록을 보유하게 됐다.
그레인지 레이싱 위드 FSR 역시 브리티시 GT 참가 첫 시즌 만에 GT4 팀 챔피언십 종합 타이틀을 차지했다.
제시카 호킨스, 브리티시 GT 클래스 타이틀 획득한 세 번째 여성 드라이버
MK 레이싱의 제시카 호킨스 역시 팀 동료 윌 오튼과 함께 GT4 실버컵 챔피언에 올랐다.
호킨스는 2015년 제이미 채드윅, 2018년 플릭 헤이그에 이어 브리티시 GT 클래스 타이틀을 차지한 세 번째 여성 드라이버로 이름을 올렸다.
호킨스와 오튼은 시즌 최종전까지 GT4 종합 챔피언십 우승 경쟁을 이어갔으나, 터너·라버리 조와 동일한 143.5점을 기록한 뒤 동점자 순위 결정에서 밀려 종합 타이틀 획득에는 실패했다.
그럼에도 실버컵 챔피언 타이틀을 확보하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이번 브리티시 GT4의 4개 타이틀 석권은 최신 밴티지 GT4가 2024년 데뷔 시즌에 거둔 성과를 넘어선 기록이다. 당시 밴티지 GT4는 포세티 모터스포츠와 함께 2개 타이틀을 차지한 바 있다.
애스턴마틴은 이번 후지 6시간 레이스의 LMGT3 클래스 2위와 브리티시 GT4 챔피언십 4개 타이틀 획득을 통해 글로벌 GT 모터스포츠 무대에서 성과를 이어갔다. WEC에서는 시즌 종료까지 두 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드라이버와 팀 챔피언십 모두 선두와 14점 차를 유지하며 타이틀 경쟁을 계속하게 됐다.
박현수 기자/news@newsta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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