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유럽연합)이 최대 100% 이상의 보복 관세나 즉각적인 시장 배제 조치를 내릴 수 있는 미국 슈퍼 301조와 유사한 통상 규제법을 검토하고 있다. (오토헤럴드 DB)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유럽연합(EU)이 중국을 겨냥해 미국의 '무역법 301조'와 유사한 강력한 통상 규제 도구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 정부가 "단호히 대응하겠다"며 보복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중국산 저가 전기차가 유럽 시장을 장악하면서 독일과 프랑스의 자동차 산업이 최대 위기에 직면하는 등 무역 불균형에 따른 산업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조치다. 중국 역시 강력한 보복을 경고하고 나서면서 양측 간 무역 분쟁이 전면적인 통상 전쟁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중국 상무부는 성명을 통해 EU가 중국 기업이나 제품을 겨냥한 차별적 제한 조치를 도입할 경우 "자국 산업의 정당한 권익을 지키기 위해 단호히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상무부는 "EU 역시 과거 이러한 조치의 피해를 본 적이 있다"면서 "자신이 원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베풀지 말라(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갈등은 프랑스와 독일이 주도하는 신규 통상 규제 도구 도입 계획이 알려지며 촉발됐다. 시장조사업체 로듐 그룹(Rhodium Group)의 노아 바킨 선임 고문에 따르면 프랑스와 독일은 미국 '슈퍼 301조' 방식의 규제 장치를 EU 집행위원회 차원에서 신속히 도입할 것을 촉구하는 공동 정책 문서를 마무리하고 있다.
슈퍼 301조는 특정 품목 제소에 머물지 않고 상대국의 무역 장벽 전반을 타깃으로 삼아 전방위 보복을 단행하는 강력한 통상 무기다. 협상이 결렬되면 복잡한 WTO 제소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최대 100% 이상의 보복 관세나 즉각적인 시장 배제 조치를 내릴 수 있다.
EU가 추진하고 있는 통상 규제 역시 필요 시 24시간 이내에 특정 국가(중국)의 제품을 유럽 시장에서 배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강력한 무역 규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번 충돌은 사상 최대치로 불어난 EU의 대중(對中) 무역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베이징에서 고위급 무역 회담을 앞둔 시점에 불거졌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다음 주 베이징 방문을 앞두고 "중국이 10월까지 구체적인 성과를 내놓지 못할 경우 더 가혹한 조치에 직면할 것"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현재 EU의 대중 상품 무역 적자는 미국을 넘어 전 세계 최대 수준에 달한 상태다.
이에 중국 상무부는 "한쪽으로는 대화와 협상을 진행하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힘을 과시하며 압박하는 것은 상호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협상 전반을 파행으로 몰고 갈 것"이라며 보호주의와 일방주의 조치를 즉각 중단하고 대화의 궤도로 돌아올 것을 촉구했다.
양측의 통상 갈등이 고위급 협상을 목전에 두고 한 치의 양보 없는 정면 대치로 치달으면서, 다가오는 회담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 오토헤럴드(http://www.autoherald.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아